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수필방
가을비가 지나간 자리
NaMuRang
2005. 10. 21. 23:52
'가을비 우산속에' 라는 가요도 있듯이
가을비는 다른 계절에 비해
왠지 모를 분위기를 자극하기도 한다.
생각해 보라.
하얀 바바리 코트자락 싸늘한 가을바람에
휘날리며 챙 넓은 골프 우산쓰고
가을비 음미하며 걷은 모습이라니....!
오늘 아침 출근 나의 컨셉이기도 했지만,
겉모습과는 달리 출근길 단 몇 분이라도
빨리 가고 싶어하는 조바심은 분위기를
느낄만한 여유는 솔직히 없었다.
산다는게 뭔지.
후후후
아직은 색채의 대가 가을 화가의
가을 스케치가 시작단계이기에
대부분의 나무들이 여름 끝자락에
여운이 묻어 있지만 은행나무 가로수가
샛노랗게 채색되어 황금빛 실크 드레스 자락
찬바람이 스칠 때마다 후두둑 거리며
빗방울 털어내고 있다.
은행열매는 이미 손 빠른 사람들 손에
털려 나가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지만,
황금빛 드레스자락으로 휘감은 우아한
자태는 사람들의 눈길을 잡기에 충분하다.
향 진한 헤즐넛 커피 한잔
가슴 저편에 보내보며
매장 창문 너머로 비오는
가을날의 정취를 맛 보았다.
- 가을비가 지나 간 자리 -
환쟁이 가을화가 손에 설친
은행나무 가로수는 샛노랗게 채색되어
황금빛 드레스 우아하게 차려 입고
지나가는 길손을 반긴다.
이따금씩 찾아드는 가을비가
공해로 얼룩진 황금빛 드레스자락
깔끔히 씻어낸다.
정갈한 여인네 손길같은 가을비는
이런저런 공해로 혼탁한 대지를
말끔하게 가꾸며 지나갔다.
05.10.20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