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쿨장미가 장미 정원을 꾸미는 계절에는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누구나가
꽃의 여왕인 장미공주가 될수 있나보다.
장미 정원에 피어있는 헤아릴수 없을 만큼
많은 덩쿨장미 중에서도 유난히 곱고
화사하여 그녀의 마음을 꼭 잡은
장미가 있다고한다.
출 퇴근길 심지어는 회식으로 거나하게
술이 취하날 조차도 그녀는 그녀만의
장미에게 안부를 묻는 정성을 스무날째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그녀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노라니
꽃만큼 사람 마음을 행복하게 하는게
나만의 생각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하루가 다르게 뜨거워지는 햇살은
분명 여름이라고 강하게
눈짓하는 6월 둘째주 휴일날.
전남 영암에 있는 월출산행이 있었다.
일주일 내내 던벌이 되지도 않는 일에
매달려 있다보니 이미 몸도 마음도 오뉴월
푹 익어버린 파김치다.
신새벽 월출산행 버스를 타자마자 잠이 먼저
지쳐버린 내 맘을 알아채고
잠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옆에 앉아 계시던 산우님께서 다와 간다면
그만 자라고 깨우신다.
순간 여간해서 보기 힘든 창 밖 풍경을
놓쳐다는 사실이 아쉬워 잠순이같은
내 자신이 한없이 미웠다.
목포는 처음 와 보는 동네다.
아마도 시 외각 인가보다.
드문드문 있는 고층아파트 그리고 가로수
어린 나무잎들은 우리동네와 비슷했지만
차량 뒷편에 붙어있는 '전남'이라 선명하게
새겨져있는 차 번호판에서
전라남도 지나고 있구나 하고 실감을했다.
전라남도 영암땅에 산행버스가 들어서자
농지가 잘 정돈 된 들녁에는 모심기를 해 놓았는지
마치 삐죽삐죽 간난아이 머리와 흡사하다.
햇살은 오유월 땡볕이지만
이제 막 모심기를 해 놓은 들녁을
바라보노라니 아직은 봄이라는 생각이
왜 그렇게 반갑기만 한것인지...
모내기를 하시던 농부의 휜허리가
휘청거리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감성이 사라진 것을 서글퍼하시던 산우님이 계신다.
그 산우님의 감성을 잃어버리게 만든
주범은 무엇이었을까?
아침 출근길 마치 100M 단거리선수라도 된양
마음은 늘 급하다.
제 시간에 버스가 오지 않을때
그 초초감이란 가히 신경이 예리한 면도날이다.
지팡이를 짚으시고 나이가 지긋이 드신 할머니께서
버스에서 내리는데 한나절이다.
신호등이 두어번 바뀌자 드뎌 내리신다.
맘 같아서는 얼른 내려 드리고 싶지만
오늘따라 발목까지 오는 롱스커트가
할머니 하차하는데 도저히 도움이
될 것같이 않아 참았다.
버스는 출발했지만 신호등마다
예의바른 신사마냥 족족히 서고
지각 할까봐 타들어 가는 가슴은
이미 바짝 마른 숲검뎅이다.
(집에서 매장까지 대여섯정거장에
불과 한데도 말이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도 감성을
잃어버릴 일이 어디 한두가지 겠는가!
4시간 넘게 달려 온 산행버스가
월출산 앞마당의 주차장에 주차하자
평생 고질병 차멀미 안한것이 천만다행이다싶어
산행버스에서 재빨리 내렸다.
하지만 차멀미 휴유증처럼 머리가
깨질 듯 아프다.
어서 빨리 산속으로 들어가 맑은 공기에
머리를 흔들어 씻고 싶은 마음이야...
잡목같이 자그마한 크기의 대나무와
나무들이 빽빽이 터널을 만들어 놓은
산속으로 들어가자 차츰 아픈 머리가
개기 시작했다.
머리 아픈건 사라졌지만 여전히 몸도 맘도
천근만근 무거워 서울 근교에도 산은 을마든지
있는데 하필이면 나라 안 최남단에 가까운
영암땅까지 왜 왔는지 괜히 왔다는
생각이 섬광처럼 스쳤다.
바람 한점 들어오지 않아 찜통속같은
긴 터널의 산속도 산행하는데 커다란 걸림돌였다.
처음이 힘들다며 나만 힘든 것처럼
산우님께 비밀스럽게(?) 이야기하자
누구나 처음이 힘들다며 땀 한번 흘리고나면
몸이 풀려 산행이 훨씬 수월할거라며
앞서가는 산우님께서 아낌없는 조언을 하신다.
배려깊은 산우님 말씀에 한가닥 위안을
삼고 이름모를 새들의 노래소리에
귀기울이다 보니 어느덧 찜통속같은
산속을 빠져 나와 산등성이에 올랐다.
마치 어두움에서 해방되고 신세계를 보는 것같은
산등성이의 풍경은 가히 장관였다.
