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Rang 봉사활동

서울영아 일시 보호소를 다녀와서

NaMuRang 2013. 9. 26. 07:24

풍요속에 빈곤은 유사 이래 존재하는 문제인가.

앞 머리를 사슴 뿔처럼 양 갈래로 묶은 다훈이가 러닝홈 장난감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소리에

윗 몸을 앞 뒤로 흔들며 장단을 맞추는 앙징맞은 모습에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그 흔한 TV를 본다든가 누가 특별하게 가르쳐주지도 않았을텐데 어떻게 알았을까?

'유전인자가 본능일까'하는 생각이 번개처럼 스쳐지나갔지만

다훈이는 보란듯이 두 손을 마주하며 짝짝짝 짝짝쿵도 잘한다.

다훈이를 돌보던 친구가 "박수도 잘 치네" 활짝 웃으며 자랑질한다.

'아~함' 그렇구나 짝짝쿵이 아니고 "박수"였어.

'하긴 다훈이 정도면 박수라고 해도 괜찮을거야'

추석 다음 날이 다훈이 첫 돌였다고 한다. 아기는 돌 잔치를 했을까?

깊은 숨을 가슴 깊이 들여밀어도 울컥 목이 메이는 어쩔 수가 없다. 누가 이 아기에게 이런 죄를 지었는가!

 

태풍이 사고를 치지않고 무사히 여름이 지나가자 일찌감치 팔월 한가위가 찾아 왔다.

갓 태어난듯 풋풋한 사과와 배가 선물용 포장지에 곱게 쌓여 선 보이던 그들을 보며

가히 풍료로움에 상징처럼 여겨지는 추석 명절이구나 하는 것을 피부로 느껴는 순간였다.

 

이토록 풍성한 추석 명절을 아직도 체험하지 못하는 아기천사들이 문득 떠 오른다.

풍요속에 빈곤은 유사 이래 존재하는 문제이기에 해답이 없다고 위로를 하여도

마음이 불편한건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한가위만 같아라"고 최상의 덕담을 주고 받으며 추석 명절을 보냈던 9월 넷째 주 일요일날은

서울 영아 일시 보호소로 봉사활동 가는 날이다.

 

역삼역에서 봉사활동 친구들을 만났다.

1번 출구를 나서자 햇살은 가을을 무르익히고 싶어 따겁기가 한량없다.

따거운 햇살을 피해 도로 정가운데를 가르며 울창하게 서 있는 가로수들의 나무 그늘속으로 재 빨리 들어갔다.

금융 결제원과 붙어 있는 한국은행 강남본부 건물 옆 나즈막한 언덕길에는 가로수 은행나무가

가을이 왔다고 도로변에 주홍빛 은행을 열심히 털어대고 있었다.하지만 주홍빛 은행 겉 껍질을 밟았다하면 냄새쟁이 스컹스도 도망갈 판이다.조심조심 은행을 피해 한서 병원옆에 있는 서울 영아 일시 보호소로 갔다.

 

언제나처럼 3층 다람쥐방에 들어갔더니 발 빠른 친구들이 한 걸음 먼저 와 아기들을 돌보고 있다.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보행기에서 아기를 꺼냈다.유난히 가뿐하여 어지간히 입이 짦은 아기구나 하는 것을 직감으로

알아차리게 한다.

아기를 안고 눈을 마주하자 까르르 웃는다.이렇게 천진난만하게 웃기를 잘하다니...다시 눈을 마주하며 "깍! 쿵!"하자 까르르 웃으며 자지러진다.세상에나...아기를 번쩍 안아 올렸더니...그래도 좋다고 까르르 웃는다.

"시후야.." 나도 모르게 아기 이름이 불렀다. 어쩜 이렇게 예쁜짓을 하다니....

우유를 먹일 시간인데 우유 먹는아기가 없어 아기와 놀아주는 일이야 누워서 식은 죽 먹기보다 더 쉬은데 오늘은 정말 할 일이 없나보다 하고 한 시름 놓으면서 시후를 안고 사강고문님께서 영기 이유식 먹이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다.

하지만 보모선생이 시후 우유병을 들고 와 먹이라고 한다.그러면 그렇지...입 짦은 시후가 벌써

우유를 먹을리가 없다.

과연 아기가 우유를 먹기나 할려는지 자신이 없었다.

애간장 녹이지 않고 아기가 우유를 먹어만 준다면야.얼마나 좋으랴만.

그네와 보행기가 나란히 있는 아기들이 놀이터에 앉아 시후에게 우유를 먹이려고 우유병 젖꼭지를 아기 입에 넣어주자 울기부터 한다.알고는 있었지만 어쩜 그렇게 먹는 걸 싫어 할 수 있을까? 일 년 365일 다이어트 하느라고 먹는 걸 줄이지 입 맛이 없어 본적이 없는 나는 도저히 이해 불능인지라. 앉고 먹여도 침대에 눕히고 먹여도 아기는 발버둥 치며 우유를 먹으려 들지 않는다.

시후 옆 침대 아기에게 우유를 먹이고 계시던 사강고문님께서 참다못해 침대 난간을 톡톡치며 얼러주니 그때서야 이게 무슨소린가 싶어 울음을 뚝 그친다.

