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Essay
가을 나들이.
NaMuRang
2005. 11. 7. 14:03
가을 나들이
개인적으로 화려한 싱글을 이상향으로 추구했지만 운명의 장난인지, 사랑에 콩깍지가 씌인 것인지, 팔자인지, 꼭! 집어 뚜렷하게 이것이다 할수 없는 명분으로 삼십대 초반에 나 자신 보다도 4살이나 어린 남정네와 결혼했다. 요즘은 화제에 오르기조차 어색하지만 올림픽이 열리던 88년도 만 해도 파격적인 결혼 인것 만은 틀림없다. 하여, 내일 모레면 나이가 쉰이건만 하나 밖에 없는 딸아이는 이제 겨우 고등학교 2학년이라. 언제 키울까 생각하면 때론 솔직히 암담하기도하다. 어찌보면 자식 빨리 키워 놓는 것도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 민초들에게는 한 시름 놓는 커다란 재산 일 수 있다. 갑장 딸아이 결혼식 소식을 들었을때 벌써라는 서운함 보다는 자식 다 키운 갑장이 무척이나 부럽고 어른스러워 보이기까지했다. 강원도 태백에 있는 무료 양노원 봉사활동 갔을 때 어르신들 손 마주잡고 춤추던 모습은 한마리의 학같이 보여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아있던 갑장이 오늘은 꽁지머리 싹둑 자르고 자신이 결혼이라도 하는양 싱글벙글였다. 인생에서 가장 예쁘고 행복한 시간은 아무리 생각해도 만인의 축복을 받던 결혼식 이라해도 과언은 아니다. 깜찍하고 어여쁜 갑짱 딸내미 신부와 듬직한 신랑은 아무리 봐도 천생연분이다. 그들에게 영원한 축복이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던 참으로 행복하고 평화스러운 결혼식도 불과 20분만에 끝을 내 예식도 이제는 초 스피드 시대로 들어 서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현듯 스쳤다. 갑장 결혼식이 끝난 후 같이 갔던 모임 식구들과 여의도 나루로 가을 나들이를 갔다. 강바람이 차겁긴해도 푸근한 날씨탓에 강물결 넘심넘실 거리는 강변에 야외용 돗자리를 깔고 빙 둘러 앉아 맥주잔 기울이며 마치 소풍이라도 나 온 어린아이들처럼 마냥 즐거워하는 모습에는 중년만이 지닐수 있는 푸근한 사랑이 넘쳐 흘렸다.
머리 위에는 줄줄 사탕처럼 연줄에 연결되어 있는 연들이 강바람타고 하늘 높이 날으며 비행쇼를 벌이고있었다. 가느다란 연줄에 나래 실어 바람결 따라 화려하게 하늘을 비상하는 그들에게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건 순전히 목숨줄같이 가느다란 연줄 탓이리라. 가느다란 연줄에 무한한 자유를 실어 즐길줄아는 연들의 아슬한 스릴이 지극히 권태로운 일상을 자극하는건.... 저멀리 날아가는 연 꼬리에 마음 한자락 얹어 놓고는 차디찬 강바람에 쫓겨 여의도 나루를 빠져 나왔다.
가을 속으로 깊숙이 빠져있는 도로변가 가로수의 모양새가 심상치 않은 여의도 도로변은 마치 숲속을 거니는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도로변가에 소복하게 쌓여있는 낙엽들에게 오랫동안 시선이 머무는 것은 나무잎 하나 걸치지 않고도 화들짝 피었다 지는 성질 급한 봄꽃마냥 어느 순간 곱디 고운 가을 빛으로 물들었는가 싶더니 불과 며칠을 못 견디고 미련없이 떨어지고 마는 그들의 운명이 세상사 속절없음과 어찌그리 똑같은지.
05.11.6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