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봉산행
산꾼들에게 산에 왜 가냐고 질문 한다면
"산이 있기 때문에 간다고" 했던가요.
초보자 산행꾼이야 "산이 있기 때문에
간다"는 말이 아직은 무슨 의미인지
실감은 전혀 못하죠.
단지 희망사항이 있다면 산행을 할때
제발 덕분에 힘들지 않기만 바랄뿐이구요.
그럼 왜 힘든데 산행을 하냐고
자신에게 질문을 한다면 그건 아마도
그저 산이 좋아 산에 간다고 한다면
초보자 산행꾼의 자격은 갖추어진 것
일까요.
아무리 천근만근 몸이 피곤해도
산행은 하고 싶으니까요.
후후후
오봉산.
봉오리 다섯개를 넘는다하여 "오봉산"이라고
했다고 하더군요.
시간도 없지만 사전지식 전혀없이 산악회
따라만 가는 산행이다보니 아직은 산에
대한 애틋한 애정이 없다는 것은 부인
할수 없는 사실이죠.
춘천 어디쯤에 있다는 오봉산을 향하여
산악회 버스는 쏟살같이 줄달음을 치더군요.
일주일 내내 던벌이 되지도 않는 격무에
시달리다보니 몸도 맘도 한치의 여유조차
없는데 토요일 모임까지 겹쳐 맘 뿐만
아니고 몸도 지칠대로 지쳐있었죠.
주특기인 차 멀미가 무서워 멀미약까지
먹어 놓으니 약에 취해 마치 병든 달구마냥
마구 졸았어요.
모내기를 해 놓은 논에는 물이 그득하여
왠지모를 풍성함이 차창밖을 스쳐
지나가더군요.
한참을 졸다보니 산악회버스는 오봉산
입구에다 데려다 놓았어요.
멀미약에 취하고 피곤에 젖은 몸으로
산행을 한다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오봉산 입구는 가파르기만 했어요.
바위돌이 즐비하게 연결하여 있는 가파른
산길을 숨 헐덕이며 올라가면서 힘들다는
생각외에는 아무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죠.
불현듯 괜히 왔다는 생각이 스쳐지나가니
이제는 다리도 말을 않듣더군요.
산 입구가 워낙이 가파르니 바위에
쇠막대기를 박아 로프로 연결하여 놓은
산길을 올라가는 순간에는 모두가 천천히
산행을 하기에 가쁜숨 돌리며 산행을 할수가
있어 천만 다행였죠.
멀미약 기운이 깨기를 기다리며 물 한모금
얻어 마시고 다시 산행을 하는데 어디에선가
뻐꾸기 소리가 들여 왔어요.
아련하게 멀리서 들리는 뻐꾸기 소리가 왜
그렇게 반갑기만 하던지......
산에 온 것을 실감하는 순간였죠.
가끔씩 들리는 뻐꾸기 소리에 의지하니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 지면서 이제는 할만하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더군요.
웰빙이 유행이라구요.
요사이는 뭐든지 웰빙이란 단어가 붙어있죠.
산행을 하는 산악회에도 웰빙 바람이 불기라도
한것 처럼 산악회단위로 산행을 하시는 분들이
참으로 많더군요.
특히나 나이가 지긋이 들으시고 한 눈에
보기에도 육순은 족히 되어 보이시는 양반들이
부부동반으로 산행을 하셨어요.
지긋한 나이에 한발한발 띄어놓는 것 조차
힘에 겨워 하시는 할머님께서도 산행하시는
모습을 보니 힘들어 터벅거리던
발길이 가벼워지는 것 갔었구요.
멀미약 기운이 서서히 빠져 나가자 정신이
맑아 지면서 몸도 훨씬 가쁜해 지는 걸
느낄수가 있었죠.
그러면서 말예요.
산속 풍경이 서서히 눈에 들어 오기 시작
하더군요.
초록빛 나무들이 넉넉한 가슴도 이름을
알수없는 산새들의 이야기도 살짝꿍 엿
들었죠.
가파르고 비탈진 산길을 한참 올라가니
오봉산 700M 라는 표말이 눈에 들어 왔어요.
초록 물결이 넘실거리는 산위 봉오리에서
보아서 그럴까요.....
저 멀리 소양강물이 넘실거리는 모습이
아무리 보아도 초록빛 에메랄드라!
초록빛 강물과 초록빛 나무들이 사이좋게
공존하며 산새들의 노래소리가 청아하게
들리는 초여름 오봉산은 마치 초록빛 에메랄드
정원 같았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산속에서 먹는 식사는 반찬이 많지 않아도
맑은 공기가 반찬인걸요....
유난히 바위에 소나무들이 많았구요.
예전에 사이버상에 한참 올라오던
"바위와 나무의 사랑이라기"라는 글이
생각났어요.
커다란 바위들 사이에 굵은 가지를 내리고
자라난 소나무들.....
하필이면 척박하기 그지없는 바위틈에서
자라나는 소나무들을 보면서 .....
그래도 말예요.
소나무의 일생에 관심을 갖고 봐주는
바위가 있으니 어찌보면 그들은 축복받은
사랑을 하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현듯
스쳐지나가더군요.
한사람 겨우 빠져 나가는 바위굴 터널을 지나
비탈진 하산길에는 바위에 쇠막대기를 박아
놓고 쇠줄로프를 연결하여 쇠줄을 붙잡고
위태롭게 내려오면서 갑자기 히브리포로들의
합창이 떠오기도 했는걸요.
오후 서너시가 되었지만 나무잎에는 이슬이
햇살에 반짝거리고 있어 그게 이슬인지
나무잎이 눈부신 햇살에 반짝임인지
정확히 알수는 없지만 자그마한 수정알같이
반짝이는 눈부심이란.....
산행을 할때마다 느끼는게 한가지 있어요.
산행을 시작하는 처음이 언제나 힘들다는거죠.
하다보면 힘도 생기고 산속의 오묘한 조화에
감탄하기도 하지만 말예요.
2004년 6월 14일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