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산
이야기
기차도 타 보고 산행도 즐기는
이른바 기차산행.
생각만해도 낭만적이죠.
어찌 생각하면 상당히
달콤하기까지
한 걸요.
마치 소프트
아이스크림같이.....
후후후
경춘선을 타기위해 청량리역에
내리니
휴일날은 언제나 그렇듯이 행락객들로
붐비는 것 같더군요.
경춘선만큼 다양한 표정의 차장 밖
풍경을
구경할 수 있는 곳도 드물죠.
끝없이 이어지는 푸르른 산들과
시원한 강물이 늘 유혹의 손 짓을
하는데야.....
강과 산들이 어울어져 한폭의
수채화같은
강촌마을을 지나 남춘천역에 내렸어요.
닭벼슬같이 샛빨간 맨드라미가
피어있는
역사의 풍경은 한가로운 초가을을 즐기고
있더군요.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 암울한 시대적
배경과
가난이 시달리다 30도 채 안된 젊은 나이에
요절한 소설가 김유정 고향마을이 있는
금병산에 가기로
했거든요.
벼들이 이제는 제법 누렇게 벼이삭을
패어있는
논두렁을 지나 산길에 들어섰어요.
계곡물이 얼마나 깨끗하고 맑기만
하던지
자신도 모르게 손이 계속물 속으로 담겨지는
것은 어쩔수가 없던걸요.
마치 세속에 더럽게 물든 손을 씻기라도
하는 것
처럼....
물이 철철 넘치는 계곡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는데 인적이 스쳐 지나간 자욱이 별로
보이지 않는 산길이 이어지더군요.
이름도 알수 없는 수풀들이 우거진
숲속에는
자신의 고유 영역을 침범한 무례한으로
보였는지 이파리 쫑꼿이 세우고 맨살을
사정없이 찌르기만했어요.
따끔거리는
아픔을 맛보며 수풀림을 헤치고
산행은 계속 되었죠.
마치 아프리카 밀림속을 탐험하는
기분으로
말예요.
보라빛 칡꽃을 보셨나요......?
향기를 맡아 보신 적은 있으신가요.....?
등꽃같이 보라빛 꽃잎이 마치 포도송이
마냥
송이송이 매달린 꽃잎에서 품어대는 향기는
영락없이 쟈스민향내라.....
그 매혹적인 향내가 온 몸을 휘감아
돌자
마음은 이미 황홀경에 빠져 헤어나기가
힘들더군요.
산행길 잃어버려 인적이 드문
수풀림으로
들어섰지만 여늬 산행 때와는 전혀 색다른
경험을 할수 있으니 그저 잼있고 스릴 만점였죠.
아프리카 오지 밀림속을
탐험할때 느끼는 것같은
묘한 쾌감을 안고 수풀림을 헤치는 산행은
계속 되었어요.
가다보면 길이 있다고 했던가요.
계곡물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다보니
드디어
산행길이 보이더군요.
나무들이 울창한 숲길에는 도톨이 밭였어요.
어찌나 도톨이들이
많던지....
나무잎 사이 부드러운 흙속에 살짝꿍 숨어 있는
도토리들은 갈색빛으로 반들반들 윤기가 돌아
가을이 오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죠.
마음은 아직도 여름인데 계절은 벌써
가을의
문턱을 넘어셨나봐요.
토실토실 잘 여문 도토리 하나를 줏어들어
이 가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시려오는 마음이라니....
아직 덜 여물어 초록빛 도토리,
오동통하니
갈색빛으로 잘 여문 도토리, 누우런 모자를
쓰고 있는 도토리들의 가을맞이 잔치를
구경하면서 정상을 향해 산행은 계속
되었죠.
'
작년일까요.
아님 재 작년
일까요.
아직까지 누우런 낙엽이 두툼하게
깔려있는
산길은 부드럽고 푹신한 카펫을 밟는것 같았어요.
깊은 숲속은 긴 세월의 자취를
포용하며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더군요.
금병산 정상에 올라 아스라이 멀리
보이는
호반의 도시 춘천은 물과 어울어져 왠지 맑은
소녀같던걸요.
노송들과 잣나무들이 어울어진 숲길을
내려
오면서 곧고 바르게 자라라는 그들은 늘
존경의 대상이죠.
김유정님의 생가가 있는 실례마을.
깔끔하게 잘 정돈되어있는 생가와
문학관에서
김유정님의 체취까지야 느낄수 없었지만,
아늑한 주변의 풍경과 더물어 김유정님의
자취는 충분히 맛 볼수
있었어요.
우리 민초들 삶을 질퍽한 글솜씨로
향토색
짙은 글들을 발표한 김유정님은 어찌보면
가슴 따뜻하여 더 정감이 갈수 밖에 없는
작가 중
한명이죠.
개인적으로 늦은 나이지만 늘 글쓰기를
꿈꾸는 저같은 사람에게는 작가들은 늘
희망과 존경의
대상이예요.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기차도
타보고
산행 길 잃어버려 수풀림 울창한 아프리카
밀림속 가는 느낌으로 탐험의 맛도 즐겨보고
맑고 깨끗한 계곡물 속에 담겨있는
파란다래를
건져 생전 처음 다래맛도 보고
보라빛 칡꽃이 주는 매혹적인 향기만큼이나
황홀하도록 달콤한
기차산행였어요.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 할수 있었던 너무도 소중한 시간였습니다.
2004년 8월 30일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