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산행기

속리산행

NaMuRang 2013. 4. 17. 08:29

백목련이 전해 온 봄 소식

언젠가부터 목련이 거무스름한 겉껍질 벗어 버리고 하얗게 속살을 보이기 시작했다.

빈 나뭇가지위에 올라 앉아있는 목련은 꽃샘바람의 매서운 질투에도 꿋꿋하게 잘 견디고 있지만

출근길 그들을 바라보는 마음은 애처롭기만하다.

 

이따금씩... 놀러오는 새들이 백목련 꽃봉오리 사이를 숨박꼭질하면서 봄 소식을 물어다 주기는 하는 걸까?

혹시나...꽃샘바람의 시샘에 얼어 죽는건 아닐까?

 

며칠 전 출근길 찬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커다란 목련나무를 올라보는 순간 우아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그들을 발견했다.

빈 나뭇가지를 온통 하얀 꽃으로 수 놓은 백목련을 고개가 아프도록 올려다보면서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

공사다망하여 숨가쁘게 바쁜 일상을 파고 든 백목련꽃의 유혹을 쉽사리 뿌릴 칠수가 없어

내 유일한 휴식처로 자리매김한 산행을 떠 올려본다.

 

'죽은 땅에 라일락이 피는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던 4월도 중순으로 넘어가는 4월 둘 째주일날 속리산으로 정기산행이 있었다.

 

두어 달만에 거실 한 구석에 숨어(?)있던 배낭을 꺼내 뽀앟게 내려앉은 먼지를 툭툭 털어내며 우중산행 준비를 한다.

(하필이면 산행하는 날 비가 오다니...수도 없이 이 생각을 되뇌면서...)

 

제법 많은 비가 오는 이른 아침 속리산행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사당동으로 갔다.

오랫만에 만나는 산우님들 그리고 새로오신 산우님과 반가움에 인사를 나눈다.

대형버스 안을 꽉 채운 산우님들을 보면서 산행이라는 공동의 목표가 있기에

따로 또 같이 '우리'라는 인연을 맺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속리산을 가장 쉽게 오를 수 있는 구간

비가 부슬부슬 오는 농가의 풍경이 차 창문 너머로 가까이 다가왔다 멀리 사라진다.

아직은 뼈만 앙상한 산속 나무들에게 노오란 개나리가 앙증맞게 웃으며 '봄'이라고 한다.

아....봄 이구나' 그들의 예쁜짓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머금어진다.

 

산 허리을 뻥 뚫어 놓은 터널을 지나 잘 닦여진 고속도로를 달려 속리산행 버스는

경북 상주시 화북매표소주차장에 도착했다.

 

산행 버스에서 내리자 전혀 반갑지도 않은 빗방울이 한 두방울씩 떨어진다.

불안한 마음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니 비 구름 가득한 하늘에는 희미한 햇살 조차 없다.

저멀리 아스라이 보이는 문장대 산허리를 비 구름이 감싸 앉고 있어 '유격훈련'을 해야 하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는 없었다.

 

하지만 문장대까지 3.8Km라는 나뭇표지판이 마치 구세주처럼 눈에 들어왔다.

 

목표지점까지 십리도 채 안되는 산행이기에 제아무리 거북이산행을 하더라도 1시간 30분까지면 충분히 정상을 밟을 수 있어 '유격훈련'의 불안감을 훌훌 떨쳐버릴 수가 있었다.

 

경북 상주시 화북면 장암리 화북매표소에서 문장대까지는 속리산행 제 5구간으로 가장 손쉽게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구간이라고 한다.개인적으로 초보산행꾼이다보니 이보다 더 좋은 속리산행 코스가 있을까싶다.

 

가벼운 마음으로 우의를 입고 우산까지 쓰고 우중산행은 시작되었다.

부슬부슬 이슬비가 내리는 돌 계단 산속을 올라가는 길목에서 진달래를 만났다.

가느다란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연분홍 진달래가 이슬비에 젖어 고개를 살폿이 숙이고 있다.

"진달래야...."오랫만에 옛친구를 우연히 만난것처럼 반가움에 말 문이 막힌다.

 

올해 처음보는 그들에게서 눈길이 거둘어지지가 않지만 갈 길 바쁜 구름 나그네처럼 산행을 계속 되었다.

 

'성불사'란 나뭇표지판을 비켜간다.

'성불사의 밤 풍경소리를 객이 홀로 듣는다'는 이은상'의 '성불사의 밤'노래가 문득 떠오른다.

물론, '이은상'님의 작시에 나오는 '성불사'는 아닐지라도 전국에는 '성불사'라는 사찰이 열 손가락이 모자랄 정도로 많다고 하니 '성불'은 불교인들에게 깊은 의미를 부여하나보다.

 

이따금씩 잔설이 눈에 띈다."눈 봤다" 나도 모르게 농담을 산우님께 건네면서도

"꽃 피고 새가 우는 춘삼월도 지났는데 잔설이라니...'하는 생각은 떨쳐버릴수가 없다.실감이 나지 않는 현실은 산속에도 있다.

 

계곡물 소리가 청아하게 들려온다.

맑게 흐르는 청정수 계곡 물에 지친삶으로 찌들어버린 내 영혼을 흔들어 씻는다.

