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Rang 책읽기
알퐁스 도테의 별
NaMuRang
2006. 5. 6. 00:05
비록 가보진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프로방스 지방은 왠지 정감이 간다. 레이스가 풍성한 치마와 새하얀 린넨 브라우스 그리고 챙이 넓은 모자가 연상되는 프로방스 지방은 성년을 눈앞에 둔 풋풋한 츠녀의 모습이라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던 먼 옛날의 추억을 살짝 엿보는 것 같다. 알퐁스도테(Alphonse Daudet, 1840-1897)의 '마지막 수업'을 읽고 공부한 것은 사춘기가 갓 시작되는 중학교 1학년쯤 였을거란 아스름한 기억 밖에는 없다. 마지막 수업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알퐁스도테의 '별'은 프로방스지방의 목동청년과 주인아가씨 스테파네트와의 짦은 인연을 이야기한 작품이다. 뤼르봉 산에서 양을 치는 목동은 보름에 한번씩 양식을 가져다 주는 꼬마 미아로와 늙은 아주머니 노라드가 언덕너머로 모습이 보이면 기뻐서 어쩔줄을 몰라했다. 그들에게 산밑에 소식을 들을수 있는 것도 반가웠지만 특히나 근동에서는 제일 예쁘다고 생각한 주인 아가씨 스테파네트의 일상적인 생활 모습을 듣는 다는것은 또다른 환상적인 설레임으로 작용했다. 적어도 스무살 청년에게는.... 비오는 어느 일요일, 보름치 식량이 오기를 눈 빠지게 기다렸지만 식량은 오지 않았다. 비가 와서 못 오는가 보다 하는 생각으로 초초하게 기다리는 마음을 달래는데 꿈에 그리던 스테파네트 주인 아가씨가 노새등에 올라 타고 몸소 나타났다. 꼬마 미아로는 앓아 누워있고, 노라드 아주머니는 휴가를 얻어 아이보러 갔다는 소식과 함께 스테파네트가 식량을 가지고왔다. 자신이 봤던 사람중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스테파네트 아가씨를 가까이에서 보게 된 스무살 목동 청년은 넋을 잃고 말었다고 표현을했다. 스테파네트는 신기한 듯 주위를 휘휘 둘러보고 목동의 구석진 잠자리도 구경하더니 "가엾어라. 밤낮 이렇게 외롭게 지내면 얼마나 답답할까! 뭘 하며 시간을 보내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등을 물어 보았다. "당신 생각을 하지요. 아가씨"라고 목동은 목까지 차오른 말을 차마 하지는 못했다. 그 순간 너무 당황했기에.... 요정이 나타난 것처럼 얼른 왔다가 숨 돌릴 겨를도 없이 가버린 그 서운함에 목동은 해가 질때까지 손가락 하나 까닥 하지 못하고 아련한 꿈에 취한듯 졸음에 겨운듯 멍하게 서 있었다. 석양이 지고 있는데 스테파네트 아가씨가 소나기로 물이 불어난 강을 모르고 건너다 물에 빠져 흠뻑 물에 젖어 되돌아 오고 말었다. 추위와 공포에 덜덜 떨는 아가씨에게 목동은 불을 피우고 옷가지를 말리게하며 우유와 치즈를 가져다 주었지만 아가씨는 아무것도 먹지를 않고 눈물만 글썽여 목동의 애를 태우게 만들었다. 기어이 밤은 오고 목동은 아가씨에게 자신의 거처에 가서 새 모피를 깔아주고 잠자리를 마련해주고는 자신은 밖으로 나왔다. '비록 누추할망정 자신이 사는 울안에서 신기한듯 잠든 얼굴을 들여다보는 양들 곁에서 주인댁 따님이- 양들 가운데 가장 귀하고 순결한 한 마리 양처럼- 내 보호를 받으며 마음 놓고 고이 쉬고 있는 것이' 자랑스럽게 생각이 들어 마음이 벅차 올라 밤하늘을 바라보자 별들이 그렇게도 찬란하게 보인 적이 한번도 없었다는거다. 하지만,잠을 이루지 못한 스테파네트는 밖으로 나와 목동옆에 나란히 앉아있었다. 깜깜한 밤 주위에서 바스락 소리만 들려도 아가씨는 깜짝 놀라 목동 곁에 바싹 다가 앉고는 했다. 스테파네트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목동이 들려주는 별이야기를 듣는다. '상 자크의 길(은하수)'라던가 '삼왕성(오리온)별' 특히나 모든 별중에 가장 아름다운 별은 뭐니뭐니해도 '목동의별'이라고 이야기한다. '목동의 별'은 목동이 새벽에 양떼를 몰고 나갈 때나 저녁에 돌아 올때까지 한결같이 자신들을 비쳐주는 별이라고 이야기한다. 스테파네트는 별 이야기를 듣다 목동의 어깨에서 잠이 들고 목동은 먼동이 환하게 터올라 별들이 해쓱하게 빛을 잃을 때까지 꼼짝 않고 그대로 꼬박 밤을 새웠다. 그리고....가끔은 생각 합니다. '저 숱한 별들 가운데 가장 가냘프고 가장 빛나는 별 하나가 그만 길을 잃고 내 어깨에 내려앉아 곱게 잠들어 있노라고' 새들의 지저귐도 나무들이 바람과의 유희도 볼수 없이 빽빽하니 주택과 건물만 있어 녹지공간이 전혀 없는 곳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사유할수 있는 조건이 많지가 않아 주의 환경에 적응하기가 만만치 않은 슬픔이다. 결국 눈길이 자주 머물어 지는건 글 읽기 밖에 없는 것 같다. 아주 짧막한 단편을 한 이십여분만에 보았다. 하지만 그 긴 여운은 오랫동안 남아 있을것 같다. 알퐁스 도데의 별은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지키고 보호할때 느낄수 있는 충만한 기쁨을 이야기 한 것같다. 목동의 때묻지 않은 순수한 마음은 순결한 영혼을 느낄수가 있어 나 자신을 되돌아 보는 귀한 시간이 되었다. 먼 옛날.... 누구에게나 있었음직한 아련한 추억이야기같아 슬며시 미소가 머금어 지는건..... 06.5.5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