커다란 바위들이 초록빛 나무숲속에 우뚝우뚝 솟아
오른 듯 싶은 월출산은 바위와 나무들이
더불어 공존하는 환상의 아름다움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들의 예쁜 몸짓에 눈길이 떨어지지 않으며
월출산 오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은
또 다른 열정으로 오뉴월 햇살 만큼이나
뜨겹게 타올랐다.
어쩌면 산도 바다와 마찮가지로
우리들의 보고(寶庫)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약초나 나물을 볼줄 아는 사람만이
산에서 나는 귀한 선물을 얻을수 있다.
먹을줄만 알았지 나물이나 약초를 전혀 볼줄 모르는
나는 그저 오뉴월 산행때는 혹시나 산딸기를
만나지 않을까 하는 은근한 기대를 하곤한다.
솔직히 고백건데 산딸기 나무잎도 잘 모른다.
단지 빨알갛게 익어있는 산딸기만이
눈에 들어 올 뿐이다.
혹시나 산딸기가 있을까 하는 은근한 기대로
이따금씩 주위를 둘러보며 산행을 하는데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것이다'라는 영원하신
내애인 하나님 말씀도 계셨지만 드뎌 산딸기
세개를 선배산우님께서 찾아내셨다.
선배 산우님과 손을 맞잡고 낭떨어지에
있는 산딸기 세알을 땃다.
그리고 산우님과 나눠먹었다.
빨갛게 농익어 달콤한 맛이란....
짜릿한 환희가 가슴 한가운데를 쓸고 지나간다.
바위와 바위가 고개를 갸웃하며
월출산 정상을 향하고 있는 산우님들께
안부인사를 하는 통천문(通天門)앞에서
가볍게 눈인사를 하며 월출산의 정상인
천황봉에 올랐다.
달뜨는 모습이 아름다워 월출산(月出山)이란
이름을 얻게된 월출산은 조선시대부터 였다고한다.
주봉인 천황봉(809M)에 올라 저멀리 보이는
산아래 동네 해남의 농지가 잘 정돈 되
마치 바둑판같은 들녁에 넘실거리는 못자리물이
풍요를 기원하는 농민의 마음인지라...
농촌 출신인 난 왠지 남에 일 같지가 않다.
시원한 산들바람과 벗삼아
가벼운 맘으로 하산하는 길에
오디나무를 갑장산우님께서 발견하곤
갈길은 바쁘지만 재빨리 디카카메라 앵글을 맞춘다.
물론 키가 훌쩍하게 큰 나무다 보니
오디열매를 딸수도 없었지만 아직 익지도 않아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당신'마냥
먼 발치에서 바라만 보고 아쉬운 시선을 거두며
갈길 바쁜 발길 재촉했다.
수 억원을 투입하여 현수교로
건설되었다는 구름다리는 월출산을 찾는
산우님들에게 또 다른 경험을 할수 있으리라.
절벽바위와 바위를 강철로 연결한 구름다리는
수십미터 낭떨어지를 걷는듯한 스릴을 맛 볼수 있다.
특히나 흔들림이 적어 두려움을
느낄수 없었다.
사실은... 등산화가 바위에 척 안기는
느낌이 좋아서 즐기기도 하지만
겁없이 덥석덥석 바위를 잘 타고 내려
선배 산우님께서는 날 보고
'간이 밖으로 나온 여자'라고 하신다.
나같이 무식하게 산행하는 사람에게는
안전이 최우선이거늘 안전하게 만들어진
구름다리가 구미 선진국의 유서 깊은 산속을
여행한 듯 싶어 마냥 흐믓했다.
계곡의 넓이도 작고 계곡 물도 적어
계곡 물소리를 들을수 없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접시물에 세수하듯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며 산행의 피로를 풀어냈다.
넓은 들녁 끝에 기암괴석들이 우뚝우뚝 솟아있고
그들과 사이좋게 공존하는 나무들이
푸르른 숲을 이른 월출산을 멀리서 바라보자니
달 맑은 보름날 월출산에 보름달이 뜬다면
바위들이 품어내는 달빛의 신비한 매력에
충분히 빠져들거라는 생각이 불현듯 스쳤다.
이름값을 충분히 하고도 남는 월출산(月出山).
달이 훤하게 떠오르는 보름날 월출산행을
기대해 보며 아쉬움에 작별인사를했다.
- 월출산 그리고 달빛-
나라 안 끝트머리에 있던 월출산
푸르른 숲속에
우뚝 우뚝 솟아 오른 바윗돌은
어쩌면...
문득문득 시도때도 없이
부서지지 않고 생각나는
먼 그대
그리움인듯 하더이다.
달이 훤하게 떠오른 보름날이면
바윗돌이 품어내는 하얀 달빛은
채워도 채워지지않는
내 그리움인듯 하옵니다.
07.6.10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