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Rang 시읽기

내 마음이 메마를 때면

NaMuRang 2011. 7. 19. 10:49

장마비가 뚝 그쳤어요.

 

잠자리가 허공을 맴돌며 제 그림자와 술래잡기를 합니다.

'아니 벌써'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이제 막 초복이 시작되어 일년 중 가장 덥다고 하는 복 중에
'가을'을 실어 날으는 그들의 성급함에 싱긋 미소가 머금어집니다.

 

제 아무리 '가을'을 부지런히 실어 날라도 아직은 덥기는 매 한가지라는 걸
그들은 정녕 모르겠지요.

 

거침없이 쏟아지는 땡볕은 머리만 뜨겁게 달구는게 아니고
마음도 메마르고 거칠게 만들어요.

 

-내 마음이 메마를 때면-

 

내 마음이 메마를 때면 나는 늘 남을 보았습니다.
남이 나를 메마르게 하는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 보니 메마르고 차가운 것은
남 때문이 아니라 내 속에 사랑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이 불안할 때면 나는 늘 남을 보았습니다.
남이 나를 불안하게 하는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 보니 내가 불안하고 답답한 것은
남 때문에 아니라 내 속에 사랑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이 외로울 때면 나는 늘 남을 보았습니다.
남이 나를 버린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 보니 나에게 쌓이는 불평과 불만은
남 때문이 아니라 내 속에 사랑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에 기쁨이 없을 때는 나는 늘 남을 보았습니다.
남이 내 기쁨을 빼앗아 가는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에서 희망이 사라질 때면 나는 늘 남을 보았습니다.
남이 나를 낙심시키는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 보니 내가 낙심하고 좌절하는 것은
남 때문이 아니라 내 속에 사랑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부정적인 일들이 남 때문이 아니라
내 마음에 사랑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오늘 나는
 
내 마음 밭에 사랑이라는
이름의 씨앗 하나를 떨어뜨려 봅니다.

-이해인-

 

NaMu에 고백을 이해인수녀님께서 대신 해주셨어요.

 

부끄러움에 제 자신을 돌아보며 거칠고 메마른 내 마음 밭에도
'사랑'에 씨앗 하나 떨어 뜨립니다.
물뿌리개에 '배려'도 듬뿍 넣었습니다.

 

시시 때때로 물뿌리개를 사용하여
결실에 계절 가을이 오면 속이 꽉찬 사랑의 열매를
마음이 메마른 님들과 나누어 먹어야겠습니다.

2011.7.19
Na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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