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Rang
2005. 8. 10. 00:09
남 모르는 사랑
애끗은 나뭇가지 뒤 흔들며 지나가는
바람이 예사롭지가 않다.
잿빛 비구름 가득 몰고 다니는
폼새로 보아 비라도 올 모양이다.
건너편 아파트 화단에 있는 감나무는
가지도 무성하지만 푸릇하니 실한
감들이 제법 많이 매달려 있다.
오동통 살오른 아이같이 건강하고
토실한 감들에게 눈길이 자주 머무는 것은
그들이 커가는 모습을 지켜 보고픈
남 모르는 사랑 때문이리라.
간밤에 천둥번개를 동반한 비바람이
감나무를 강타했는지 탁구공 만한
감들이 감나무 아래 흩어져있다.
파릇하니 빠꼼하게 동그마하니 있는
감들이 어찌나 아깝던지 붙일수 있는거라면
주어다 감나무 가지에 붙여주고 싶었다.
까치발 딛고 손을 높이 쳐들기만해도
딸것같이 축축 늘어진 감나무 가지에
주렁주렁 매달린 감들은 간밤 비바람에
무사하게 살아남아 패잔병처럼 떨어져
흩어진 감들을 고개 숙여 바라 보고있다.
특별하게 임자없는 감나무라
아파트 주민 누구라도 먼저 손을 대는게
임자인 감나무지만,
심술쟁이 비바람에 잘 견디어내고
개구장이 아이들의 호기심어린 치기를 비켜나가
한여름 뜨거운 태양의 시련도 이겨내며
풍요로운 가을날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불그스름하게 익어
대지의 아름다움을 몸짓으로 표현하는 그들을.....
05.8.9
Na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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