겨우네 추위로 지쳐버린 내 마음도 함께...울컥 눈시울이 붉어지는건 왜 일까?

 

천연 장인들의 손길로 다듬어진 암석들의 축제장 속리산

과히 가파르지 않은 오르막길에는 조리대가 숲을 이루고 있다.

끊임없이 불어대는 봄바람에 춤을 추는 대나무잎사귀가 내 가슴에도 설렁설렁 봄바람을 일으킨다.

"산행 하기를 참 잘했어...아무렴..."나도 모르게 자그마한 소리로 속삭여본다.

 

봄 바람 따라 가볍게 산행을 즐기다보니 나뭇표시판이 문장대 1.0 Km라고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코 앞이 정상이라는 안도감과 함께 속리산은 유난히도 이정표가 잘 갖추어져 있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정상으로 올라 갈 수록 솜씨 좋은 장인의 손길이 거친듯 기기묘묘한 암석들이 축제장을 열어 놓은 듯 싶다.

거센 봄바람에 놀라기라도 한 듯 비 구름 거친 하늘에는 화사한 모습에 햇님까지 난생 처음 문장대를 찾아 온 초보 산행꾼을 반기고 있었다.

 

문장대 바로 아래에는 넓다란 바위가 마치 마당바위처럼 펼쳐져있어 점심식사 하기에는 안정맞춤인지라 산우님들과 옹기종기 모여 화기애애하게 점심식사도 했다.

 

문장대(1.58m)에 올라서자 속리산 정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속리산은 우리나라 팔경답게 천황봉과 비로봉 길상봉 문수봉 관음봉 묘봉 보현봉 수정봉등 8개의 봉우리와 입석대 경업대 배석대 신선대 봉황대 배석대 학소대 산호대 등 8개의 대가 산속에 넓게 자리를 차지하고 흩어져 저마다의 모습으로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다.어쩌면...앙상하게 뼈만 남아 있는 나무들 덕분에 속리산의 속살을 보는 행운을 얻었는지도 모른다 솔직히.

 

처음에는 구름속에 감추어져 있던 봉우리 '운장대'에서 조선의 세조가 속리산에서 요양 중 이곳에 올라 와 삼강오륜을 하루종일 읽었다하여 '문장대' 이름이 바뀌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문장대는 경북 상주시 화북면 장암리가 현주소라고 바윗돌에 깊숙하게 새겨져있다.

속리산하면 우리는 흔히 충북 보은을 생각하게 되는데 보은 쪽에는 봉우리와 대가 많고 상주쪽에는 용유동계곡과 폭포가가 많다고 한다.

 

배보다 배꼽에 더 큰 산행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면 단연코 화북 매표소를 들머리로 시작하여 법주사를 날머리로 코스로 잡은 속리산행이라고 할 수 있다.

들머리에서 정상까지는 1시간 30분 남짓였지만 하산 코스는 무려 3시간이 넘게 걸렸다.

하산길에 만났던 속리산의 기기묘묘한 암석들의 축제장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몸을 날려 버릴듯 거세게 불어대는 봄바람조차 충분히 즐기면서 발길을 재촉했다.적당히 흐르는 땀을 봄바람이 시원하게 씻어주는 4월은 산행하기 참 좋은 계절이라는 이야기가 나도 모르게 불쑥불쑥 튀어나왔다.

 

법주사로 가는 길목에서 만났던 금강송 숲속 향기에 젖어

법주사로 가는 길목에서 만났던 미끈하게 잘 빠진 금강송은 겉껍질조차 마치 거북이 등처럼 각질이 단단하여 어디 한 군데 흠 잡을 때 없이 완벽한 위엄으로 빛나고 있었다.

산행을 오래하신 산우님은 나무에 대해서도 전문가 수준이 되시는가보다.

 

금강송처럼 미끈하신 전천우고문님의 '나무학 강의'에 귀 기울이면서 담쟁이가 참나무나 소나무에 기생(?)하면 약초가 된다는 것도 알었다.

 

몇 백년을 됨직한 떡갈나무와 굴참나무 상수리나무 등 참나무와 금강송으로 숲을 이루고있어

나뭇잎이 무성한 계절에는 피톤치드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겠지만 금강송에 품어내는 솔향기

또한 피톤치드에는 그만인지라 가슴 깊이 솔향기를 들여마셔본다.마치 심지 굳은 선비향같은 쌉싸름한 향기를!

 

속리산하면 떠오르는 사찰은 법주사이고 법주사에는 동양 최대의 미륵불 입상(33m)인 금동미륵대불상이 있다.

미륵대불상이 석양빛에 금빛 찬란한 빛을 발하고 있다.

불교신자가 아니기때문에 특별하게 가슴에 와 닿는건 없다하더라도 천년 고찰에서 풍기는 사색의 평온함만은 그 어떤 종교에서도 느낄 수 없는 불교만의 독특한 문화가 아닐까 하는 발칙한 생각을 해 봤다.

2013.4.15

NaMu

'NaMu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명산행  (0) 2013.06.07
지리산 바래봉  (0) 2013.05.15
선자령  (0) 2013.02.20
나무들의 반란 북한산행  (0) 2013.01.02
관악산행   (0) 2012.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