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Rang 봉사활동

서울영아 일시 보호소를 다녀와서

NaMuRang 2011. 8. 31. 10:19

 

칸막이 침대 난간을 붙잡고 서 있는 아이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

'잠시 맡겨 놓은 아기일까...'하는 생각이 번개처럼 스쳐지나간다.
고개를 갸웃하며 반갑게 눈웃음치는 아이를 안으며
혹시나 싶어 침대 앞을 살며보니 아이 생년월일과 이름표가 붙어있었다.
'아...그랬구나... 이건 아닌데...'

 

'비와의 전쟁'였던 여름을 보내자마자 늦더위가 한판 승부를 벌이자고 찾아 온
8월 4째주일날 서울영아 일시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이 있었다.
폭염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지하철 역삼역에서 봉사활동 친구들을 만났다.

 

여름날의 소리꾼 매미조차 늦더위에 지쳤는지 조용하기 이를데 없는 가로수 길을 지나

바윗돌에 새겨진 '인류복지'라는 글이 유난히 가슴에 와 닿는 정문에 들어선다.

 

백일이 지난 5~6개월 아기들이 있는 3층 다람쥐방에 터줏대감 승헌이는 10개월이 넘었다.
고개를 갸웃하며 내 얼굴을 쳐다보는 아이의 예쁜짓에 나도 모르게 웃음꽃이 피었다.
양 손으로 아이뒤를 잡고 걸음마 연습을 했다.
또박또박 잘도 걷은 승헌이는 신바람이 났다.

 

한손에 글러브(손 싸게)를 끼고 두툼하게 접은 수건을 베게처럼 앞가슴에 깔고

엎어져서 팔 다리를 파닥거리며 기는 연습이 한참인 푸름이.
침대에서 뒤집었다 엎어졌다하는 은호.
그렇게 아기들은 칸막이침대에서 기고, 앉고, 일어서는 연습을 부지런히하고 있었다.
어느 누구 하나 거들어 주는 사람 없어도 혼자서 잘하는 아기들만의 세계가
대견하다 못해 가슴이 절절하다.
인간 승리가 따로 없다.
엎어져서 기는 연습에 실증이 난 아기가 칭얼거리자 성격 좋은 보모선생께서
조기 교육을 시킨다고 외국 만화영화를 다운 받아 스마트폰을 아이 눈 앞에 놓아준다.
뭔지는 모르지만 조잘거리듯 들리는 말소리에 솔깃하게 귀기울이고 있는 아기의
뒷 모습에는 사랑이 담뿍 묻어있다.

 

3월16일생 하늘이는 언뜻 보기에는 영락없이 여자같이 예쁘장하다.
눈이 마주치자 유심히 보는듯 하더니만 울음보를 터트린다.
낯가림쟁이 하늘이를 시골에 계신 부모님 농사일 거들어주느라
늘 바쁜 봉사활동 친구가 오랫만에 와서 마치 엄마처럼 보듬어준다.
엄마품에 안기듯 봉사활동 친구 가슴에 착 안긴 하늘이는 한시도 떨어져 있을려고 하지 않는다.

 

기다란 속눈썹에 머루포도알처럼 예쁜눈에 준혁이는 영화배우처럼 잘생겼다.
같이 봉사활동 하던 친구들이 '머루'라고 부른다.
'머루'를 안고 보행기에 서 있는 승헌이한테 갔다.
보행기 앞에 붙어있는 인형들이 사탕이라도 되는양 침을 질질 흘리며 빨고 있는 승헌이.
아기를 들여다보며 승헌아 준혁이하고 같이 놀자 했지만
어느사이 또 다른 인형을 붙잡고 빨고있다.
안되겠다 싶어 승헌이를 보려고 '머루'준혁이를 침대에 눕히자
이번에는 준혁이가 몸부딤치면서 울어댄다.
준혁이를 다시 안고 보행기 앞에 매달린 프라스틱 인형을 열심히 빨아대는 승헌이에게로 가
'승헌아 준혁이하고 놀자'하고 아기 이름을 부르자 아이가 한 쪽눈을 찡그린채 힐긋 쳐다본다.

다행이 청소를 막 끝내고 오는 대학생 형아에게 '머루'준혁이를 맡기고
승헌이를 보행기에서 얼른 빼냈다.

 

침대가 쭈욱 늘어선 방안을 두어 바퀴돌며  걸음마 연습을 하고

다시 아기를 안고 가만히 아이와 눈 맞춤을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산초 판사'같이 생긴 승헌이.
도저히 참지를 못하고 보모선생께 안고 있던 승헌이를 보여주며 '산초'같이 생겼어요 그러자
보모선생이'산초'가 뭔데요 하고 물어본다.

'돈키호테'에서 나오는'산초 판사'말예요.
그러자 보모선생이 웃음 터트리며 그래도 승헌이는 귀염둥이라고 한다.
"아무럼요...영락없다니까요...잘생긴 구석은 없어도 고개 옆으로 갸우뚱하고 바라보는 호기심 가득한 눈하며
가끔씩 슬며시 손가락 꼬~옥 잡는 다정한 맘씨하며....
그런데 눈 한쪽이 진물렀어요"
태어날 때 부터 왼쪽눈 망막이 없어 사물을 보지 못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천만다행 보는데는 이상이 없다는 슬픈 사연(?)을 가진 승헌이.
그래도 여전히 씩씩하다 마치 '산초 판사'처럼^^

 

그네에 누워 손 장난하며 놀던 은호는 유난히 보모선생을 사랑하는 가 보다.

먼 발치에서 자신의 이름만 불러도 좋아서 손뼉을 치는 은호.
이미 5~6개월 아기들의 사고는 어른이나 매 한가지인 듯 싶다.

 

혼자서 백일도 치르고 이 세상 어느 누구 하나  특별하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도

뒤집기와 기기,앉기, 서기도 혼자서 잘하며 성장하는 다람쥐반 아기들이지만,

희망의  꽃은 아기들 가슴에도 방안에도 활짝 피고 있었다.

이유야 어떻든지 간에 부모의 버림을 받고 입양 신세를 졌지만  IT황제로 우뚝 섰던 '스티브 잡스'처럼

머잖아  IT업계의 황제 '스티브 잡스'의 후예들이지 않는가!

2011.8.28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