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Essay

두물머리

NaMuRang 2014. 5. 1. 10:07

고독의 민낯을 보러가자

무수한 세월을 몸으로 견뎌내며 살아 온 느티나무가 부활의 봄을
맞이하여 연두빛 나뭇잎을 걸치고 우리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우리동네 시민회관 언덕에는 아기철쭉처럼 올해는 유난히도 작은 철쭉꽃들이
화들짝 피어 철쭉동산을 촘촘하게 수 놓으며 예쁜짓을 하였지만
그들이 제아무리 예쁜짓을 해도 황폐해지는 내 가슴은 어쩌지 못해 절망스러웠다.솔직히
하지만 이렇게 400년을 살아 온 느티나무가 세월의 흔적처럼 매달고 있는 연두빛 나뭇잎들이
봄은 분명 왔다고 무언의 메시지를 전해준다.촉촉하게 빗방울에 젖어서.
'그렇구나 봄은 이미 내 곁에 와 있었구나...'

 

신새벽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물안개속에 떠 있는 무인도는
우리네 가슴속에 숨겨져있던 고독의 민낯이 잠시 들어나는 순간이기에
카메라를 만지는 사람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을 것이다.
비교적 도심에서 가까이 그를 만날 수 있다면 지쳐가는 일상에 다소 위안이 되는 것

또한 분명하다

 

'잔인한 4월'이라고 온 국민의 가슴에 주홍글씨를 새기며 상중이라 부슬부슬 비가 내리던

4월 마지막주 일요일날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에서 출사가 있었다.

 

봄 신고식을 치른 두물머리

강물 언덕위에 있는 담장을 따라 두물머리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느티나무를 찾아간다.

밤새도록 내린 비가 마치 못자리 논에 물처럼 찰랑찰랑 넘치지만 그것은 논이 아니고 연꽃 밭이라는 것은 두물머리를 한 번이라도 다녀 간 사람들은 누구나가 다 아는 공개된 비밀이다.
기와담장 안에 서 있는 나무들이 연두빛 수채화 물감을 풀어 연꽃 밭 물위에 풍경화를 그리고 있었다.
비구름조차 투명하게 빛나는 물위에서는 느티나무가 손짓한다 어서오라고.

 

황포돗대조차 올리지 못한 나룻배 한 척 외로이 서서 지난날 두물머리의 영광을
나 홀로 들려주고 있다.
아득히 먼 옛날 두물머리에는 어떤 사연들이 있었을까?

그 어떤 사연들을 듣고 싶어 느티나무 아래 모인 사람들이 아련하게 보인다.

광복 후 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국토는 부서지고 허물어져 비약적인 발전을 했다고 자타가 공인했지만 우리는 잃은 것 또한 부지기수다.
조선업이 세계에서 5위로 성장을 하였어도 여객선은 하필이면 일본에서 중고를 사들이는 나라.
'대장간에 식칼은 없었다' 누구를 위하여 성장을 해야만 했는가.
21세기 자본주의의 모순을 해결하는 방법은 노동자들의 혁명이 아니라 최상위 부유층의 순수재산에 대한 누진세를 적용해야 한다고 프랑스의 '토마 피케티'가 자신의 저서 '21세기 자본론'에서 외쳤다고 한다.
'그들만의 잔치'에 이보다 더 명쾌한 해답은 지구상에서 없을 듯 싶어 십년묵은 체증이 한 순간에 날아가는
쾌감을 맛 보았다.


저 멀리 강물위에 외딴섬이 부슬비에 젖어가고 있다.

안개에 휩싸이지 않아도 고독의 민낯을 보는 듯 싶어 울컥했다.


바위틈에 피어난 애기똥풀이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내 가슴을 파고든다.
강물은 여전히 잔잔하게 여울져 흐르고.

나무들은 연꽃 밭 물위에 봄 맞이 수채화를 그려 놓고 있다.

그들의 평화로운 풍경에 뒤돌아서는 발길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아직은 국상 중이다.
언젠가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에게도 이처럼 평화로운 풍경이 마음속에
깃들기를 소망하면서

2014.4.27

Na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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