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산행기

봄이 오는 길목에서 관악산

NaMuRang 2018. 4. 4. 09:03

찬바람을 동반한 겨울은 누구나가 실증을 느껴도 물러 설줄 모릅니다.

마치 울음끝이 질긴 아이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사나흘 추위가 물러서자 이때다 싶은지 

개나리들이 활짝피어 봄나팔을 불러요.

상실된 봄이라고 겨울을 무던히도 미워했었는 데 

번개불에 콩 튀기듯 봄은 그렇게 우리 곁에 오고야 말었습니다.
서부간선도로 언덕에는 개나리들이 노오랗게 울타리를 치고 어디론가 

쏜살같이 달려가는 차들을 향해 봄소식을 들려줍니다.
출퇴근길 그들을 눈여겨 바라보면 막연히 설레임이 이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개나리가 만개하고 안양천변 벚꽃들이 연분홍 속살을 비치기시작하자
거리에서 등산복에 등산가방을 매고 지나가는 낯선이들을 만나면 예사롭게 보이지가 않습니다.

내 중년을 찬란하게 수 놓았던 산행은 언제나 그리움의 대상이기에 

더디게 찾아 온 봄이지만 산행을 하고 싶다는 간절한 욕망을 잠재울 수는 없었습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관악산

빈나무가지에 산수유와 목련이 봄바람에 놀라 화들짝 꽃을 피우는 

4월 초하루날 올해 첫 산행을 관악산에서 했습니다.


해가 비뀌고도 몇 달만에 산우님들을 사당역에서 만났어요.

내 허물을 모두 감싸주시는 산우님들이 오랫만에 만난 

가족처럼 옛친구처럼 반가워 웃음꽃이 저절로 펴집니다.

나즈막한 언덕길 상가를 지나 아파트촌 끝나는 지점이 관악산행 들머리이예요.

공사를 하기위해 파 헤쳐놓은 흙더미옆 어린나뭇가지에 홍매화가 몇 송이 매달려있어요.

보기드물고 귀한 홍매화가 공사장 흙더미옆에 있다는 것이 마음에 걸려 가만히 속삭여봅니다.

"고생이 많구나 흙먼지 뒤집에 쓰고..."


언덕길을 가볍게 올라가다 영분홍 진달래와 마추쳤어요.
올해 처음 보는 진달래가 낯설게 다가오는 건, 순전히 끔직하게 추웠던 겨울이 범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길을 멈짓하며 진달래에게 눈인사를 건넸습니다
날이 가물어 물줄기가 실날같아 물소리조차 졸졸거리는 계곡을 지나 

언덕길을 쉼없이 올라갑니다
이따금씩 만나는 연분홍진달래에 흠뻑 빠져
내마음도 서서히 연분홍빛으로 물들어가고!

앞서 가시는 산우님께서 제법 비탈진 암벽을 올라가십니다.

산행하기 전에 바위는 타지않겠다고 내자신과 약속하였기 때문에 

바위를 타지 않는 우회길이 없나 두리번거리는 데 

마침 뒤에 오시던 갑장산우님 무릉도원님께 물어 봤어요.

"저 바위타지 않고 갈 수있는 우회길은 없나요"

"있을 거예요" 고개를 끄덕이시면서 앞장서서 가십니다.

우회산길을 한참 돌아갔더니 이번에도 높지는 않지만 

어김없이 관악산답게 바위가 버티고 있어요.
바위를 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자 아무소리 안하시고

아래로 내려가 후미팀과 합류했습니다. 

하지만 후미팀은 산행을 하는게 아니고 연중행사 

주꾸미파티를 준비하는 임원진들였어요.
오늘에 최종 목적지 국기봉까지 가는 방법을 토시리님께서 자세히 설명 해 주었지만, 

엄두가 나지않아 갑장 무릉도원님께 같이 가자고 안내를 부탁했습니다.

바위를 타지 않겠다는 잘난척은 애끗게 갑장산우님만 힘들게하여 미안한 마음에 

제법 가파른 산길을 숨 헐덕이며 부지런히 앞장서서 올라갔어요.

건너편 능선위에 태극기가 꽂힌 국기봉이 손에 잡힐듯 우뚝 서 있어

안도의 한숨을 깊이 들여 마시며 발걸음은 더욱 빨라지고.


드디어 국기봉 아래 왔지만 산우님들은 이미 가셨는지 쥐 죽은듯 조용합니다.

국기봉 올라가는 바위를 손으로 잡고 올라가면서 바위가 쑥 빠져버리면 

어쩌지하는 불안이 슬며시 일어 제법 단단하게 박힌 바위를 순간적으로 잡고 있네요.
매끈매끈하고 거칠은 바위를 잘 다스려 산행을 하는 리찌산행의 묘미를 잘 알면서도

바위를 잡고 엉금엉금거리는 내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집니다.


국기봉에 올라서서 사방을 돌아보니 바로 앞 바위산에서 산우님들이 천천히 오고 계십니다.
산우님들이 아직 국기봉에 도착을 못하신거예요. 

지름길 바위산길을 피해왔지만 부지런히 서둘렀기에 일착으로 도착했나봐요.


저멀리 한강너머로 남산타워와 인왕산이 한 눈에 들어 옵니다.

병풍처럼 펼쳐진 북한산도.
미세먼지가 봄바람에 나부껴 안개처럼 자욱합니다.

물질문명의 금자탑에 살고 있는 우리가 치뤄야할 댓가를 보는 것같아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을 새삼 실감합니다.

바위가 많아 이름 그대로 관악산이라고 합니다
크고 작은 바위는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기에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우리는 흔히 말 합니다. 

하지만 산행에서 자칫 방심이 대형사고라고 

건나편 바위산에 산행구조 헬리콥터가 큰소리로 으름장을 놓고 있어요.


하산길 진달래가 길목마다 지키며 화사한 미소로 


겨우네 추위로 지친 우리를 위로하네요.
관악산에 봄은 연분홍 진달래와 함께 시작하나 봅니다.

2018.4.18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