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단풍과 강천산행
입동도 지났다고 한다.
찬바람을 앞세운 겨울이 분명
저승사자마냥 코 앞에서 으르렁거린다.
그의 으름장에 때론 두려움과 불안으로
겁을 집어 먹기도 하지만
아직은 여유만만이다.
출근길,
은행나무 가로수가 황금빛 드레스자락
휘날리는 매혹적인 자태에
요 며칠 흠뻑 빠져 버렸기때문이다.
열기을 식히지 못한 햇살 덕분에
가을이란 느낌이 피부에 와 닿지 않던
10월이 되면 설악산 나무들은 빨갛게
노르스름하게 때론 황금빛으로 가을 옷
갈아 입고 단풍놀이를 즐긴다.
그 열기는 아래 지방으로 전염이 되어
달이 바뀌어도 식을 줄을 모른다.
11월 둘째 주 일요일날은
아기 단풍들이 샛빨갛게 물들어
단풍 축제가 한창이라고 나라 안에
입소문이 퍼져있는 강천산행이 있었다.
물론 그 소문의 진위와 상관없이
올 가을 적지않게 산행을 했지만
산속에서 단풍나무를 만난 기억이 없다보니
호기심으로 가슴은 마냥 부풀었다.
어둠이 홑이불처럼 옅게 드리는 신 새벽
사당동에서 강천산행 버스에 오른다.
가을 걷이를 끝 낸 들녁은
마치 파시마냥 설렁하지만
풍요로움으로 가슴에 와 닿는 건
지난 일년 동안 피와 땀으로 이루어 낸
결실이 빈 창고안에 가득 채워졌기 때문이리라.
누구나 잘 사는 세상이야 바라겠는가마는
자신이 일한 만큼의 정당한 댓가를 받아
상대적 박탈감에 절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얼마나 간절한지!
신새벽부터 고속도로 위를 질주하던
강천산행 버스가 전라북도 순창 강천산
매표소에 도착 했을때는
중천에 떠 있는 해가
짙은 구름 속으로 들어갔다 나왔다하며
숨박꼭질 중이다.
리어카에 간이 상점을 차린 군밤장사 할머니
두분이 의좋게 밤 껍질을 벗기고 계신다.
고개를 맞대고 밤 껍질 벗기고계신 모습이
하도 다정하여 디카를 꺼내자
할머니 한 분이 이미 눈치채고
얼른 일어나신다.
서투른 내 카메라 실력으로는
정이 담뿍 들어있는 두분의 모습을
잡지 못했지만 혼나기 전에 재빨리
두분의 모습을 담아낸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르 알밤,
알이 꽉 찬 더덕, 주홍빛 단감,
이름을 알 수 없는 산나물까지
애가 단풍나무 아래 노점을 펴 놓은 노점상과
강천산을 찾은 행락객, 등산객들이
서로 어울려 흥겨운 잔치마당이다.
빨갛게 샛빨갛게 그리고 노오란 아기단풍들이
저마다의 빛깔로 곱고 화려하게 단장하고
강천산을 찾아 온 길손을 반갑게 맞이한다.
빛 고운 그들의 모습에 반해 버려
감탄사를 연발한다.
"어쩜 이렇게 예쁠 수가 있는지....!"
절벽위에서 뽀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쏟아지는 폭포수.
병풍폭포라고 한다.
힘차게 쏟아지는 새 하얀 물줄기에
잠시 마음을 빼앗겨본다.
인공폭포라는 사실을 알고나자
슬쩍 실망이 고개를 쳐들어
나도 모르게 빙긋 미소가 지어진다.
제법 가파른 산등성이를 마냥 올라간다.
여름 내 그리도 무성하던 나뭇잎은
간 곳이 없는 나무들이 뼈만 앙상하니
산속을 지키고 있다.
더러는 가냘픈 나뭇가지에 매달린
메마른 나뭇잎이 마치 복주머니라도 되는 양
소중하게 다가 와 가끔가끔 그들에게
마음이 머물어진다.
더욱더 가파라져가는 산행길에
숨이 턱까지 차 오르며
흥건하게 온 몸이 땀으로 적셔 갈 즈음
깃대봉에 오른다.
깊은계곡, 맑은 물 그리고 깍아 지른 듯한
절벽으로 이루어진 강천산을 우리는 흔히
'호남의 소금강'이라고 한다.
말 발굽형 산새 덕분에 첫 번째 봉우리
깃대봉에 오르자마자 잠시 잠깐 숨을 돌리고
강천산에서 가장 높다고 하는 왕자봉을 향한다.
