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여행기

하늘공원

NaMuRang 2012. 10. 17. 10:33

 

'깊어가는 가을'이라고 강력하게 항의를했다.

 아침햇살이 따뜻하게 다가 온다.
'겨울'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갑자기 마음이 급해진다.
찬바람을 앞세우며 넌시지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그에게 '깊어가는 가을'이라고 강력하게

항의를 했다.

빌딩숲으로 이루어진 도심에서도 강과 동산에서 가을향기를 동시에 젖어 볼수 있는

하늘공원은 상암동 난지도에 있다고 한다.

 

난과 영지가 자생하는 섬이 억새꽃 피는 공원으로 다시 태어난 사연

난과 영지가 자생하는 섬 난지도(蘭芝島) 이름은 너무도 예뻣지만 서울시민의 쓰레기처리장으로 

전락하는 사건이 1978년 3월 18일에 있었다.
그로부터 1993년까지 만 15년 동안을 서울시에서 내다버린 쓰레기는 자그만치 해발 95m의
쓰레기산이 두 개나 되었다고 한다.
1993년 쓰레기하치장 난지도를 완전히 폐쇠하고 생태복원 작업이 시작되어
2002년 제17회 월드컵축구대회를 기념하여 2002년 5월 1일에 새롭게 생태공원으로 개원했다.

난과 영지가 자생하던 섬에서 억새꽃이 피는 정원으로 다시 태어난 하늘공원에서

10월 21일까지 억새꽃 축제가 있다고 하여 출사가 있었다.

 

하늘공원 입구 있는 월드컵 공원에서 아침식사를 하는 호랑나비

지하철 6호선을 타고 월드컵 경기장역에서 내려 1번 출구로 올라와 하늘공원 입구에 오면
하얀 물줄기 뿜어 올리는 분수와  주홍빛 갈대가 하늘공원을 찾아 온 관람객들의 발길을 잡는다.
호수에 흐르는 물길을 따라 가다보면 징검다리가 보인다.
징검다리를 건너 정원 안으로 들어가면 공작초(하얀소국)가 흐드러지게 피어 고혹한 향기로 꿀벌과 나비를 불러 모은다.


무늬가 화려하여 위엄이 한껏 있어보이는 호랑나비 한 마리 공작초 위에 살포시 내려 앉는다.

화려한 날개와는 달리 가늘고 긴다리를 들국화 노오란 꽃잎위에 살짝 걸치고 주사바늘처럼 날카로운 입을

꽃잎에 푹 파묻고 꿀을 빨고 있는 나비의 아침식사에 내 카메라는 참지를 못한다.

눈치채지 못하게 조심조심 그리고 찰칵! 뒤로 살며시 물러났다.평화로운 아침식사에 해방은 놓지

말아야지^^

 

사실은...갖혀있는 물이다 보니 그렇게 맑지는 못하지만 파아란 가을 하늘이 내려앉은 호수의

물 빛은 카메라 렌즈속에는 온통 샛파란 에메랄드빛으로 비친다.


파아란 에메날드빛 호수 건너편 동산 꼭대기까지 지그제그로 놓여진 계단은 하늘공원으로

넘어가는 길이다.
아직은 녹색빛이 더 많은 저 동산이 바로 난지도 해발 95m의 쓰레기산였다니 상상이 가지 않는다.
언제나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어쩜 그리 하늘공원은 속속들이 가르쳐주고 있는 것인지!
식물들의 위대한 생명력이 새삼스럽다. 

 

하늘공원 계단 입구부터 빙둘러 서 있는 행락객들의 줄은 어느 세월에 하늘정원까지 올라갈지

까마득하여 계단으로 오르는 것은 포기하고 이름하여 '하늘공원 둘레길' 이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는 언덕길을 따라 언덕길섶에 피어있는 가을꽃 국화향을 마음껏 들여마시며 매끈한 바윗돌에

'하늘공원'이라고 깊숙히 새겨져있는 하늘공원에 올라갔다.

 

하늘공원 바윗돌 위에서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청춘남녀들의 줄이 끊어지지가 않아 카메라에 그 모습을 다 담을 수는

없었다 하더라도 억새꽃 축제에 어울리게 억새꽃들이 하늘공원 바윗돌 뒤에서 하늘하늘 여린춤을

추며 눈인사를 잊지 않는다.

 

억새꽃밭에서 희망의 우체통을 만나다.

빛으로 수 놓아진 억새꽃밭 아래로 한강다리가 보인다.

제 1한강교가 어디쯤에 있는가...뽀얀먼지가 쌓여있는 기억의 창고를 뒤적인다.


중학교를 추첨으로 입학한 세대다.집은 용산구에 있고 학교는 영등포구 장승백이 맞은편 산자락에 있던 신설학교를 매일 한강다리 건너 통학했지만 그 후로 한강을 볼 일이 몇 번이나 있었나싶다.

황금보다 귀한 시간을 낭비하여 후회로 얼룩져 부도난 내 인생의 이력서를 찢어 강물위에

날려버렸다.

리고 파아란 하늘에 자유롭게 서 있는 작은 새집이 찬란한 미래를 약속하는 우체통인양
새로운 희망의 이력서를 살며시 접어 넣어 놓았다.

억새꽃밭에서 만났던 초가지붕 위에 노오랗게 여물지도 못한 서너 개의 호박은

얼룩백이 황소가 게으른 울음을 울던 꿈에도 잊지 못하는 그 곳 '정지용'님의 '향수'가 떠 올라 울컥 목이 메인다.

영원히 치유되지 않는 향수병 3기 환자는 어쩔수가 없다.

아직도...가을 햇살은 눈 부시게 화려하기만 한데

 

은빛물결 출렁이는 억새꽃이여

그대의 여윈 어깨에 내 설음을 차마 얹지도 못하고 뒤 돌아서나니
할 수있다는 굳센의지로 중무장하여 서로의 빈가슴을 위로하는 그대처럼

오늘도 뜨거운 열정으로 벽돌 한 장 구어 내 성벽에 올려 놓는다.

참기 힘든 시절이 있다해도 서러워하지는 말아야지 그대들처럼

2012.10.14

NaMu

에필로그: 

오랫동안 기다린 끝에 하늘공원에서 한강 너머로 지는 석양도 보게 되었다.

 

세월이 약이다.

강 건너 저 멀리 한 순간 붉게 타 올랐다 사라지는 석양빛이 못내 아쉬워 서성인다.


석양빛 잔영에 묻혀 어디론가 날아가는 비행기.

부질없는 상처로 아퍼했던 지난날이 떠오른다.
이제는 웃으면서 용서 할 수 있는 그런 일들이
세월이 약이다.

'NaMu 여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베어트리파크   (0) 2014.06.05
오지탐험 용곡천   (0) 2013.08.14
해미읍성에 가다   (0) 2012.05.02
동명항과 화진포해수욕장   (0) 2012.02.21
간송미술관과 길상사   (0) 2011.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