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Rang 책읽기

춘원 이광수의 무명을 읽고

NaMuRang 2006. 3. 7. 00:02
 
하루에 단 한시간이라도 책을 손에
잡아야 한다는 생각은 의무감마냥
자리잡고 있지만 머리속이 복잡하여
책에 선듯 손이 가지지 않는다고 한다면
순전히 자기 합리화에 불과 하겠지.
오랫만에 맘잡고 두어시간 책속에 
빠져 보았다.
계몽주의 문학은 자칫 잘못하면
매너리즘에 빠질 위험이 있다는
노파심은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일 것이다.
1939년 춘원이광수님께서 쓰신 
무명은 41쪽짜리 단편이다.
고3짜리 딸아이 필도서인 무명은
30여년전 내가 학교 다닐때도
필독서였던 걸로 기억된다.
무명(無名)의 뜻은 무명세계(無名世界)를 
일컷는 말로 불교에서 주장하는 근본번뇌
무지(無知)로 통용 된다고 작품해설에 쓰여있다.
도통 뭔 이야기인지 알수 없는건
불교에 무지 때문이리라!
암튼
무명의 배경은 감방안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인 크고작은 충돌을 나(화자)를
통해 이야기한 작품이다.
나(화자)는 입감한지 사흘만에 병감(병이
있는 수감자를 수용한 감방)으로 보내진다.
병감안에는 토지 문서위조에 필요한 도장을
새져준 즉, 공문서 사문서 위조에 쓰는 도장
파준 혐의로 사기꾼 윤과, 서울 민대감집에서
마름노릇하다 작인들에게 인심을 잃어
마름자리 빼앗기자 새마름자리 하는 사람
때문에 떼었다는 오해로 새마름 자리와
싸우다 분이 안풀려 오 밤중에 새마름자리
집에 불을 지른 방화범인이 있었다.
식탐 많고 악담을 잘하는 윤은
면회 한번 오지않는 아들들과 열아홉살짜리
젊은 부인을 빗대놓고 수시로 민영감에게
빈정대는 재미로 감방생활을 했다.
병이 깊어 해골같이 말라가던 민영감이
전방(다른방)으로 옮기자 이번에는
조선팔도가 모두 자기 고향이라고 이야기하며
늘상 싱글벙글 웃는 천하의 사기꾼
평안도 출신의 정이 오게된다.
수완이 좋은 정은 간병부에게 환심을 사
소화제나 고약등과 알코올솜을 과외로 얻어
얼굴과 손을 씻는다.
윤의 한수위인 정과의 사소한 갈등은
시도때도없이 이어져 병감이 한시도 
편할날이 없이 보낸다.
장질부사 앓는 청년이 오게되자
윤과 정과 같이 나는 민영감이 있는 방으로
옮기게된다.
병색이 더욱 깊어져 다 죽어가던 민영감은
병보석으로 풀려나고 그자리에는 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신문지국 기자로 근무하다
과부며느리와 추한 관계가있다고 
부자 하나를 공갈취재하여 돈을 갈취한
혐의로 강이 오게된다.
성격이 괄괄한 강은 보고 듣는게 많아
혼자 잘난 정에게 타박을 잘한다.
가게를 내고 장사를 하다 자본금을 잃자
화재보험금을 타려고 자신의 가게에
불을 지른 장질부사 청년은 부모가 없는
천애 고아로 형수품에서 자라나 병세가
악화되자 아주머니를 끊임없이 부르며 
숨겨갔다.
정과 앙숙이던 윤은 폐결핵이 악화되어
전방하고 정은'무량수경'을 밤낮 읊으며
무죄이기를 간구했지만 1년6개월의 
선고를 받고만다.
기자 출신강은 목수가 되었고,
복막염을 앓던 민영감은 죽고,
윤도 폐결핵으로 죽고, 
정은 신장염과 늑막염이 악화되어
공판정에조차 나갈 가망이 없다는
이야기를 내가 출옥후 석달만에
만난 간병부가 전한 소식이였다.
신이 아닌이상 우리는 누구나가 크고
작은 죄는 짓고산다.
단지 그 죄가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에는 손해에 해당되는 벌을 받기위해
감옥이라는 폐쇄된 공간에 갇치게 되겠지.
아무리 인간이 평등하다는 사심없는
논리를 가져다 놓고 감옥안을 들어다 봐도
감방안 사람들의 탐욕은 끔직스러울 정도였다.
특히 싱글거리던 천하의 사기꾼 정과
윤의 식탐은 가히 상상을 초월했다.
아침에 먹은 음식 저녁에 몽땅 토하고
설사로 내 보낼망정 순간적인 욕심은
배속을 그득 채워야만했다.
누구나가 실수는하고 산다.
한때 과오로 감옥에 갇혔다 하더라도
감옥안의 암담한 상황을 현실로
받아들여 침묵하고 사색하여
좀더 성숙한 인격체로 깊어 지기를
바란다는 것은 순전히 탁상공론에 불과 하겠지.
갑자기 팀 로빈슨이 주연으로 나왔던
'쇼 생크의 탈출'이 생각 나는건....
지극히 사소한 일상에 수없이 상처를 내며
갈등하는 그들을 보면서
나는 과연 타인의 눈에 어떻게 비치는가
앞으로 인간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 등등
나 자신의 모습에 많은 걸 깨닫게 만들었다.
친일하셨던 춘원이광수님을 솔직히 
개인적으로 탐탁지않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무명의 작품을통해
나자신 어떤모습으로 살아가야할지
자신을 되돌아 볼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
것 같아 이광수님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06.3.6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