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수필방
향수병 3기 환자
NaMuRang
2005. 10. 14. 23:41
향수병 3기 환자 매장 앞 자귀나무 아래 노점을 벌이시는 연세가 지긋하게 드신 어르신은 손수 농사를 지어 가지고 나오시나보다. 푸르스름한 비닐 봉지에는 수북하게 쌓여 있는 풋고추, 통통하게 여문 콩깍지 다발, 노오란 빛의 호박들이 정성껏 손질이 되어 선을 보인다. 특히나 고구마 순줄기 한 보따리 가져 오셔서 빛 고운 가을 햇살을 친구삼아 고구마 순 껍질 벗기고 계신 모습은 영락없이 내 마음을 고향집 앞마당에 데려 다 놓는다. 고향 마을에서는 햇 고구마 순이 나오기 시작하면 고구마 순김치를 담아 먹는다. 껍질 곱게 벗겨진 고구마 순에 고추가루와 마늘 깨소금 파 등 갖은 양념으로 버무린 고구마 순김치는 고향 마을에서만 맛 볼수 있는 별미다. 풋풋한 고구마향과 담백한 맛이 어울어진 고구마 순김치는 깊이를 헤아릴수 없는 고향 그리움이라! 세월의 흐름과 비례하여 산천이 제아무리 변한다 하더라도 어머님 품속같이 포근함이 서려있는 고향 마을에 정취를 그리는 마음은 영원히 치유되기 힘든 향수병 3기 환자다. 05.10.14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