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봉산행에서 만난 얼음폭포
"지금이예요"
누군가를 사랑하다가
고백의 시간을
놓치고 선
후회 한 적은 없으신가요?
지금이예요.
내일이면 늦을지도 몰라요.
당신이 태어 날 때부터
당신을 사랑해 오셨던 그 분,
이제 그 분께 당신의 사랑을
고백 할 차례입니다.
기억은 아리송하지만
한가위 추석 명절이 있던
9월 중순 쯤 였으리라.
우리동네 시청 앞
신호등 양옆에 다소곳이 서 계시던
천주교쟁이할머님들께서 나누어주셨던
성당 선전물 포스트잇 메모장 속
겉표지에 쓰인 글이다.
물론 나는 예수교쟁이지만
공짜로 주시는 포스트잇 메모장을
받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나를 사랑하셨던
절대자의 사랑은
생각만해도 가슴 떨리는 사건(?)이지만
보이지않는 실체의 사랑이기에
잊고 살 때가 더 많다.
하지만 일년에 한번,
내 영원한 애인이자 보호자이신
예수님의 탄생일인 크리스마스날에는
진정 절대자와의 인연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새삼 깨닫곤한다.
그렇게 크리스마스가 들어있던
한 주를 보내며
나는 또 기다린다.
눈 덮힌 산야를 그리며....
강촌에 있는 검봉산행을,
주일 날 아침 청량리역에서
산우님들과 오랫만에 만나
반가운 안부인사를 주고 받으며
경춘선 기차에 오른다.
삶은 계란, 김밥, 호도과자,
사이다, 오징어, 땅콩 등등
기차는 우리에게 기차 안에서만
맛 볼 수있는 독특한 문화를
제공 해 주던 시절도 있었다.
이제는 세월의 깊이에 묻혀져버린
아득히 먼 옛 시절을 떠 올리며
산우님의 기차에 얽힌 에피스드를 듣는다.
갓 성년식을 마치긴 했지만
아직도 천방지축인 머스마들을
제대로 훈련시킬만한 합숙소로는
군대만큼 제 격인 장소도 없으리라.
군대 이야기를 언제 들어도
식상하지않고 재미있다.
단 하루 군 대항 스케이트 경연대회를
나가기 위해 스케이트 신발 신어 본 경험도
없던 머스마가 무작위로 선정되어
밥 만 먹으면 임시로 만들어 놓은
스키이트장에 나가 수백번도 더
스케이트장을 돌며 스케이트를 탓다고
회상하시던 장소가 차장너머로 보이자
무척이나 반가워하신다.
추억은 언제나 그리움을 낳는가보다.
거센 찬바람을 잠 재우고
따뜻한 아침 햇살이 부서지는 강촌역에
기차가 머문다.
따뜻한 햇살에 가벼운 위로를 받으며
발 걸음도 가볍게 산길로 들어선다.
그 흔한
나뭇가지조차 키우지 못해
목이 긴 사슴처럼
목이 기다란 나무가
세찬 겨울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은 반원형으로 휘어져있다.
마치 꼬부랑할머니처럼 잔뜩 구부러진
잔등 위 무수히 많은 잔가지 사이로
따스한 햇살이 스며든다.
햇살에 빛나는 잔가지들은
마치 솜털마냥 송송송 솟아 오른 듯싶다.
엄동설한을 무사히 견뎌내어
새 봄이 오면
구부러진 허리 우뚝 펴고
굳건한 나무가 되기를
진정 바라는 마음 한자락을
그에게 보내나니....
낙엽과 눈이 버무려진 가파른 산길을
쉬엄쉬어 오른다.
겨울산은 평등주의를 고수하듯
나무잎 하나 걸치지 않은 나무들은
그 나무가 그 나무 같다.
그게 떡갈나무인지, 밤나무인지
구별하기가 쉽지않다.
그렇지만 죽어있는 나무는
구별이 가능하다.
미이라같이 죽어있는 나뭇가지들이
마치 조형예술을 하듯
저마다의 모습으로
한 폼씩 잡고 있어
천연 분재를 보는 듯 싶다.
생명의 존재와 상관없이
자연스러움에 아룸다움은
언제나 사람에 마음을 강하게
사로잡는 매력이 있나보다.
산우님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이 죽어 있는 나뭇가지를 모델삼아
한 컷의 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다.
정상에 가까이 다가 갈 수록
새하얀 눈이 소복히 덮혀있어
겨울산행에서 만날 수 있는
눈 산행에 진수를 경험한다.
특히나 찬바람까지 조용하게 잠들고
따사로운 겨울 햇살이 빈 나무가지 사이로
들어오며 행복을 한 아름 쏟아 놓는 날에는
숨가쁜 행복을 맛보며
축복받은 산행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산행 하는 내내 하고 있었다.
칼을 세워 놓은 것처럼 생겼다하여
칼봉산이라고 하는 검봉산(劍峰山)530M은
강원도 춘천시 강촌리에있다.
산이 많은 강원도 지역 산행을 하다보면
정상에 올라 와도 구비구비 이어지는
산들만이 눈에 가득 들어온다.
삼악산과 금병산 오명산 화야산등이
서로가 어깨를 나란히하고 크기와 상관없이
사이좋게 공존의 법칙을 준수하고 있다고
그들은 몸으로 넌지시 보여주고있다.
이 보다 더 멋스럽고 아름다울 수 있겠는지!
하산길 만났던 구곡폭포는 얼음폭포로 변하여
겨울 산행에 나선 산행꾼들을 반긴다.
30M 절벽으로 쏟아지던 폭포수가
그대로 얼어 붙어 얼음폭포로 변해버린 구곡폭포.
꽁꽁 얼어 붙은 얼음폭포수 속으로
졸졸거리며 흐르는 계곡물 소리에
가만히 귀기울이며
그들의 겨울 이야기를 듣는다.
지극히 미미하지만
가장 소중한 마음을
이 겨울 그대에게 전하노니
08.12.28
NaMu
거짓웃음 -이정하-
당신은 아는가?
당신의 아픔을 함께 나누지 못함이
내게는 더 큰 고통인 것을.
당신은 나에게 위안을 주려
거짓 웃음을 짓지만
그걸 바라보고 있는 나는
더욱 안타깝다는 것을.
그대여, 언제나 그대 곁에는
아픔보다 더 큰 섬으로 내가 저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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