NaMuRang 봉사활동

서울영아 일시 보호소를 다녀와서

NaMuRang 2012. 5. 30. 10:05

 

덩굴장미가 철장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계절의 여왕 5월'이라고 눈 웃음이 한창이다.

그들의 예쁜짓에 반해 참 좋은계절이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었다 하더라도
그리고 아무일도 없었던 계절의 여왕 5월은 이제 뒷 걸음질치며 서서히 내 곁을 떠날 준비를 하는
5월 4째 주일날 역삼역에 있는 서울영아 일시 보호소로 봉사활동을 갔다.

 

역삼역에서 봉사활동 친구들을 만나 지하철 출구 계단에 올라서자  
풀내음이 코 끝을 자극한다.
어디에서 나는 걸까... 잠시 두리번 거려본다.
녹음이 짙푸른 가로수 나뭇잎에서 일까.길섶 이름 모를 풀에서 일까 .

비릿하면서도 신선한 풀내음을 가슴 깊이 들어 마셔본다.
갑자기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그 순간 왜 들었는지 이유를 몰라 싱긋 미소를 지으며

사랑이 충만한 가슴을 안고 서울영아 일시 보호소 정문으로 들어섰다.

 

나시 티셔츠에 반바지를 갈아 입고 그 위에 가운을 걸치고 3층 다람쥐 방으로 갔다.

 

우유병에 우유가 그득히 남아 있는 아기의 우유병을 잡아주면서

하도 우유를 잘 먹기에 혹시나 싶어 아기 양 손으로 우유병을 잡게 했더니 발버둥을 치며 아직은

모른다고한다.
괜한 짓을 했구나 싶어 아기 머리를 쓸어주며 우유를 먹였다.
우량아답게 우유병에 남아 있는 우유 한 방울까지 말끔히 먹어 치우면서 챙피한줄도 모르고

방귀를 뽕뽕 뀐다.
"어휴 냄시...요 녀석이"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아기를 안고 트림을 시켜보며 다람쥐방에 최고 우량아 10kg의 현이(가명)를 마냥 안고 있기에는
힘에 붙여 마루 바닥에 앉혔더니 꾸부정하니 앉아 있는게 아닌가.
'어쩜...세상에나...'속으로 깜짝 놀라면서 가만히 아기 생년월일을 계산 해 봤다.
태어난지 9개월(2011.8.29)되면 발육상태가 좋은 아기는 앉는 일 쯤은 거든히 한는가보다.

 

아기는 내 발톱에 칠 해진 빨간 매뉴큐어가 맘에 들었는지 뚫어지게 쳐다본다.
빨간 매뉴큐어를 만져보라고 아기 손을 내 발톱에 가져가자 아기는 기겁을 하고 손을 뒤로 뺀다.
괜찮아...아기에게 말을 건네며 다시 아기 손을 잡고 내 발톱에 묻혀있는 빨간 매뉴큐어를

만져 보라고 하자 이번에도 역시 손을 세차게 뒤로 뺀다.
내 발로 아기 발을 건드리면서 "괜찮다니까 발이야 발 너도 있잖아..."
이제는 아기도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다.발로 내 발을 밀어 보기도 하고 당겨보기도한다.
통통하고 예쁜 아기 엄지 발가락으로 빨갛게 칠한 내 엄지 발톱을 꼭 집어 봤다.
발장난 놀이에 실증이 나는지 아기는 스텐레스 목욕통에 정신이 온통 팔려 있다.


아기를 일으키자 기다렸다는 듯 꼿꼿하게 서 있는 자세가 다리 힘이 어찌나 좋은지
보행기를 밀고 다녀야 하는건 아닌가 싶어 아기를 보행기에 넣었지만 발이 마루 바닥에 닿지 않아
보행기를 밀고 다니는 것은 볼 수가 없었다.
침을 질질 흘리며 보행기 앞에 붙어 있는 장식을 빨아 먹으려고 하는 아기에게
이건 먹는게 아니고 이렇게 돌려보는거야 시범을 열심히 보였더니 아기도 따라 하는 시늉을 한다.
보행기를 밀고 다니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 아기 발을 잡고 흔들었더니
아기는 까르르 웃으며 좋아라한다.
방실방실 웃는 아기라기 보다는 무던하긴 하지만 뚱한 스타일였는데 해 맑게 웃는 모습이
어찌나 예쁘던지....
아랫 이빨 두개가 새하얀 진주알처럼 반짝인다.

아직도 아기 보는일이 서툴러서 옹알이 시킬줄도 모르지만 어쩌다 한 짓에 아기가 웃기라도 하면

'아기가 웃었어....'얼마나 신기하기만 한지 아기는 웃으면서 나를 '행복의 나라'로 데려간다.

 

잠이 오는가보다.

몸을 뒤로 재키며 칭얼거려 아기를 안고 서성였지만 다람쥐방 최고 우량아 답다.

팔이 떨리면서 손목에 쥐가 나기 시작하여 아기를 떨어 뜨릴까봐 겁이나 침대에 눕혔더니
이제는 떨어지기 싫어 침대에 눕히자 마자 일어나면서 본격적으로 울려고 채비를 한다.

 

2011년 8월 29일생 아기는

영아원에서 백일도 혼자 보낼 줄 알고 엎어지기를 하며 뒤뚱거리고 일어나 무사히 앉는 경지에 까지

잘 해 내고 있는 아기의 의연함에 감히 그 어떤 말로 칭송해야 하겠는가!

 

의연하게 행동하는 아기에게도 정성스럽게 지켜보고 돌봐야하는 부모는 절대적으로

필요한게 현실이다.

현실이 하루속히 이루어지길 소망하며 목욕을 끝내고 곤히 자고 있는 아기 머리를

가만히 쓰다 듬으며 작별인사를 했다.

2012.5.27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