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Rang 봉사활동

서울노인복지 센터를 다녀와서

NaMuRang 2025. 4. 18. 07:38

노란 정장에 노란 모자 노란 와이셔츠에

노란 넥타이 온통 노란색으로 치장하신

어르신께서 밥과 반찬을 넣은 식판을 가지고

청국장찌개를 받으러 오셨다.

개나리처럼 노란색이 봄을 연상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래도 특이한 옷차림에 살짝 미소가 나왔지만

애써 참으며 모른 척 청국장찌개를 정성 들여 퍼들였다.

왠지 곱게 차려입은 어르신께 예의를 다하고 싶었다.

서울노인복지 센터를 다녀와서

끝을 모르던 꽃샘바람의 질투는 연일 태풍급 찬바람을 불어재키며

여리디 여린 봄꽃들을 끊임없이 괴롭히더니 기어이 우박까지 동원하여

끝장을 보고 서서히 물러났다.

이제는 완연한 봄이다.

만물이 소생하여 대지가 연둣빛으로 물들어가는 4월 17일은

경운동에 있는 서울노인복지센터로 봉사활동이 있는 날이다.

안국역 5번 출구를 나오면 바로 곁에 서울노인복지센터 건물이 보인다.

복지센터 안으로 들어오면서 승려 한 분을 보았다.

서울노인복지센터 식당은 조계종에서 운영을 하기 때문에

가끔가끔 스님들 보는 게 낯 설지가 않다.

10시에 식당 안으로 들어가자 이미 봉사활동 친구들은

'아름다운 5060'이란 주홍색 조끼를 입으시고

웃음꽃을 피우며 담소를 나누고 계셨다.

반갑게 봉사활동 친구들과 안부인사를 주고받으며

나도 모르게 활짝 웃고 말었다.

잠시 후 사회복지사가 진행하는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되고

개인과 단체에서 오신 봉사활동 친구들 봉사활동 구역을 배정받으면

가볍게 오리엔테이션도 끝이 나고 봉사활동 친구들과 우선 밥을 먹게 된다.

 

앞치마, 비닐토시, 목장갑에 일회용 비닐장갑,

주방용 모자, 마스크, 그리고 장화로 중무장하고

배식하러 주방 안으로 들어갔다.

국 푸는 일이 손에 익어 가장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국 푸는 장소로 재빨리 가서 자리를 잡었다.

김이 무럭무럭 나는 청국장찌개는 호박, 두부, 버섯등 건더기를

많이 넣어서 보기만 해도 백전백승 장군처럼 든든했다.

11시 20분 사회복지사의 파이팅을 신호로 식당 

유리문 안쪽 블라인드가 올라가고 줄지어 서 계이던

어르신들 중 맨 앞에 계신 어르신이 지팡이를 들고

뛰면서 바쁜 걸음으로 오신다.

얼마나 배가 고프셨으면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지만

정작 귀리가 살짝 들어간 귀리밥을 받으실 때도

고등어시래기조림과 배추김치 그린빈스느타리버벗볶음과

마카로니샐러드를 받으실 때도 조금만 달라고 하시더니

청국장찌개를 받으실 때도 조금만 달라고 하신다.

아니 그럼 왜 맨 처음으로 달려오신 거지?

어르신의 천진난만한 반전에 미소가 저절로 나왔다.

귀리밥에까지 얹어진 시래기와 고등어조림 배추김치도 듬뿍

그린빈스느타리버섯볶음도 듬뿍

마카로니샐러드까지 푸짐하게 얹어진 식판을

가져오신 어르신께 청국장찌개도 듬뿍 떠드렸더니

겸연쩍어하시면서 고맙다고 하신다.

'고맙긴요 당연히 하는 일인데요'

말은 안 했지만 무언의 화답을 하면서 생각해 본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6천 달러인 나라지만 아직도

우리 곁에는 엥겔지수가 높은 불우이웃이 있다는 것도 현실이다.

