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시방

새하얀 눈 그리고 큰개불알꽃

NaMuRang 2007. 2. 1. 00:18

친한 친구가 있었어요.
당연히 그친구 엄마하고도 친했죠.
뭐든지 잘하는 어머니는
특히나 맛있는 음식을 정성껏 
마련해 주시곤했어요.
초겨울이 시작된 던 해
그친구 엄마는 갑자기 
욕실에서 쓰러지셨죠.
응급실에 실려 가셨지만 이미
뇌졸증으로 전신마비에 
언어를 잊어버리셨어요.
일년정도 앓고 저세상으로 가셨는데
정말 똥 벽에다 바르는거 봤어요.
젊어 한때 사업하시며 여걸소리도
듣던 분이셨는데 언어까지 잊어버려
말조차 하지 못하고 해골같이 마른 모습은
바이러스병균이 마치 사람을 파 먹는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육신이 아픈건
참을수 없는 형벌 맞아요.
친구가 그래요.
이제는 녹슬나이도 됐다구요.
만일 기계를 오십년이상 쉼없이
사용한다면 벌써 폐기처분 해야 한다나요.
아직도 마음은
이제 막 대학에 들어간 딸아이하고
똑 같은데 몸은 겨울이라고
한달 내내 맥을 못추니
몸따로 맘따로 언제나처럼 따로국밥이죠.
새해도 벌써 한달이 지나갔군요.
눈속에 핀 자그마한 청보라빛 큰개불알꽃을
사진으로 봤어요.
이름이 참 이상도해요.
꽃잎은 어른손톱만한데 '큰개불알풀'이라니요.
초봄, 꽃샘추위를 이겨내며
양지바른 아파트 화단가에 지천으로 피어
청보라빛꽃밭을 꾸미던 큰개불알꽃.
아직은 제철이 아니지만
새하얀 눈속에 피어난 개불알꽃의
성급함이 고생도 사서한다는 생각이 든다면
넘 까칠한 생각일까요.
며칠전부터 지처가는 나를 위하여
자그마한 꽃잎 병아리마냥 
뽀족이 열려있는 꽃분홍 방울철쭉이라도
사와야지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들어요.
꽃만큼 사람 마음을 행복하게 하는게
있을까 싶거든요.

새하얀 눈 그리고 큰개불알꽃

새하얀 눈속을 헤치고
살며시
고개내민 청보라빛 큰개불알꽃.
파르르 떨리는 미세한 진동
그리운 것들이 균열 일으킨다.
07.1.31
NaMu

'NaMu 시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가 내리는 어느날에는  (0) 2007.02.14
꽃피는 새봄이 오면  (0) 2007.02.06
안개성에 갇혔던 겨울 어느날  (0) 2007.01.17
플라타나스의 겨울행복  (0) 2007.01.15
엄동설한 나에게 주어진 숙제  (0) 2007.0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