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산행기

여인봉 산행.

NaMuRang 2005. 6. 13. 01:23
여 인 봉 언제나 그렇듯이..... 나만의 생각은 엄청난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생각이 부족하면 소위 말해서 몸이 고생한다. 가벼운 야유회 정도로 생각하고 운동화 보다야 샌들이 시원할 것 같아 샌들 차림에 가볍게 블랙진 바지 차려입고 집을 나섰다. 낯익은 님들이 많이 계시리라는 기대와는 달리 전혀 모르는 님들 였지만, 신출내기 낯 모르는 산행꾼을 반갑게 맞이 해 주셔서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모두들 등산화 등산복 차림인데 마치 미운 오리새끼마냥 샌달에 진바지 차림이라니.... 각본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것을 직감으로 알었다. 송추계곡을 향해 달려가는 승용차 속에서 산행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로 고민 아닌 고민에 빠져들었다. 이제는 완연한 여름이다. 좔좔좔 흐르는 계속물 소리에 아직도.... 봄의 끝자락에 얹어져있는 마음 한자락 시원한 계곡물 속에 푹 담아 보며 계곡을 지나 산행이 시작 되였다. 언제나 처럼 처음이 힘들다. 비탈진 산길은 숨이 턱턱 막혔다. 더구나 통굽에 샌들까지 신고 비탈진 산길을 올라가고 있으니..... 바위 쯤에 이르러서는 구두 신고는 도저히 산행을 할 것 같지 않아 신발을 벗고 양말도 벗어 버렸다. 맨발 산행이 시작 된 것이다. 작년 한 여름 청계산행 할때도 맨발로 산행 한 기억이 떠 올라 자신은 전혀 원하지도 않았지만 맨 발로 산행 할수 밖에 없는 기이한 인연이 마치 사서 고생하는 내 인생길 같다. 가끔씩 불어 오는 미풍이 이름도 알수 없는 기다란 풀잎 스치자 풀잎들은 잔잔하게 흔들리며 산속 가득 풀향 폴폴 풍기고 있었다. 그들의 쌉쌀한 듯 상큼한 향기에 젖어들며 누우런 지푸라기같이 황폐한 마음이 초록빛 젊음으로 다시 소생 하는 것 같아 싱긋 미소가 지어졌다. 자의든 상황에 의해서던 딱딱하고 오돌토돌하지만 매끈한 바위절벽을 맨발로 산행 해 본 적이 있는가......? 맨발이 바위에 닿을 때마다 이런 저런 아픔으로 가슴에 옅게 앉아있던 슬픔의 딱정이들이 갉아지며 떨어져나가 기쁨에 연분홍빛 새살이 돋아나는 것 같았다. 바위 절벽 타고 더 가파르고 높은 곳으로 자꾸자꾸 올라 가고 픈 충동을 억누르리가 쉽지 않았다. 드뎌 도붕산 줄기에 있는 여인봉 정상에 올라오니 맞은 편 초록빛 나무들이 무성한 숲속에는 절벽 바위 다섯개가 우뚝 서 있었다. 이름하여 도봉산 오봉이란다. 한번쯤 오봉 정상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하면서 작년 여름 복더위에 운무 가득하던 도봉산행이 떠 올랐다. 바위로 된 산 정상에 올랐을 때 느낌과 나무로 둘려 쌓인 산 정상을 올랐을 때 느낌은 확연히 다르다. 나무 한 그루 없는 바위 절벽 산정상에 올랐을때 기분이란, 마치 비행기를 타고 훨훨 날아가는 착각에 빠지곤 한다. 시원하게 탁 트여진 시야기 눈앞에 펼쳐지면 바늘 하나 들어 갈 것같이 않게 꼭 닫혔던 마음이 하늘만큼 넓어진다. 맨발 산행은 올라 갈때 보다 내려 올때가 더 문제 인 것 같다. 자잘한 모래들이 수 없이 발바닥을 찔러대, 가시밭을 맨 발로 가는 것 같이 따끔따끔하다. 작년일까 아님 재 작년일까.....! 커피 빛 낙엽들과 솔잎들이 수북하게 쌓여있는 산길을 지날때면 부드러운 카펫을 밟는 것 같이 폭신하여 아퍼하는 발바닥에 잠시 잠깐 휴식을 주었다. 자그마한 돌멩이들이 무수하게 깔려 발 딛을 때마다 따끔거리는 고문은 인내의 한계로 치닫고 있어 마음 다스리기가 힘들어 서서히 슬픔이 찾아 드는 순간 같은 그룹에 산행은 하지만 이름조차 모르는 선배 산행꾼이 자신의 양말을 벗어 주엇다. 비록 땀에 절엇지만 푹신한 등산 양말은 구세주였다. 처음 보는 낯선 산행꾼에게 자신의 양말을 벗어준 이름도 모르는 산행꾼의 선행은 천사의 마음이다. 천사의 마음을 맛 볼수 있었던 여인봉 산정. 그래도..... 살만한 세상 아닌가......!! 여 인 봉 수정같이 맑고 깨끗한 송추계곡물은 생활에 오염으로 만신창이 된 영혼을 정갈한 여인네 마냥 깔끔하게 씻어 주며 반긴다. 이런 저런 나무들이 어울어져 초록빛 나무잎 정원을 이룬 산속에는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풀잎들이 이따금씩 불어오는 바람결에 잔잔하게 몸 흔들며 그들만의 체취를 풍긴다. 쌉쌀한듯 상큼한 그들의 향내에 취해 발걸음은 어느덧 도봉산 줄기에 있는 여인봉에 올랐다. 암석으로 이루어진 여인봉 정상은 꼭 닫혀 있던 마음에 빗장 열어 제키며 여인의 자애로움을 선물로 주었다. 05.6.11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