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사철 푸르름으로 내 곁을 지켜주던 스파티필름.
시시때때로 눈여겨 보면서도 물 조차 주는 것을 잊어버릴 때가 허다하다.
목이 마르다며 기다란 이파리 축 늘어지면 재빨리 물 한 컵 화분에 부으며
'혹시나 죽으면 어떻게 하지...'잠시 조마심도 쳐보지만
언제나처럼 기다란 이파리 꼿꼿이 일으켜 세워며 "아무렇지도 않다"고 위로를 잊지 않아
미안한 마음을 갖게 만드는 그는 내 책상 위 하얀 울타리화분속을 일년 넘게 지키고 있었다.
그렇지만 하루종일 햇볕을 보지 못해 '꽃'이라는 걸 피워보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 애처러워
꽃피는 봄이 내 곁을 찾아오면 꽃 화분이라도 사다 놓아야지 하면서도 내 일이 아닌것처럼
차일피일 미루다가 봄은 훌쩍 떠나가 버렸다.
지나가 버린 봄이 아쉬워 꽃이라도 사다 놓을걸 하는 때 늦은 후회도 해보면서^^
유난히도 더웠던 올 여름
더위와의 전쟁으로 울타리화분속에 꽃을 사다 놓는다는 생각은 감히 할 수 조차 없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푸르름을 자랑하는 스파티필름이 대견하여 흐믓한 미소로 바라보던 적이
어디 한 두번 였겠는가!
폭염이 계속되던 며칠 전 커피를 마시면서 약간 남아 있던 커피에 물을 부어 스파티필름한테도
커피를 주었더니 왠일인지 하루가 지나도 기다란 잎파리들이 축 늘어져 더 이상 일어나지 못하고 말었다.
가끔씩 먹다 남은 커피물에 찬물로 희석시켜 무늬만 커피인 물을 부어주어도
커피를 마셨다고 금방이라도 긴 이파리 펄럭이며 춤이라도 추는듯 싶었는데
제아무리 실내가 시원하다 하여도 폭염 속에서는 미지근한 커피물이 그에게는 치명적인 사건였나보다.
오랫동안 내 곁을 지켜주며 채워지지 않는 내 외로움과 동행했던 그를 보내면서
이제야 제 정신이 들어 하얀 울타리화분을 들고 화원으로 갔다.
살며시 미소를 머금은 노오란 국화가 가장 먼저 내 마음을 사로 잡었지만
차마 살수는 없었다.
햇볕이 들지 않는 실내에서는 꽃이 채 피기도 전에 시들어 버리는 것을 이미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이다.
혹시나 실내에서 키울만한 꽃이 있을려나 싶어 화원을 대여섯바퀴는 족히 돌며 서성거려 보았지만
마땅한 꽃이 없어 꽃에 대한 미련을 애써 떨쳐버려야만했다.
연미색 테두리 이파리가 꽃잎인척 하는 팻츠헤데라,
초록빛 이파리가 연두빛으로 그라데이션 되어있어 이파리만으로도 충분히 꽃잎처럼 보이는 싱그니움.
그리고 사시사철 청춘인 스파티필름으로 하얀 울타리화분속에 채워넣었다.
오늘도 그들은 내 책상위에서 녹색의 정원을 꾸미느라 여념이 없다
시시때때로 그들과 눈맞춤하며 지쳐가는 일상을 추스려본다.
어쩌면 그들은 실내 공기만 정화시키는게 아니라
세파에 찌들어가는 내 마음도 정화시켜주는 녹색의 천사는 아닐런지!
2012.8.22
NaMu
'Photo Ess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향기 물신 풍기는 안성 팜랜드 (0) | 2012.09.11 |
---|---|
두물머리 (0) | 2012.08.29 |
카메라와 친해지기 (0) | 2012.08.13 |
꿈 그리고 현실 (0) | 2012.06.05 |
우리동네 꽃동네 (0) | 2012.04.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