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 계곡 산행
장마비와 수락산 계곡
코로나19도 문제지만, 울음 끝 질긴 아이처럼 때로는 줄기차게
때로는 오락가락하는 장마비가 더실증이 났다.
누구나가 휴가철이라고 하는데 집에서 빈둥빈둥 뭔 짓인가싶다.
"배낭을 메고 메아리 소리 들려오는 계곡으로 여행 떠나자"는 조용필 씨 노래는
언제들어도 가슴 설레이는 흥분이다..
'그래 계곡으로 여행을 떠나자'. 여행이 별거던가 배낭 하나 달랑 메고 계곡 물소리 찾아 떠나면 여행이지.
일 년중 가장 덥다고하는 삼복더위 한가운데 중복날인 7월 4째주 일요일은 수락산 계곡으로
가볍게 산행이 있는 날이다.
이른 아침 하늘에 먼저 눈이 간다.
새털구름조차 없는 파아란 하늘에 천만다행이라고 안부인사를 전하며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배낭을 챙긴다.
1시간 20분을 달려 온 지하철 장암역에서 오랫만에 산우님들을 만나 반갑게 안부를 주고 받으며
신호등을 건넜다.
중복더위 뜨거운 햇살의 무차별 공격을 속수무책 당하며 나무 그늘부터 찾는다.
조선시대 사대부 박세당 사랑체가 아스팔트 옆길에 비켜 서있다.
아파트가 대세인 요즈음 아득히 먼 옛날집이 운치있고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점점 열기를 더해가는 뜨거운 햇살을 피해 나무그늘을 찾는 발걸음은 나도 모르게 빨라진다.
계곡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니 마음이 먼저 시원하다고 속삭인다.
당파싸움에 정점을 찍었던 숙종때 당파싸움에 희생양 박태보의 뜻을 기리기위해
건립했다는 노강서원을 보았다.
원래는 노량진에 있었지만 한국동란때 소실되어 수락산 숲속으로 이사를 했다고하는데
요즈음도 서울에서 둘째가라면 서운하다고 할만큼 사설학원이 많기로 유명한 노량진인데
조선시대에도 사설교육장 서원이 노량진에 있었다고하니 노량진은 예나지금이나 교육하고는
인연이 깊은건 아닌가하는 생뚱맞은 생각을 하며 아스팔트 숲길을 올라갔다.
크고 작은 바위들이 우리를 기다리며 수락산 장암계곡 들머리라고 슬쩍 귀띔해준다.
석림사에서 울리는 비구니의 낭낭한 독경이 숲속의 정적을 깨우고있다. 평안이 감싸도는 숲속
바위길을 쉼없이 올라갔다.
숲길 커다란 바위에는 초록빛 이끼가 도톰하게 내려앉고,
계곡에 반질반질 윤이나는 바위에는 하얀 소복을 입은듯 차름하게 물이 흘러내린다.
고혹한 그들의 자태에 반해 눈맞춤이 멈추어지지가 않는다.
물이 흥건하게 고여있는 바위와 바위로 이어지는 징검다리를 조심스럽게 지나갔다.
깔닥고개 1km라는 나무표시판이 우리를 기다린다.
앞으로 1km만 가면 된다는 친절한 나무팻말이 왜 그렇게 반갑기만하던지.
천연 파라솔 짙은 나무그늘에 중복더위를 맡기니 가벼운 산책이 따로없다.
나무계단이다. 천천히 그리고 할 수있다는 자신감에 최면을 걸면서 나무계단을 올라갔다.
며칠동안 왔던 장마비가 위력을 발휘한 수락산 장암계곡은 수량이 풍부하여
그야말로 휴양지로 이보다 좋을 수없다고 자랑하는지라.
그들의 자랑에 싱긋 미소를 지으며 무조건 엄지척.
크고 작은 바위들이 어서오라고 손짓하는 계곡 아래로 내려갔다
부서지는 파도처럼 은빛으로 부서지는 계곡 폭포와 순도 100%의 계곡물을 보며
조용필 씨가 노래한 그곳으로 여행 떠나온게 분명했다.
아...갑자기 가슴이 왜 두근두근 거리는걸까?
2020.7.26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