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선물
엄동설한 강추위를 아슬아슬 피해가며 무사히 겨울이 지나가고 있다.
엊그제 까치까치 설날까지 보냈으니 바야흐로 새해가 분명하다.
새해가 되었다해서 특별하게 달라지는 것 없는 평범한 일상을 가볍게 흔들었던 둘레길.
그 동안 가고 싶어도 기회가 없어 갈 수 없었던 둘레길을 둘러 본다는 게 꿈만 같아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은 북한산 자락에 가 있곤 했다.
겨울의 특허상품 '눈'이 품귀현상 빚었다는 소문도 없었는 데
대책없이 비가 오는 주말. 설마하니 일요일까지 연장전을 빌릴까 싶어
조마심 치는 마음을 달래보았지만 기대와 상관없이 휴일 아침 비가 내린다.
상심한 마음을 애써 위로하며 우산을 주섬주섬 챙겼다.
북한산 구름정원길
불광역에서 6개월만에 산우님들을 만났다.
반가움에 두런두런 안부인사를 주고 받으며 안개비가 자욱하게 내리는 도로를 따라
한참을 올라갔더니 아파트가 훤히 보이는 공원이 나타났다.
공원에서 둥그렇게 원을 그리며 둘러서서 자신을 소개하고 오늘 일정을 친절하게 설명하는
산악대장님 이야기를 듣고나서 가볍게 스트레칭도 했다.
둘레길 어쩌면 울타리길이라 해도 될 성 싶다.
산 둘레를 순우리말로 테마를 붙여 구간을 나누었는 데 북한산은 제1구간 소나무 숲길을 시작으로 21구간 우이령길까지 있다고 한다.오늘 우리가 가는 둘레길은 8구간 구름정원 길이다.
비 구름 가득한날 구름정원을 걷다니....
나무로 만든 둥근 아치모양의 나무문 안으로 들어서면 고무가 촘촘히 박혀있는 나무계단을 만나게된다.
나무계단을 오르내리며 이따금씩 누우런 잔디가 소복한 흙길도 지나갔다.
낙엽잔치를 채 끝내지 못한 떡갈나무는 겨우네 추위에 지친 메마른 나뭇잎
가득히 매달고 안개비에 촉촉하게 젖고 있다.
가로수 나목에 익숙해져 있었는 데 갑자기 나뭇잎을 보자 비록 메마른 나뭇잎이라해도
꽃처럼 아름다워 오랫동안 그들에게 시선이 거두어지지가 않는다.
인적이 드믄 숲속에는 안개가 자욱하게 피어오르고 있다.
자욱한 안개 숲속은 언제나 '카멜롯의 전설'이 떠오른다. 나에게는 없는 란셀롯 기사와 함께.
가냘픈 나뭇가지에 빗방울이 방울방울 맺혀있다. 내 설음처럼.
스치기만해도 좌르르 쏟아 흔적조차 남기지 않을 부질없는 설음이!
100세 시대 보약.
제법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서니 전망이 좋아 하늘전망대라는 멋진 이름의 전망대를 만날 수 있었다.
나무로 만든 전망대에는 포토 존까지 설치 되어 있었지만 뿌연 안개가 도심의 풍경을 강력하게
차단하고 있어 마치 안개성에 갇힌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다.
100세 시대가 대세인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재산 목록 1호는 건강이다.
개인적인 차이는 있다 하더라도 건강은 누구나가 지켜야할 의무이자 권리다.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만족 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걷기 운동인 듯 싶다. 특히나 힘들이지 않고 가볍게 주변 풍경을 보면서
여유를 한껏 즐길 수 있는 걷기 운동에는 둘레길도 있다.
일찌기 '장 자크 루소'는 "나는 걸을 때만 명상을 할 수 있다. 걸음을 멈추면 생각이 멈춘다.
나의 정신은 오직 나의 다리와 함께 움직인다"는 걷기운동의 예찬론을 나무판에 새기어
하늘전망대 입구에 세워 놓기도 했다.
하늘 전망대 포토 존에서 내려서면 'skywalk'라고 하는 나무다리를 건너게된다.
구름정원 길이라 그런지 하늘이란 명칭이 빠지지 않는다.
구기터널 상단지역 계곡 위에 형성된 스카이워크는 소나무숲속을 가로지르며 깔려있다.
안개비가 하루종일 오락가락하지만 겨울속에 봄인듯 제법 포근해진 바람이 스카이워크
양 옆에 있는 소나무숲속에 솔향을 실어날으고있다.
쌉사래하고 고혹적인 솔향기가 지친 내 영혼에 스며든다.
그들의 향기에 취해 60m 나무다리는 너무 짧기만 하고.
2014.2.1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