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산행기

금강산 신선대

NaMuRang 2019. 1. 16. 11:02

올 겨울에 눈구경했는지 기억조차 없어 아이젠을 잠시 들고 망설입니다. 넣을까 말까.
눈부자동네 강원도라는 소문도 있고하여 혹시나싶어
아이젠을 챙겨 배낭 깊숙히 넣었습니다.
한때는 주중행사였던 산행이 월중행사에서
이제는 기간별행사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산행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건 매한가지 입니다.
무사히 잘 해낼 수있을까 은근히 불안하면서도
배낭을 챙기는 손길은 분주합니다. 마치 소풍가는 아이처럼!
깊은 잠에 빠진 찬바람이 깰까봐 살금살금 재빠르게 사당동으로 갔습니다.


금강산 신선대에서 신선을 만났습니다.

새해가 왔다고합니다.
새해에는 무엇을 하고 싶으신가요?
새해 두 번째 일요일은 금강산 신선대로 산행이 있는 날입니다.
짙은어둠속에 '우리산악회'란 불빛이 유난히
반짝입니다. 금강산 신선대로 향하는 산행버스에 앉으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산행이라....아무리생각해도 탁월한 선택입니다. 기해년 새해을 맞이하여.
산행버스가 산허리를 뻥뻥 뚫어 놓은 터널을
거침없이 달려갑니다.
2병을 마신 멀미약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여
간밤에 설친 잠을 불러들입니다.
꿈도 없는 깊은 잠에 빠져 듭니다.
산행버스는 부지런히 금강산 신선대로 달리고.
빈들녁에 아침햇살이 스며들어 붉게 물들어갑니다.
얼마만에 보는 정겨운 풍경들인지 눈으로 보고 가슴가득
받아들입니다. 그들의 평안을....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 금강산 화암사 제2주차장에 산행버스가 도착하였습니다.
오늘은 주차장에 주차한 차가 많지 않아 화암사 일주문을
지나 제2주차장까지 산행버스를 타고 갔답니다.


수바위이야기를 친절하게 써놓은 커다란 입간판 옆 돌계단이 신선대 들머리입니다.
포근한 햇살의 안내를 받으며 돌계단을 천천히 올라갑니다. 돌계단 끝에는

자잘한 모래알이 섞인 마사토가 우리를 기다리고있어요.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나도 모르게 발에 힘이 들어갑니다.
일년중 가장 춥다고하는 소한과 대한 사이
천만다행 막간을 이용하여 영상의 기온에서 산행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축복 받은 날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래도 비탈진 산길을 올라 갈때는 잘 해낼 수 있을까
순간순간 나 자신을 못 미더워합니다.
발걸음이 차츰차츰 더디게 될때 들머리 입간판에서 읽었던 수바위를 만났습니다.

마치 이솝 우화 '황금알을 낳는 거위'을 연상하게하는 '수바위 이야기'를 들으며

갑자기 스틱 잡은 오른손에 왜 힘이 들어갔는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수바위에서 나오는 쌀로 스님 두 분께서 수행 했다는 금강산
화암사가 커다란 나무를 병풍처럼 펼쳐놓고 한 폭의 동양화을 고즈녁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금강산 화암사는 신라 769년 혜공왕 5년에 창건하여 소위말하는 천년고찰로 조계종

제3교구 본사인 신흥사 말사라고 하네요.
수바위에서 잠시 쉬고나니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집니다.


숲속 한가운데서 둥글고 두툼한 바위들이 차곡차곡 쌓아있는
시루떡바위를 만났습니다. 어찌보면 말그대로 시루떡하고 흡사하여 콩가루 고물이

풍성하게 얹은 콩가루 시루떡이 먹고 싶었습니다.
새하얀눈이 다녀간 흔적조차 없는 눈부자동네 강원도 숲속에는 마른낙엽들이

수북수북 쌓여 늦가을 어느날 산행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아직 채 떨어지지도 못하고 가느다란 나뭇가지에 매달려있는
바싹 마른 나뭇잎을 보니 마치 내 모습을 보는 것처럼 처량합니다.
젊고 푸릇푸릇한 청춘은 간곳이 없고 이토록 바스라질듯 메마른 나뭇잎으로 남다니.
가파른 고개길에 숨을 헐덕거리면서도 그들에게서 차마 눈길이 거두어지지가 않습니다.


나뭇가지 사이로 파란하늘이 얼굴을 내밀며 정상이라고 살짝 귀띔합니다.


반가운 마음 활짝 웃으며 화답하고는 있는 힘을 다해 신선대로 올라갑니다.
신선들의 보금자리 신선대(해발645m)는 금강산 외금강지역이라고 하네요.
기암괴석으로 설악산 봉우리를 장악한 울산바위가 손에 잡힐듯 유혹이 눈부십니다.

앉은뱅이 소나무들이 나무가지를 하나같이 동해로 뻗고는
미시령에서 부는 바람 등쌀에 못견디겠다고 하소연합니다.
기형으로 변한 그들의 모습에 애처러움은 한결 더해지고.

가까이는 고성군이 좀더 멀리 뿌연 연기같은 미세먼지속에 속초시내가 보입니다.

산정상에서 보는 산아래 동네는 언제나처럼 크기와 상관없이 미니어처로 만든

장난감도시 같습니다. 현실이야 서로가 경쟁하고 갈등하며

그것이 인생살이라는 발칙한 명분을 달고 서로가 자기 합리화를 하지만.

저마다 이름과 사연을 가진 낙타바위, 부부바위, 거북바위들이
신선대 주위에서 우리를 묵묵히 기다립니다.
산우님들은 친구라도 만난것처럼 그들과 어울어져 인증샷을
하십니다. 간난아이처럼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으며.


하산길에 신선암에 들러 신선들의 풍미를 잠시 즐겨보았습니다.


신선이 된다는 착각이 얼마나 근사한 사건인지를 강원도 고성군에 있는

신선대와 신선암에서 기해년 새해 경험했습니다.
좋은생각과 더불어 관조하는 마음을 품어 봅니다.

2019.1.13

NaMu

에필로그
성황님을 마을동구밖이나 숲속에서만 모시는게
아닐진데 고정관념은 성낭당하면 마을어귀나 숲속이 떠오릅니다.
타포니 바위로 형성된 동해 바닷가 오후항에는

자연이 만든 천연성낭당이 있다고하여 산행을 주관하신 바람직이 대장님 덕분에

산행후에 잠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이었습니다.


커다란 바위 두개가 모래시계처럼 연결한 서낭바위는 바위 정상에 소나무가

자라고 있어 퍽이나 이채롭게 보입니다. 대자연의 오묘한 섭리라니....!
성낭당에 자그마한 돌을 얹져 놓으며 소원을 빌어봄니다.
내 소망은 무엇일까? 갑자기 생각이 떠오르지않습니다.
마음을 가다듬어 다시 생각 해 봅니다.

무남독녀 외동딸이 떠오릅니다.
"그래.... 딸아이가 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