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트리파크
한 줄기 석양빛에 붉게 익어가던 덩쿨장미를 동네 시민회관 갓 길에서 만났던 것은
불과 일주일 전 였다. "덩쿨장미다!"
그들을 보는 순간 놀라움에 연속이다. 마치 언제나 변함없는 미모를 자랑하는 옛 친구를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난 것처럼 반갑기만하여 마음이 먼저 다가간다.
덩쿨장미가 눈이 시리도록 화려하게 계절을 수 놓을 동안 나는 왜 한 번도 그들이 있었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한 것일까? 도심의 바쁜 일상은 앞만보고 질주하는 천리마인듯 하여
때론 '여유'가 필수조건이라는 자가진단을 스스로에게 내려본다.
'여유'를 되찾기에는 대자연을 벗 삼아 여행만큼 좋은 조건이 또 있을까 싶지만,
대자연의 속살을 보면서 여행을 하기에는 경험부족으로 인해 '집 나가면 개고생'이란
말을 피부로 실감 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어쩌다 한 번 큰 맘먹고 가볍게 여행을 즐기는 이들을 위해 테마파크가
요사이 유행의 물결을 타고 있다고 한다.
성과 예산제도를 2004년 부터 도입한 지방자치단체가 재정확충을 위해 대안으로
떠 오른 테마공원 조성은 그 지방의 특성에 맞춰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다양한 경험을
공원 안에서 한 번에 즐길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구촌 여행방에서 베어트리파크(Beartree Park) 여행공지가 게시되면서 부터
어딘가로 훌쩍 여행을 떠나고 싶어하던 잠재된 욕망이 수면 위로 떠 올랐다.
깊은 숲속에 정적을 깨우는 새들의 지저귐에 놀라 숲속 길을 어슬렁거리던 반달곰을
공원에서 만난다면 어떻게 할까? 반달곰은 실제로 어떻게 생긴 것일까?
영화나 사진에서만 보았던 반달곰을 현실에서 만난다는 자체가 실감이 나지 않아
호기심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작별인사를 할 겨를도 없이 '계절이 여왕 5월'은 내곁을 떠나가고 6월을 맞이하던 초 하루날.
세종특별자치시 정동면 신송로에 있는 베어트리파크로 반달곰을 만나러 여행을 떠났다.
공원안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우리를 반기는 것은 비단잉어가 무리지어 군무를 추는
오색연못이다.
연못위에 있는 구름다리 끝에는 장인의 정성스런 손길로 만들어진 분재들이 저마다의
모습을 자랑하며 팔각정 주위에 몰려있어 그들을 눈여겨 보고 있으니
삼척 동명항에 있는 영금정(靈琴亭)의 미니어처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팔각정이 있는 오색연못 건너편 커다란 나무 그늘에서 서울과 부산 그리고 대구에서 오신 35명의
지구촌 여행 친구들을 만났다.'금강도 식후경'이라고 월켐레스토랑에서 뜨거운 돌에 두툼한
스테이크를 직접 구워 먹는 즐거움도 만끽하며 우리는 나무 그림자기 깊게 드리워진 의자에 앉아
오늘 베어트리 파크 여행을 주관하셨던 동하님께서 협찬하신 수박을 먹으면서 새힘 회장님께서 지구촌 여행을 온 친구들의 자상한 소개에 힘 입어 우리는 서로가 정식으로 인사를 하는 시간도 가졌다.
꽃과 물이 어울어진 색다른 정원이 월켐레스토랑 안에 있다. 2층 창문 너머로 그들을 보며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새샘한 배려가 최선의 서비스를 받는 것 같아 나 자신이 귀한 손님같은 느낌은 지울수가 없었다.
제세상을 만난듯 분수들이 마음껏 물을 뿜어대는 정원에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동상'이 뜨거운 햇살을 맞으며 심각하게 턱을 괴고 앉아있다. 그는 이 더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들은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앞에 잠시 서성이다 반달곰 동산으로 발길을 돌린다.
공작새만큼 화려하고 우아한모습을 하고 있는 새가 있을까 만은 암컷의 울음소리는 어쩜 그렇게
생긴 모습하고 정반대인지 알수가 없다. 암컷이 새하얀 날개를 부채처럼 우아하게 펼치고 패션쇼를 시작하자 이에 질세라 숫컷도 오색찬란한 날개를 활짝 펼치고 있다.
보는이들의 혼을 빼앗기라도 하듯 화려함으로 무장한 공작새였지만 반달곰과 불곰을 보고싶어하는 급한 마음은 애완동물원에서 발길을 돌리게한다.