11시 20분에 식당문이 열리면 1시까지 평일에는

900~950분이 오시고 주말에는 600~800분이 오신다고한다.

 

한꺼번에 들어오시는 게 아니고 4번으로 나뉘어

들어오시는데 이제 첫 번째 배식이 끝나고 한숨

돌리고 나면 두 번째 배식이 시작되었다.

배식창구가 오른쪽 왼쪽으로 나뉘어있어 어르신들께서

두 줄로 서서 배식을 받는데 기다림 없이 빠른 속도로 배식은 이루어진다.

콩이 빼곡히 들어있는 청국장찌개가 인기가 있을 줄 알었는데

의외로 마카로니샐러드가 더 인기가 좋았다.

마요네즈로 버무려서 고소하기까지 한 마카로니샐러드 배식은

예쁜 얼굴만큼이나 맘씨가 고운 다운이 친구가 맡았는데

어르신들께서 더 달라고 하시면 한 국자 듬뿍 퍼주면서

"맛있게 드세요" 다정하게 이야기도 했다.

맘 씀씀이가 얼마나 곱고 예쁜지 그 이야기 들을 때마다 감동했다.

살면서 아직도 배울게 참 많다는 것을 새삼 새삼 깨닫는다.

어두운 색 계통의 옷을 입으신 어르신들이 대부분인데

봄맞이 노란 정장을 입으신 어르신이 귀리밥과 반찬이

들어있는 식판을 가져오셔 난생처음

보는 샛노란 넥타이에 꽂혀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제 두 번째 팀 배식도 끝나가고 청국장찌개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김이 무럭무럭 나는 청국장찌개를 다시 받고

어르신께서 우르르 들어오셔 기다랗게 줄을 서 계신다.

서울노인복지센터에 오시는 어르신들은 지팡이를

짚는 어르신들이 유난히 많아서 홀에서 봉사활동

하는 친구들도 분주하게 어르신들 식판을 들어 날으고 있어

마치 잔치집에 온 것 같은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다.

봄은 봄인가 보다.

이번에는 새하얀 정장에 빨갛게 꽃무늬가 있는 와이셔츠에

하얀 넥타이를 매시고 하얀 중절모를 쓰신 어르신께서

부지런히 밥과 반찬을 받으시더니 청국장찌개를 받으러 오셨다.

이미 노란 정장 입은 어르신을 보면서 놀란 가슴은

새하얀 정장 입은 어르신을 보고 놀라지는 안 했지만

하얀 중절모가 특이해 자꾸만 눈길이 멈추어졌다.

새하얀 머리가 인상적인 상당히 젠틀해 보이는

어르신께서 청국장찌개를 드리자 자그마한 목소리로 고맙다고 하신다.

예의 바른 어르신께 목례를 하면서 젠틀맨이란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3 팀 배식도 일사천리로 끝나고 이제는 마지막 4팀 배식만 남었다.

오리털 파카인지 솜털 파카인지 소속도 불분명한

두툼한 겨울파카를 입으신 어르신이 배식을 받으신다. 

홀에서 봉사활동 하던 친구가 발 빠르게 와서 어르신 식판을 챙겨 식탁으로 가져갔다.

바지 단을 한 뼘은 접어 올려 체크 기모가 훤히 보이는 겨울바지를 입고

어그적 어그적 자신의 식판을 들고 가는 봉사활동 친구를 따라가시는

어르신의 뒷모습을 보면서 한 끼 푸짐한 밥과 국이

누군가에게는 생명줄이란 생각은 지울 수가 없었다.

선 함을 아름다움으로 추구하는 '아름다운 5060'에서도 누군가에게

한 끼의 밥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서울노인복지 센터에 십시일반 기부행사를 했다.

더불어 같이 사는 사회는 우리 모두의 숙제인 듯싶다.

2025.4.17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