강천산 입구를 그토록 곱게 단장하던
애기 단풍들은 산 정상으로 올라 갈 수록
만날 수는 없었다.
단지 훌쩍 하니 키가 큰 나무들이
스치는 바람에도 비가 내리듯 나뭇잎
우수수 털어내며 겨울 준비에 서두르고 있다.
속절없이 떨어지는 그들이
아쉽거나 허망하지 않고
마음 편히 보낼 수 있었던건
내년이 되면 또 다시 그들은 내 곁을
찾아오기 때문이다.
희망이 있는 미래는
끊임없이 고독으로 젖어가는 내 가슴에
만명 특효약이라고 한다.
낙엽이 마치 카펫같이 깔려있는
낙엽정원에 앉아
빗물처럼 뚝뚝 떨어지는 낙엽을 벗삼아
음식을 먹는 진풍경은
늦가을에만 경험 할 수있다.
동그르 말린 낙엽이
멸치조림을 담은 그릇 옆에 떨어진다.
가만히 주워본다.
바스락 거리는 낙엽의 속삭임에
가만히 귀 기울인다.
정녕 가을은 그렇게
내 곁을 떠나가고 있다.
다시 보는 꽃 -도종환-
가장 아름다운 걸 버릴 줄 알아
꽃은 다시 핀다.
제 몸 가장 빛나는 꽃을
저를 키워준 들판에 거름으로 돌려보낼 줄 알아
꽃은 봄이면 다시 살아난다.
가장 소중한 걸 미련없이 버릴 줄 알아
하늘 아래 가장 자랑스러던 열매도
저를 있게 한 숲이 원하면 되돌려줄 줄 알아
나무는 봄이면 다시 생명을 얻는다.
변치 않고 아름답게 있는 것은 없다.
영원히 가진 것을 누릴 수는 없다.
나무도 풀 한 포기도 사람도
그걸 바라는 건 욕심이다.
바다까지 갔다가 제가 태어난 강으로 돌아 와
제 목숨 다 던져 수천의 알을 낳고
조용히 물밑으로 돌아가는 연어를 보라
물고기 한마리도 영원히 살고자 할 때는
저를 버리고 가는 걸 보라.
저를 살게 한 강물이 소리 알아듣고
물밑 가장 낮을 곳으로 말없이 돌아가는 물고기.
제가 뿌리내렸던 대지의 목소리 귀담아듣고
아낌없이 가진 것을 내주는 꽃과 나무
깨끗이 버리지 않고는 영원히 살 수 없다는
에필로그:
산과 산 사이를 막아 호수로 만든
에멜랄드빛 강천산호수,
그리고 계곡과 계곡을 이어 만든
현수교 구름다리를 건너며
수십미터 아래 가을에 정취를
바랄 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바람따라 흰구름 몰려 다니는
하늘만 애끗게 바라보며
괜찮다고 최면을 걸었던건
제아무리 어른 팔뚝만큼 굵직한 강철로
단단히 매여 있었다 하더라도
다리가 끊어지면 어떡하지 하는
의심병때문였다.
강천산행을 하면서 참으로 많은 걸 깨달았다.
천연의 자원을 잘 개발하여
인공폭포와 인공호수를 만들었고
관리까지 철저히하여 1급수에 사는 산천어까지
있는 강천산,
그리고 왕의 진상에 올려 더욱더
유명한 순창고추장까지 연계 된
순창군의 지방자치단체 활동의 수익성은
팔월 한가위만 같았다.
문득 생각한다.
과연 나는 나의 잠재력을 개발하여
얼마만큼의 수익성이 있는 사람인가하고....!
참고사항:꿈을 먹고 사는 NaMu라고
산우님께서 말씀하신다.
꿈과 수익성은 전혀 상관관계가 없는건 아닐런지
08.11.9
NaMu
산과산 사이를 막아 호수를 만들었거든요...
저 멀리 보이시나요?
강천호수 물이 ...에메랄드빛이였어요....
날씨가 말예요....
정말.....
첫 눈이 올것같은 그런 느낌였거든요...
첫 눈이라.....
첫 눈이 온다해도...
나에게는 아무런 일이 없겠지만
기다림은....때론 설레임거죠.
1급수에서만 사는 산천어라구해요...
물 관리를 무쟈게 잘하는 기특한
순창군 맞는거쥬^~
가을이 깊어가는 강천사 뒷뜰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