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조용필 -
오늘도 그와 정보미팅 시간입니다..
처음 할 때보다야 국내에서 1순위 대기업 다니는 s맨 답게 일취월장했지만
천성적으로 남 앞에 서는걸 쑥스러워하는지 여전히 어색한 몸짓은 어쩔 수가 없네요.
자신과 맞지 않는 일에 악전고투하는 그의 모습에서 내 모습을 보았어요.솔직히.
타인에게 싫은소리 하지 못하고 혼자서 삭이는데는 도통했던 그는
인격을 고루 갖춘 소위 '군자'였지만 양육강식이 생존법칙인 사회에서는
그의 장점은 단점이 되는 넌센스도 벌어지나봐요.
음악을 유난히 좋아하는지 아침마다 교육하기 몇 분전 자신이 선곡한
음악을 노트북을 통해 지점 식구들에게 들려 주었어요.
커다란 키에 뚱뚱한 몸은 마치 '아빠곰은 뚱뚱해'였지만
생긴 모습과는 상관없이 감성적인 노래를 선곡하여 마음은 아직도
순수함이 넘치는 사춘기 소년이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해요.
여름이 막 시작하던 6월 였는지 7월 였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우연히 점심식사를 같이 하게 될 기회가 생겼어요.
낯을 유난히 많이 가려 아무리 상관이라도 친하지 않으면
식사 같은건 하지않는 옹고집쟁이라는 걸 이미 눈치 챘는지
총무와 같이 먹을거라고 강조를 하면서 점심 같이 먹자고 제안하네요.
그가 좋은 사람이라는 건 알지만 내 스타일이 아니라 느낌이 오지 않아
같이 밥은 먹기 싫었지만 내식조차 하지 못하고 어기적거리며 따라 갔어요.
난생 처음 지점 발령받고 왔던 낯선 동네에서 맘 붙일 곳 없는 그의 모습에는
"내가 없는 40대" 이 시대 가장의 현주소가 물씬 풍겨 안쓰웠었어요.
문득...'조용필'씨가 부른 '꿈'이 생각 났습니다.
꿈 -조용필-
화려한 도시를 그리며 찾아 왔네
그 곳은 춥고도 험한 곳
여기저기 헤메다 초라한 문턱에서
뜨거운 눈물을 먹는다.
머나먼 길을 찾아 여기에 꿈을 찾아 여기에
괴롭고도 험한 이 길을 왔는데
이 세상 어디가 숲인지 어디가 늪인지
그 누구도 말을 않네
그의 꿈은 무엇일까요?
지점 건물 3층에 있는 최신식 중국집에서 오랫만에 삼선간짜장을 먹으면서
내 꿈을 들려주었어요.
"한 동안 열심히 돈을 벌어 여행을 다녀와서 필생에 여행기를 쓰고 싶다고..."
나는 그 꿈을 위해 오늘도 산다고 말예요.
회사마다 시기는 다르겠지만 12월은 인사의 계절인가봐요.
본사 사장님도 바뀌고 지점들이 통 폐합되면서 그는 육 개월 지점 생활을 끝내고
우리 지점을 떠난다고해요.
개편 조짐이야 10월 초부터 있었다하더라도 이렇게 갑자기 떠나니 참 좋는 사람이란 생각을 지울수가 없어요.
오후가 되면 짐을 챙겨야 하는 그의 책상으로 갔습니다.
"인사를 하려구요" 사람 좋은 그는 반갑게 맞은 편 의자에 앉으라고 권하네요.
이목이 두려워 앉지도 못하고 서서 인사를 합니다.
"나를 잃어버린 40대"라고 해요. 그가 말합니다 "감사합니다"
말 주변 없는 내가 그에게 들려준 말이고는...ㅠㅠ
그는 내 말 뜻을 알아 들었을려나요.
음악을 좋아하는 그에게 '조용필'씨의 '꿈'을 짧은 인연의 선물로 드리고 싶어요. 서운함과 함께^^
(내년 1월이면 나도 그만 둘 건데 그 새를 못 참고 먼저 가다니요)
꿈 -조용필-
사람들은 저마다
고향을 찾아가네
나는 지금 홀로 남아서
빌딩 속을 헤메다 초라한 골목에서 뜨거운 눈물을
먹는다.
저기 저 별은 나의 마음을 알까 나의 꿈을 알까
괴로울 땐 슬픈 노래를 부른다
슬퍼질 땐 차라리 나 홀로 눈을 감고 싶어
고향의 향기 들으면서
저기 저 별은 나의
마음 알까 나의 꿈을 알까
괴로울 땐 슬픈 노래를 부르면서
이 세상 어디가
숲인지 어디가 늪인지
그 누구도 말을 않네
슬퍼질 땐 차라리 나 홀로 눈을 감고
싶어
고향의 향기
들으면서
고향의 향기 들으면서
2013.12.8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