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수필방

인내의 꽃

NaMuRang 2010. 1. 19. 10:11

인내의 꽃

소한과 대한사이 
사실은.... 일년 중 가장 추운때가 아닌가싶다.
단지 소한도 되기전에 일찍 찾아왔던 동장군이
해가 바뀌어도 지칠줄 모르는 강추위 공격에
우리는 무던히도 부대끼고 있을 따름이다.
차량의 매연속에 생기를 잃어버린 도심을
은세계로 꾸미며 깜짝 이벤트를 벌이던
새하얀 눈조차 동장군의 눈치를 보는지
보름도 넘게 녹아내리지 못하고 
얼음덩어리로 변모를 거듭하며 
거리에 군데군데 꽁꽁 얼어 붙어있다.
특히나 응달진 곳에서 아직도 나뭇잎 성성한 
겨울소나무가 하얀눈 쓰고 있는 모습을
출근길 차장너머로 바라보며
'걔네들이 얼마나 추울 것인지'
시쳇말로 초절정 추위를 경험하는 그들이
실로 안스럽기 그지없다.
마냥 따뜻한 겨울 햇살조차
어쩌지 못하던 하얀눈이
마치 비누거품처럼 나뭇잎위에 얹어져있어
기다란 막대기로 '툭툭' 털어내주고 싶어하는 
성질 급한 마음을 진정시키며
몇년전 산행을 했던 
덕우산의 상고대를 생각한다.
1년 사계절 기후변화를 
온몸으로 겪어내며 크지조차 못하고
어른 허리정도 차던 나무들.
그들의 가느다란 나뭇가지가 얼음에 젖어들어
끝이 보이지않은 평야같던 산등성이를 
새하얀 꽃밭으로 만들었던 상고대.
난생처음 보았던 그 신비스런 아름다움에 빠져
그들과 함께 기념 촬영에 여념이 없었지만,
이렇게 한 스므날 혹한과 폭설에 시달리고보니
그들이 그저 아름답다고 단편적으로 보아 넘기기에는
너무나 큰 오류를 범한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든다.
어쩌면....그들은 엄동설한을 실오라기조차 거칠것 없어
오로지 알몸으로 견뎌내며 
인내의 몸짓을 하얗게 새하얗게 꽃으로 승화된건 아닐런지...
지루한 일상을 털어내듯
퇴근후 습관처럼 들리는 롯데마트.
일층 입구에 있는 손바닥만한 화원에
아자리아(철쭉과)가 연분홍빛으로 빨갛게 피어있는걸
우연히 보았다.
알 수없는 설레임으로 한동안 그들을 눈여겨본다.
1년 사시사철 진초록빛 청춘을 자랑하며 
내 책상을 지키고있는 기특한 스파트필림 곁에
빨알간 아자리아를 놓았다.
어깨를 나란히 사이좋게 공존하며
아름다움을 맘껏 뽐내는 그들을 마주보며
한겨울 덕유산 상고대같은 내 마음에 위로한다.
10.1.19
Na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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