나뭇껍질을 다 벗겨 매끈한 나무 속살이 들어난 아람들이 통나무를 엮어 만든
반달곰집에는 어린곰들이 서로가 몸을 기대어 낮잠을 자고있다.
곰은 당연히 사람보다 훨씬 크다고 생각했었는 데 아기곰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상당히 작다. 커다란 진도개만 하다고 할까.
사진이나 영화에서 봤던 것보다 작다는 데 놀랐고 물론 시끄럽지는 않았지만
햇살이 뜨거운 대낮에 나무 그늘조차 없는 우리에서 서로 몸을 기대고 낮잠을 자는 아기곰들 보며 놀랐다.
둥그렇게 아치모양으로 멋을 부린 반달곰집 앞에는 하얀 찔레꽃이 만개하여 향기를 폴폴 풍기며 그리움을 자극한다.
숫자를 정확히는 알수 없지만 몇 십마리의 곰들이 시멘트 바닥위에 작은 웅덩이 하나 의지하여
생활하는 곰동산의 곰들은 동산이라고 하기에는 곰 사육장 같았다. 깊은 숲속에 숨어서 살던
곰들이 인간을 만나 고생하는 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지만 곰들에게 먹이를 주는 관람객들을 보면서 나 또한 그들 중에 한 명이기에 얼굴을 붉힐 수 밖에 없었다.
다만 희망사항이 있다면 지금처럼 시멘트 바닥에 비좁은 영구임대아파트에서 생활하는 것같은 곰들이 좀더 나은 환경에서 생활 할 수 있도록 반달곰집을 늘리던지 방목하는 방법이 연구대상임에는 틀림없다는 사실이다.
반달곰들의 일상을 훤히 볼 수 있도록 스텐레스 스틸로 탄탄하게 설치되어 있는 관람길을
나오면서 물대포를 맞으며 시원하게 목욕하는 곰들을 용켜도 보게되었다.
전망대로 올라가는 길목에서 만났던 야생화동산에서는 곰 사육사가 아기곰을 데리고 장기자랑을
선보이고 있었다. 피리를 부는 아기곰을 보고 웃음꽃을 피우는 관람객들은 직접 아기곰을 만져볼수 있는 행운도 있어 마치 '곰 세마리' 동요처럼 곰이 애완동물처럼 느껴져 아기를 키우는 부모들에게는 체험학습장으로 추천 하고 싶다.
전망대에 올라 잘 다듬어진 향나무들의 행진을 잠시 구경하고 내려오며
잠시 열대식물원에 들러 열대지방으로 여행을 떠나본다.
정원사가 자그마한 손가위를 들고 장미꽃밭에서 장미꽃들을 부지런히 손질하고 있다.
꽃과 여자는 가꾸기 나름이라고 했던가 장미꽃들이 수도 많고 유난히 아름답더니 다 이유가 있었나보다.만개한 장미꽃 앞에서는 친구들이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모두가 계절의 여왕 5월의 공주같다. 친구들이여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고 하더이다.
몸도 마음도 장미처럼 영원토록 곱게 빛나소서.
개인적으로 베어트리 파크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봤던 것은 송파원이다.
'주상절리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바위들이 금강산의 만물상을 감상하는 느낌'이란 자랑도 있었지만
마치 '겸재 정선'의 '금강산 만물상' 화폭이 언뜻언뜻 비치고 있어 한동안 발길이 머물어진다.
내려놓고 내려놓는 연습을 해야겠다.지극히 평범한 일상이라하여도.
친구들이 나무의자에 앉아 잠시 쉬는 막간을 이용하여 다시금 곰 사육장과 야생화동산에
올라갔다.
분수의 물줄기가 동그렇게 원을 그리며 떨어지는 연못에서 젊은 나들이 가족을
먼 발치에서 보았다.
젊은 아빠는 신세대답게 가족의 모습을 담아내기위해 부지런히 카메라 앵글을 맞추고 두 명의 딸과 엄마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웃음꽃을 터트린다.
지극히 평화로운 그들의 겉모습에서는 한 달 넘게 침통한 사회 분위기는 느낄 수가 없었다.
우리는 흔히 이야기한다. "살은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고 어쩌면 야생화동산 연못 앞
나무의자에 앉아 있던 젊은 가족이야말로 행복해야할 충분한 권리가 있는건 아니겠는가.
미래 가정을 이루어 나갈 우리 자식들처럼
2014.6.1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