왼손으로 아기 오른손을 꼬옥 쥐고 우유병 젖꼭지를 아기 입에서 절대로 빼지 않고 기다리고 또 기다려본다.

아기가 우유병 젖꼭지를 빨지 않아 젖꼭지에서 흘러나온 우유가 아기 입 주위에 흥건하게 젖어있어 물휴지로 닦아 주면서 과연 아기 우유를 먹일 수 있을지 여전히 자신이 서지 않는다.

 

방배동 성당에서 오신 나이가 지긋하게 드신 봉사활동 친구들이 아기방 청소도 끝나 갈 때쯤 되자 그제서야 시후는 우유병 젖꼭지를 빨기 시작한다.아기가 우유를 먹다니...

왼손으로 아기 오른손을 꼬~옥 잡고 아기는 자기 오른손 손가락으로 우유병을 톡톡 건드려보기도 하면서 부지런히 우유를 먹는다.이미 다른 아기들은 우유를 다 먹고 보모선생은 우유병을 씻으러 갈 때까지 아기는 우유를 먹었지만 기적처럼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아기를 안고 트림을 시키면서...기적였다는 외침이 내 가슴에 메아리진다.

 

"엄마"소리를 못하는 아기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우는 아기에게 젖을 더 준다'고 얌전한 순중이 다니엘은 침대 머리맡에 있는 휘황찬란한 모빌만 바라보며 혼자서도 잘 논다. 아기에게도 인간의 숨결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다니엘을 안고 아기들의 놀이터에 앉았다.

지난달에 비해 아기체육관과 런닝 홈등 장남감이 많이 진 걸 보니 다람쥐방에 아기들도
커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된다.
런닝 홈 장난감에 붙어 있는 북을 양 손으로 두둘리는 법을 아마도그럴껄 봉사활동 친구로 부터 배우던 다훈이는 린닝 홈 장난감에서 노래가 흘러나오자 윗 몸을 앞 뒤로 흔들며 웅얼웅얼 노래를 한다. 옆에서 같이 놀던 골목대장 영기도 이에 질세라 웅얼웅얼 노래를 따라 부른다.
이제는 "엄마"라는 소리를 할 만큼 자란 것 같은데..."엄마"소리를 못하는구나.

이렇게 건강하게 자란 아기들을 친부모가 본다면 목숨걸로 데려다 키우고 싶지 않을까하는 부질없는 생각이 드는건  예쁜짓하는 아기들이 너무도 대견하기 때문이다.

 

우유 먹을 때마다 있는데로 애를 먹이던 영기가 이유식은 어쩜 그렇게 잘하는지.

마치 제비새끼처럼 입을 딱 딱 벌리면서 사강고문님께서 한 입씩 떠 주는 이유식을 잘 받아 먹는다. 다 컷구나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어 눈물겹다.

다람쥐방에 골목대장답게 다훈이가 가지고 놀던 책도 자기것이요 다니엘이 가지고 놀던 책도 자기것인양 눈 독을 들인다.하지만 아기 하는 짓이 너무 예뻐 연신 웃음꽃을 피 울 수밖에.

돌쟁이 다훈이가 서서 아장아장 몇 걸음 걷자 영기도 보란듯이 일어선다.

하지만 아직은 엉금엉금 기는게 더 수훨한지 휴지통을 향해 엉금엉금 기어간다.

"영기야"하고 부르자 뒤 돌아본다.그리곤 자신을 돌봐주던 사강님 품에 안긴다.

이상도하지 부른긴 내가 불렸는데 왜 사강님한테 갈까? 너무나 영리하다 불과 10개월 밖에 안 된 아기가.생긴것 또한 얼마나 잘 생겼는지 명장 '한나발'을 제압했던 '스키피오'가 연상된다.

어서빨리 좋은 집안으로 입양되어 '스피키오'처럼 자라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야.

말하여 무엇하리오 만은.

영기를 정성껏 돌보던 사강님께서"영기야 담 달에는 보지말자"하고 말씀하신다.

보기만해도 웃음이 저절로 나오는 영기를 볼 수 없다는게 정녕 서운하지만 아기를 위해서는

이보다 더 좋은일이 있을까 싶어 고개를 끄덕끄덕 거렸다.

 

보모 선생이 저녁을 먹고 오면 아기들 목욕을 하는 시간이다.
예쁘장한 얼굴이지만 역설적으로 호박꽃이란 닉네임을 붙인 봉사활동친구와
아마도그럴껄 봉사활동친구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보모선생을 도와 아기들 옷 벗기고 갈아입힌다.
무릎이 아픈 나는 아기들 옷 갈아 입히는 일에는 엄두도 못내고 아기들과
놀아 주는 것으로 봉사활동 친구들의 수고로움을 대신 할 수 밖에 없었다.

아기들이 봉사활동 친구들과 신바람나게 놀고 있어도 손길이 모자라 보행기에만 있던

순둥이 운하를 보행기에서 꺼냈다. 가쁜한 아기는 가슴에 포옥 안겨있다.아직은 어려서 그럴까 안겨 있는 것을

더 좋아하는 아기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아기 숨결이 내 가슴에 울린다.공명처럼

 

에필로그:

늦은 저녁 집에 와서 저녁준비를 하는데 몸에서 아기 냄새가 났다.
비릿한 아기들 내음은 내 영혼을 선하게 정화시켜주고 있다.

2013.9.22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