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산행기

불암산행

NaMuRang 2005. 5. 19. 15:19

불암산 이야기

 

나이가 들어가면 들어 갈수록 알게 모르게
신경이 쓰이고 또 중요하게 여겨야 할일이
건강이라는 것은 누구나가 다 아는
사실인걸요.

 

자신의 건강을 위해 어떤 일을 하시는지요.

고액의 보약이나 건강식품으로 건강을
보호하신다구요.

 

우리가 가장 손쉽게 접할수 있는 것은
아무래도 운동이겠죠.

그렇지만 말예요.

운동 신경이 유난히 둔한 사람이 있어요.

개인적으로 전 수영을 배울때 물에서
뜨는데만 3일이 걸렸어요.

물속에서 하도 수영코치를 붙잡고
떨어질줄을 모르니 수영코치 하는말
"물에 빠져 죽지 않으니까 그만 좀
잡으세요"
"물에 빠져 죽을것 같은걸 어떡해요"

결국은 재미를 못 붙이고 중도에 포기
했어요.

볼링 예를 들어 볼까요.

볼링은 라인을 보고 볼링핀을 치는거라고 하죠.

라인이 보여야 볼링핀을 치던지 말던지 하죠.
그저 볼링공 골창에 빠트리기가 일수였는걸요.

자신이 게임한 점수가 모여지는 볼링은
못하면 스트레스 받기 딱 좋은 운동인것 같아요.

결국 볼링도 몇달 하다 점수 스트레스 받아
그만두고 말었어요.

운동하고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여
아여 마음을 닫고 발걸음조차 않고 한동안
지냈죠.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전혀 생각지도 않은

산행을 하게 되었어요.

 

아직은 산행이 뭔지도 몰라요.

단지 저같이 전혀 운동신경이 둔해
아무런 운동도 할줄 모르는 이에게는
튼튼한 두다리만 있으면 할수 있는
산행이 안성맞춤 인것 같다는 생각이
어제 산행하기 전날 불현듯 들었답니다.

태릉하면 먹꿀배로 유명했죠.
결혼전 먹꿀배 축제가 있던 태능을 두어번
갔던 적이 있어요.
아마도 20년도 더 된 기억같군요.

불암산을 가기위해 석계역에서 버스에
몸을 실었죠.

 

이제는 배밭은 흔적조차 없고 아파트만이
빽빽하게 마치 성냥갑마냥 들어서 강산이
두어번 바뀌었다는 것을 현실로 보여 주더군요.

버스 종점에서 내려 불암산을 머얼리에서
바라보니 영락없이 사람머리같이 생긴 산에는
초록빛 크고 작은 나무들이 마치 사람의
머리숫마냥 보이더군요.

그런데 말예요.

 

맨들맨들하고 하야스름한 바위들이
넓다랗게 펼쳐져 아무리 보아도 머리가
듬성듬성 빠진 대머리 같다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어 피식 웃음이 나왔죠.

 

초자 산행꾼에게는 자신이 산행을 할
산을 바라다 보면 과연 잘해 낼수 있을가 하는
막연한 불암감에 왠지 두려움의 존재이기도하죠.

뻐꾸기가 산행하는 길손을 위해
가끔씩 노래해주는 산길을 따라 산행은
시작되었어요.

 

이상도 한건 말예요.

처음 시작이 늘 힘들다는거죠.

 

바람도 잠잠하기만한 가파른 산길을 숨 헐덕이며
올라가자 산초나무가 지나가는 길손에게
향내 풍기며 쉬어 갈것을 권했어요.

산초가지 조금 꺾어 손에다 쥐고 냄새를
맡으니 가쁜숨 가라 앉으며 마음에
묘한 평온이 찾아오더군요.
아로마 향이 따로 있나요.

산초가지가 구제주라도 되는양 소중하게
장갑낀 손에 끼워넣고는 힘에 부치면
가끔씩 향기를 맡으면서 다시 산행을 계속했죠.

드뎌 맨들맨들 한 바위산을 만났죠.
이름하여 릿치산행을 하게 된거예요.

갓파른 바위산을 올라가 보신적 있으신지요.

까치발 딛듯 앞발에 힘주고 미끈한 바위를
올라 갈때 느낌이란 얼마나 잼있고 신나는지.
마치 날다람쥐같은 느낌였는걸요.


부드러운 흙과 크고 작은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는 숲속 산행하고는 또 다른
맛이 있었어요.

 

바위산 정상에 올라가자 아파트촌으로
이루어진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더군요.

빽빽하게 들어찬 아파트촌은 답답하다는
느낌보다는 모두가 사무실 빌딩같았구요.
마치 싱가폴이나 홍콩이 연상 되면서
부의 상징을 보는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죠.

바위산을 지나가자 이번에는 나무들이
제법 우거진 숲길로 이어졌어요.
숲길에 들어서니 바람이 없어도
시원한 느낌이 들었구요.

막걸리를 파는 노점이 숲속 안에 있었죠.

마른 멸치 대여섯개와 마늘쫑이 전부인
안주지만 시원한 막걸리를 한잔 걸치면
그야말로 새처럼 날아 갈것 같이 가벼운
기운을 느끼게 되는걸요.

산행은 계속되고 가쁜숨 고르며 산등성이
숲길을 올라갔죠.

 

다시 넓다란 마루같이 생긴 편편한
바위 미세한 틈바구니에는 이름도 알수
없는 풀들이 자라고 있었어요.

하필이면 하고 많은 땅 다 놓아두고
바위 틈바구니에 싹을 틔워 자라고 있는
자그마한 풀잎들을 보면서 아무리 풀잎의
팔자라 하더라도 왠지 모를 설음에 목이 메였어요.
바부퉁이 풀잎들 같으니라고........

그들에게 잠시 눈맞춤을 하고 다시 바위를
날다람쥐마냥 가쁜가쁜 걸어서 산 정상에
올라갔어요.

산 정상에 올라가 산아래를 바라다 보는 것은
산의 모양 만큼이나 다양한 표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이따금씩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넓다란 마루같이 생긴 바위에 앉아 마치
이웃집에 놀러온 것같이 환담하는 이들도
있고 매끈한 바위가 돌침대라도 되는양
누워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마음씨 넓은
정승댁 사랑방같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어요.

정상 바위에 앉아 숨을 돌리고 다시
하산길.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초록빛 싱그러운
잎파리를 자랑하는 나무들은 은은한
풀향으로 숲속을 물들이고 있었어요.

풀향에 흠뻑 젖어 산길을 내려오니
누군지 정확한 대상은 없어도 왠지
감사하다는 생각이 섬광처럼 스쳐
지나가더군요.

 

계곡으로 이어지는 계곡에는 계곡물이
아직까지도 말고 깨끗하여 가족단위로
놀러와 아이들은 마치 수영장이라도 되는양
계곡물에 발 담그고 물장난을 하고 있었어요.

저도 질세라 등산화 벗고 계곡물에 들어가니
얼음장 만큼이나 차가운 맑은 물이
하루종일 산행에 지쳐있는
발의 피곤함을 덜어주더군요.

 

머얼리에서 바라 본 불암산은 그저
머리 듬성듬성 빠진 초록빛 대머리산 같았지만
이렇게나 진실된 숨은 이야기가 많이 있더군요.
마치 평범하지만 마음씨 넓은 아저씨
같다고나 할까요.

 

2004년 5월 31일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