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이런 생각에 젖어본다.
만일에... 시간과 여건이 나에게 주어진다면
봉사활동을 하면서 사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왜 그런 발칙한 생각을 했는지 곰곰히 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어쩌면... 이런건 아닐까 싶다.
아직도... 주체 할 수 없는 정을 누군가에게 쏟아 부어주고 싶어서..
한달에 한번씩 금쪽같은 시간을 내서
그들을 만나러 가는 날은 아침부터 셀레임으로 마음이 분주하다.
지하철 2호선 역삼역에서 봉사활동 친구들을 만나
출구를 빠져 나오자 겨울준비를 서두르는 나무들은
황금빛 나뭇잎 훨훨 날려버린다.
엄동설한을 맨몸으로 견뎌내고자 하는 나무들의
야심찬 뱃장에 슬며시 미소가 머금어진다.
1층에서 가운을 갈아입고 2층 기린방에 갔을때는
언제나처럼 아가들이 우유를 먹는 시간이다.
마치 까만 머루알처럼 상큼한 눈이 예쁘다는 느낌을
저절로 들게하던 윤지는 우유통에 우유가 그대로 있다.
아이에게 우유꼭지를 물리자 혀로 밀어내버린다.
다시 재 도전 해 보았지만 아이는 여전히 먹기를 거부한다.
아이를 안고 그네 앞에 앉아 차분히 우유꼭지를 아이입에 넣어 주었지만
먹기는 커녕 입가로 우유만 질질 흘리고 말었다.
혹시나 싶어 아이를 안고 트림을 시켜본다.
하지만...아이는 트림 보다는 머루알같은 까만 눈 동그랗게 뜨고는
여기저기 구경거리에 더 관심이 많다.
'아~하 그랬구나.'
옆 침대 민영이친구 우유먹는것도 보고,
의젓하게 그네를 타는 지서친구와 눈인사도 한다.
그래도 여전히 아이가 우유 먹지않은게 맘에 걸러
다시 우유꼭지를 아이입에 넣어 주었지만 아이는 우유꼭지를
빨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
잘 먹는 아이를 보면 잘 먹는거 하나만으로도
그저 흐믓하고 즐거운데 아이가 안 먹으면 그렇게 안타까울 수가 없다.
우유꼭지가 빠져있는 민영이 입에 우유꼭지를 넣어주자
우유병의 눈금이 아래로 쭈욱 내려간다.
"윤지야 너도 좀 먹어봐"....하고 우유꼭지를 다시 아이입에
넣어 주고 우유병 끝을 톡톡쳐본다.
아이가 우유꼭지를 빨지않아 우유가 또다시 입가로 흘러나온다.
그래...먹기 싫을때도 있는거야.
아이 우유 먹이기를 포기하고 아이를 안고 친구들 침대로 마실갔다.
친구들과 눈 맞춤하며 아이를 안고 서성거리다
아이가 손을 타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어
아이를 침대에 눕히자 이미 품안의 포근함을 알아버린 아이는
영락없이 징징거리며 울고있다.
윤지 침대위에는 모빌조차 없어 아이를 그네에 태워놓고
장남감처럼 자그마한 발을 두손으로 꼬옥 쥐고 발장난을 쳤다.
아이 발을 잡고 발장난을 치면서 21년전 딸아이 간난쟁이 일때가 떠 오른다.
그때도 딸아이 발을 잡고 발장난을 치면 까르르 웃는 아이의 모습이
어찌나 예쁘던지 이보다 더 큰 행복이 있을까 싶었는데 ....
21년이 지난 지금도 윤지의 발을 잡고 아이 발을 위로 올렸다
아래로 내렸다 두발로 짝짝쿵도 하면서 그런 느낌을 다시 가질 수 있다는게
그 얼마나 즐거운 사건이던가!
보육사선생님께서 저녁을 먹고 오는 시간이라
잠시 아가들을 돌보라는 말에 봉사활동 온 친구들은
걱정 말라고 큰소리를 치신다.
침대에 눕히기만 하면 울어대는 윤지를 안고
아직 우유를 덜 먹은 지서 침대에 가서 지서 우유를 먹이며
윤지를 지서곁에 나란히 뉘였다.
물론 보육사선생님께서 아신다면 혼날일이지만
지금은 어차피 선생님 식사하러 가셨고 윤지 혼자 침대에
눕혀 놓으면 또 울어재킬텐데 잠시 잠깐 지서 우유먹는 동안
같이 누워있으면 어떨까 싶어 내 맘대로 했다.
호랑이가 없는 굴에는 어차피 토끼가 왕이니까.
품에서 떼어 놓기만하면 우는 윤지를
다시 그네에 태우고 생각해본다.
7월23일생 이제는 백일이 다되가는 아이다.
백일이면 먹고자고하는 군번은 아니잖는가.
이제는 충분히 눈 맞추며 놀고자 할만큼 자란 아이가
맨날 침대에 누워만 있어야하는 것도
아이에게는 할 짓이 아니지않는가....
그렇게나 우유도 안 먹고 품에서 떨어지기 싫어하더니
아이가 어느사이 잠이 들었다.
잠이든 아기의 모습은 띄없이 맑고 천진스러워 천사가 따로 없는듯하여
나도 모르게 아이 손을 꼬옥 쥐었다.
생후 3~4개월 된 아가들이라 그런지
목욕 할때도 우는 아이들은 거의 없었다.
모두가 시원한 표정으로 목욕을 즐기는 아가들.
하지만 우량아우진이는 목욕을 하고 나자
자지러지게 울어댄다.
그네를 타면서도 울어대는 우진이를 보고 .
"알었어 우유줄께...."
보육사 선생님께서 그런다.
아~하 배가 고파서 막무가내로 울어댔구나.
봉사활동을 마치고 영아원 일시보호소를 나서면서
정문 앞 바위에 새겨져있는 '인류복지(人類福祉)'라는 단어가
가슴에 와 닿아 한참이나 눈여겨 보았다.
언젠가 우연히 읽었던
'넘어지지않고 달리는 사람에게 사람들은 박수를 보내지 않지만,
넘어졌다 일어나 다시 달리는 사람에게 사람들은 박수를 보낸다'는
이야기가 새삼스럽게 떠 오르면서....
2010.10.24
NaMu
'NaMuRang 봉사활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영아일시보호소를 다녀와서 (0) | 2010.12.30 |
---|---|
서울영아 일시 보호소를 다녀와서 (0) | 2010.12.01 |
서울영아 일시 보호소를 다녀와서 (0) | 2010.08.24 |
서울영아 일시 보호소를 다녀와서 (0) | 2010.07.28 |
서울영아 일시 보호소를 다녀와서 (0) | 2010.0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