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룡산 계곡산행
거대 지구촌어항속에 사는 우리는
전혀 대가를 치르지않고 무한히 사용해도
누구하나 나무라지 않는 공기가 있어
늘 새롭게 살아 갈수 있다는 사실은
글 모르는 유치원쟁이 아그들도
다 아는 진리다.
단지 우리는 그것의 소중함을
인식하며 살지 않을 뿐이다.
값 없이 사용할수 있는 것이기에
그저 오염시킬줄만 아는 무책임만
존재 하는 건 아닐런지.
마찮가지로 건강할때 우리는 건강에
소중함을 인식하면서 살기는 극히 드물다.
문득 정신 번쩍 나 건강의 소중함에
감사 할때도 있지만
그 존재가 너무도 희미해서
가슴까지 와 닿지는 않는다.
지난달 난생 처음 산행했던 사패산에서
발을 다쳐 한달동안 발아데를 하고 다니며
정형외과 한의원을 방황(?)했다.
던벌이 되지도 않은 일에 매달려
일주일 내내 시달리다보면
휴일에는 어딘가로 훌쩍 탈줄하고 싶다는
생각은 차라리 희망에 가깝다.
아직은 완쾌했다고 느낄수 없어
이따금씩 저리고 아프지만
일주일내내 희망사항였던 산행을
뿌리칠수는 없었다.
처서가 지난지도 한 삼일 되었지만
아직도 습도 높은 더위가
불쾌지수 눈금을 맨 꼭대기까지 치솟게만드는
8월 마지막휴일날 석룡산행이 있었다.
아침 일찍 사당동에서 출발하는
석룡산행 버스에 오르고 얼마 있지않아
멀미약이 효과를 톡톡히 발휘하느라
잠속으로 밀어 넣는다.
오랫만에 보는 차창 밖 풍경을
음미할 겨를도 없이 잠속으로
빠져드는데야 해 볼 재간이 없었다.
비몽사몽하다보니 어느새 산행버스는
경기도 가평 석룡산 아래 내려 놓는다.
우리세상산악회도 나만큼 아픈 산우님들이 많아
몸이 시원찮은 산우님들끼리 계곡산행이 있었다.
물론 산행을 시작할때야 정상까지 가겠다고
맘 단단히 먹었지만 맘과는 전혀 상관없이
발이 뜨금뜨금 아프기시작한다.
뜨금거리는 발목이 걱정스럽기도하고
불안하여 아픈 산우님들끼리 모여있는
자리로 옮겨 앉았다.
울창한 수풀림이 커다란 자랑거리인 석룡산은
이름도 알수없는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
여름산행을 즐기는 산우님들을
호기심 어린 눈초리로 바로본다.
지극히 소박하기에 더 정감가고 애틋한 야생화들과
눈 맞춤하자 내 맘속에도 그들이 피어나기
시작하는 것 같아 싱긋 미소지으며
'그래...산행 하기를 참 잘했어'하고
나의 탁월한 선택에 별표 다섯개를 찍어주었다.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우리 아픈 산우님들
이름하여 하자(?)있는 산우님들은
복호등폭포로 부지런히 올라갔다.
쏴쏴거리며 계곡에서 쏟아붓는 계곡물소리가
여름 내 더위로 지쳐있던 내 가슴을
시원하게 달래주는 것 같아
행복이 용 솟음치며 출렁거려
괜한 설레임으로 맘이 심하게 흔들렸다.
복호등폭포 앞에서는
할아버지 대여섯분과 할머님께서
바위에 걸터앉아 라면과 밥을 섞어
점심을 들고 계신다.
비록 세계적인 폭포는 아니지만
시원한 폭포가 좋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으시는
할아버님 말씀이 어찌그리 구수한숭늉같은
향내 풀풀 풍기던지.....
비록 내가 가보고 싶었던 이과수폭포는 아닐지라도
물 보라 일으키는 새하얀 폭포수 물줄기에
난생처럼 온 몸을 맡기었다.
폭포수 물이 뚝뚝 떨어지는 옷을 입고 하산하며
올 여름 나만의 휴가를 충분히 즐길수 있음에
가벼운 흥분으로 젖어들었다.
유난히 깨끗하던 석룡산 계곡물속에는
물고기도 있었나보다.
개구쟁이같이 물안경까지쓰고 계곡물속에
있는 물고기를 잊지않고 촬영하신 산우님의
지극 정성의 사랑을 물고기는 알기나 할려는지.
올 여름 내내 이런 생각을 했었다.
아니 몇년전부터 했는지도 모른다.
폭이 넓은 하얀원피스를 입고 챙이 넓은 하얀모자를쓰고
샛빨간 석양과 파아란 수평선이 맞닿는
바닷가를 거닐고 싶다는.....
하지만...난....왜 그런 생각을 할때마다
타는듯한 갈증으로 목이 메였는지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
폭이 넓은 하얀원피스는 아니였다 하더라도 그리고
샛빨간 석양빛으로 물들던 바닷가는 아니였다하더라도
난 석룡산 계곡물속에서
여름 내내 괜한.... 슬픔으로 가슴앓이했던
내 설음을 녹여냈다.
아마추어사진사라고 한다면 왠지 서운해
하실 것 같이 사진을 무척이나 잘 찍으시는
산우님과 같이 산행할수 있었던건 순전히 행운였다.
여름 내내 내 설음으로 슬퍼했던 맘을
잠시나마 달랠수가 있으니까.
별로 예쁠것도 없은 내 모습을
석룡산 계곡물속에 담아보며
어쩌면.... 나에게 또 다시 이런 기회가
오리라고는 기대하지 않기에
기회가 있을때 후회없이 즐기고싶었다.
마치....안티모델이라도 된 것처럼^^
산 정상을 올라가는 산행은 아니였지만
여름날에만 즐길수있는 진수 계곡산행도
지루한 일상에 새로운 삶의 활력을 불어
넣기에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가을꽃으로 우리 기억속에 입력되있던 코스모스가
편견을 불식 시키려는 듯 하산길 음식점
안뜰에 고즈녁히 피어있었다.
여리디여린 코스모스의 모습에 반해
한동안 그들을 바라보노라니
애잔함이 가슴 가득 스며든다.
07.8.26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