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소망의집 목욕봉사활동을 다녀와서
제 아무리 강추위가 닥쳐도
당당하게 이겨내리라
마치 전쟁터에나가는 장수마냥
의지야 굳건했지만
막상 추위가 닥치자 굳센 의지와
상관없이 몸도 마음도
한없이 움추려들었다.
문득 생각해 본다
가 건물에서 생활하는 신소망의집
친구들은 어떻게 지날까하고....
생활이 여유롭지 못한 사람은
춥다는 것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데 강적이다.
도로변가 바싹 마른 나무잎이
바스락거리며 찬바람과 씨름중인
12월 첫째 주말 태능에 있는
신소망의집으로 목욕 봉사활동갔다.
최대한 따뜻하게 옷을 입고
봉사원 친구 승용차까지 타고 갔지만
영하를 밑도는 기온 탓에 몸은
이미 꽁꽁 얼었다.
신소망의집 예배당 강당 안으로 들어서자
수정이가 손뼉을 치며 반갑게 안겨든다.
아이의 따뜻한 체온이 꽁꽁 언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며
저 만치에서 서성이던 행복이
내 가슴에 찾아 들었다.
침을 엿가락같이 흘리는 은영이는
여전히 슬픈 얼굴였지만
맘이 유난히 깊고 넓은 봉사원 친구가
그 아이의 맘을 얼른 눈치채고
은영이를 안아준다.
급기야는 봉사원 친구 무릎에 큰 대자로
누워있는 은영이의 활짝 웃는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상황 판단이 빠르고 생각이
유난히 깊은 봉사원 친구에게
진솔한 인간의 향기를 맡을 수있어
그래도 살만한 세상이란 생각이
순간 스치며 싱긋 미소가 지어졌다.
범생이 친구 정아의 찻상 책상에는
여전히 공책이 놓여 있고 정아는
책상 옆에 바싹 엎드려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가만히 고개 숙여 들어다 보니
학종이로 학도 접도 배도 접는다.
왼팔은 전혀 움직이지 않아
오른손만으로 생활하는 정아가
오른손 하나로 자그마한 학종이
꼼꼭히 접어 입으로 꾹 눌러 마무리
작업 해 놓는 학과 배가 남다르게
눈에 들어온다.
양쪽으로 쫙 펴 놓은 학의 날개는
정아가 소망하는 희망의 나라로
데려다 주는 자유의 날개이리라.
코가 바닥에 닿도록 엎드려 조각배 만드는
정아를 보며 그 아이의 고단함이
조각배에 실려 망망대해로 떠 내려가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따뜻한 수정이의 곧게 세운 무릎을 안고
정아가 배 만드는 것을 구경하자
수정이가 따뜻한 손으로 마치 엄마라도
되는 양 내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준다.
배를 한참이나 만들던 정아가
가슴을 쭉 펴더니 엄마가 사준 옷이라며
자신의 가슴을 가르키며 활짝 웃는다.
목욕하고 갈아 입을 두툼한 옷도
엄마가 사준 옷이라며 손으로 툭툭친다.
물론 소망의집 친구들은 의사소통이
원할하지 않아 친구들의 말을
알아 들을수는 없지만 표정과 몸으로
말이 통하는 보디랭귀지다.
"엄마가 사준 옷이라며
자랑이 대단하네"하고 놀리자
수정이가 손뼉을 치며 자기 일인양
좋아라한다.
남의 행복을 자신의 행복인양
사심없이 좋아하는 아이를
내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가슴이 뻐근해 지는 순간였다.
신앙심이 돈독한 봉사원 친구는
신소망의집 친구들과 열정적으로
찬양을 한다.
음치에 가까운 그녀의 찬양였지만
노래 못한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하며
찬양자체를 상당히 좋아하는
봉사원 친구의 당당함이 너무도 사랑스러웠다.
동그란 눈매가 선연한 아름다움인
그녀가 묵상이라도 하듯
주님 사진 아래서 고개 속이고 앉아있다.
어떠한 상황이 르노와르 그림에 나오는
모델만큼 예쁘고 선이 고운 그녀을
신소망의 집까지 오게 만들었는지
알수 없지만 '미인 박복'은
마치 그녀를 두고 한 말같았다.
주님 사진 아래 막달라 마리아같이
앉아있는 그녀에게 주님의 무한한
사랑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욕조에 그득 받아 있는 따끈한 물로
신소망의집 친구들에게 들어부어
구석구석 닦아주자 나 자신도 모르게
행복의 샘물이 퐁퐁 솟아 오르는듯 했다.
06.12.3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