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수필방

정 들이기

NaMuRang 2006. 9. 19. 23:23

정 들이기

예쁘지 않은 꽃이 어디 있겠는가마는
화들짝 피었다 어느 순간 자취조차 없어지는
꽃보다야 오랜시간 쉼없이
피는 꽃이 기억의 한 페이지를 
곱게 장식하는 것 같다.
올 춘삼월까지 살었던 아파트 단지에는
유난히 무궁화 꽃나무가 많었다.
특히나 베란다 창문 건너편
단지안 꼬맹이들의 아지트
놀이터 입구에는 꽃분홍 무궁화꽃이
여름이 시작되는 7월 초부터 
피어나기 시작하여 가을의 길목으로
접어드는 9월 초까지 무려 석달동안
소담스럽게 피어나 
어디론가 떠나고싶어 서성이는 마음
잠 재워 주곤했다.
며칠전 집근처 빌딩 앞에 심어져있는
서너그루 나무가 우연히 눈에 들어왔다.
일조량이 많이 않아서 그런지
돌보는이 없어서 그런지 정확한 이유야
알수 없지만 나무들이 영 신통찮았다.
마치 부모님의 따뜻한 손길 닿지않은
천덕꾸러기 아이같이....
처음에는 그게 무궁화 나무인줄도 몰랐다.
하지만, 나무잎 사이사이 띄엄띄엄
피어있는 분홍색 꽃이 상큼하니
예쁘진 않았지만 분명 무궁화꽃였다.
몇년동안 내 긴 방황을 잠재워주던
분홍색 무궁화꽃을 새로 이사 온 
집근처에서 본다는 것은 오랫만에 
만나 연인마냥 가벼운 설레임으로
내 마음을 흔들었다.
오랜것에 익숙함이 길들여져
새로운 상황은 적응력 부족으로
언제나 처럼 이방인같은 나에게
꽃분홍 무궁화꽃이 작은 정을 가지고
날 찾아 오고야 말었다.
06.9.19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