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비가 연장전에 들어갔나봐요.
비가 오면....무슨 생각을 하시나요^^
바깥마당 입구에는 감나무 두 그루가 마주보고 있어요
언덕아래에는 큰 감나무가 수호신처럼 지키고 있던 고향집이 아련히 떠 올라요.
상아빛 도톰한 감꽃잎은 끝만 살며시 벌어진 통꽃이라서 꽃목걸이 꽃팔지를
만들기에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죠.
마치 인디언 추장처럼 꽃목걸이를 겹겹이 걸고 의기양양하던 천방지축 어린시절.
기억도...아득해서 그런 시절이 있었는가 싶지만,분명 그런 시절이 있긴 있었어요.
저번주에 동창회 모임이 있었거든요.
서너달만에 만나는 친구들 여전히 반갑죠.
친구가 있어요.
한 때는 나라안에서 두 번째 가라고하면 서러워 할 기업체에 다니 던
소위말해서 잘 나가던 친구였어요.
외국 지사 발령을 받고 외국으로 나갔던 친구는 아이들 교육 기타등등 여러가지를
고려해서 국내에 들어오지 않고 미국 현지에서 주저 앉았어요.
그 친구말로는 미국은 아이들 한테는 천국이라고 했어요.
처음에야 자본도 있겠다 야심차게 사업을 시작했지만,
조직이라는 탄탄한 울타리에서 십년넘게 직장생활 한 사람이 울타리가 걷히고
허허벌판에서 성공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 만큼 극 소수자 만의 행운이 있는거죠.
(그것도 국내도 아니고 타국에서...)
그 친구는 그 행운에서 서서히 빗나가기 시작했어요.
인생 쓴맛 톡톡히 보면서 맘 고생이야 하루에도 몇 번씩 지옥에 문을 왔다 갔다 했을 거예요.
아직은 작은애가 대학에 다닌다고 하지만 이제는 국내에 와서 터를 잡을 려고 하나봐요.
몇 년 만에 봤는 데 물론 고생은 했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성격도 여전히 좋아 보였고 생활에 찌들지 않은 모습에 적잖게 안심을 했어요.
그 친구가 또 다시 동창회에 나올 것 같지는 않지만
국내 정착에 부디 성공 할 수 있기를 주일날 월중행사로 교회갔을 때
나의 영원한 애인 주님께 기도했어요.
왜냐구요?
이렇게...비가 오는 날에는 밀가루를 막걸리로 발효시켜 불록하게 부불어 오르면
강낭콩과 서리태를 밀가루 반죽에 숭숭박아 양은 쟁반에 올려 놓고 가마솥에 쪄 냈던 '술빵'이
별미였던 어린시절을 공유하는 친구니까요.
갑자기 술빵이 먹고 싶어요.
하루종일 ...비가 오는 6월 어느날
2011.6.23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