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Rang 2005. 12. 23. 00:07
★동지★
안방 커다란 가마 솥단지에
팥죽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하면
기다란 나무주걱으로 쌀이 솥단지
바닥에 늘어 붙지 않도록 
재빨리 휘져어야한다.
쌀이제대로 퍼져 팥죽이 걸죽해지면
불담 좋던 장작들은 검붉은 숯으로
변해있다.
기회는 요때다 싶어 마루 아래 땅굴속에
잠자고 있던 고구마 한웅큼 가져다
검붉은 숯속에 숨겨 놓는다.
가마솥뚜껑 아래로 삐직삐직 김이 올라오면 
구수한 군고구마가 익는 냄새와
팥죽 끓는 내음이 어울어져
동지날 아침을 맞이한다.
아침상은 언제나 처럼 두개였다.
어른들이 드시는 상.
아이들과 일하는 아저씨가 먹는상.
살얼음 끼인 동치미 국물과 함께
김이 모락모락나는 팥죽은
먹는 즐거움이 삶에 또다른 환희라는걸
느끼게 하는 순간였다.
유난히 추운해가 있나보다.
겨울이다 싶더니 한달 가까이
영하 10도 안밖을 오르내리는 기온은
추위가 어떤 것인지 톡톡히 알려주는것 같다.
이른 아침 강추위에 종종 걸음질치며
출근하여 탁상용 달력을 바라보자니
동지라는 자그마한 글씨가 
선명하게 눈에 띄었다.
동지는 마치 소꼽친구마냥 먼 옛날
어른 시절 내고향 집으로 안내하며
기억의 실타래를 풀어 놓게 만들었다.
던벌이 되지도 않은 일에 매달려
단지 성취감 하나에 목숨 걸어보지만
불황인지 주변여건인지 꼭 집어
이것이다 할수 없는 이유들은 
스트레스로 얼룩진 하루를 보낸다.
잠시 잠깐이지만
먼 어린시절로 되돌아 갈수있는
사유의 시간을 준 동지는
예나 지금이나 우리에게는 사랑빋는
절기인 것만은 틀림없다.
05.12.22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