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산행기

지리산 바래봉

NaMuRang 2013. 5. 15. 08:17

소식통 산들바람이 전해주던 계절의 여왕 5월에는.

참으로 길고도 길었던 겨울이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여 봄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벚꽃들이 만개하여 '깜짝 이벤트'를 벌였다.
벚꽃들의 '깜짝 이벤트'에 자극을 받은 꽃들은 저마다 화려하게 피어나

계절의 여왕 5월을 칭송한다.

누구나가 한 번쯤은 꽃 구경을 가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의무감이 생기는건

순전히 그들의 포기 할수 없는 아름다움때문이다.
도심의 거리를 온통 연두빛으로 물들이고 있는 가로수 나뭇잎 또한 어딘론가 훌쩍 떠나보라고 부추긴다.
이쯤 되면 제 아무리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상이라 하더라도 마음에 여유를 가져야한다.

 

늦은 밤 퇴근길 이제야 비로서 향기를 뿜어대는 측백나뭇잎 향기를 가슴 깊숙이 들여마시면
도심의 일상에 찌든 내 마음에도 평안이 찾아든다.지금 쯤...숲 속에는 어떤 일이 있을까?
하얀철쭉 꽃분홍철쭉 주홍빛 아기철쭉꽃들이 만개한 우리동네 시민운동장 꽃담장 길을 지나며
철쭉꽃들이 축제장 바래봉을 생각한다.

 

소식통 산들바람이 수시로 전해주는 계절의 여왕 5월도 중순으로 넘어가던 둘 째주 일요일날
지리산 바래봉으로 정기산행이 있었다.

산행에 대한 애착은 강하지만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그대처럼' 산행을 자주 할 수 없다는게 늘 아쉬워하며 허리에 가볍게 찰 수 있는 여름배낭을 꺼냈다

 

최소한의 일요할 양식만을 준비하여 배낭에 넣고 집을 나서자 동녁 하늘을 붉그스름하게 물들이며 떠오른 햇님을 보았다. 실로 오랫만에 그와 눈인사를 건내면서 바라봉산행 버스가 있는 사당동으로 갔다.
한 달 만에 만나는 산우님들 여전히 건강한 웃음이 반갑고 정겹다.

 

모내기를 끝낸 들녁에는 넘실넘실거리는 못 물위로 고개를 높이 쳐들고 있는 아기 벼들.
난초잎처럼 기다란 마늘잎이 휘늘어져 수확철이 다가오고 있다고 넌지시 귀띔하는 마늘밭.
도톰하게 올라 온 밭 두둑 위에는 투명 비닐을 뚫고 씽씽하게 자라고 있던 하지 감자잎.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게 내 가슴에 얹어진다.역시 계절의 여왕 5월 인가보다.

 

차 창 너머 풍요로운 볼거리에 마음을 주다보니
어느 덧 바래봉산행 버스는 전북 남원시 운봉읍 용산리 용산마을에 도착했다.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지리산 바래봉 철쭉꽃 축제.

용산리 주차장 초입에는 바래봉 산행 대형버스들이 줄지어 들어간다.
산행객이 많을거라 어느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주차장을 꽉 채운 산행버스는 족히 50대도 넘어보여

마치 고속도로 휴계소 주차장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켜 과연 산행이 제대로 이루어지기나 할지

의심의 눈초리는 거둘수가 없었다.
지리산에 있는 철쭉꽃 축제라는 매력적인 이벤트 행사인 '지리산 운봉 바래봉 철쭉꽃 축제'가
열리고 있었으니 관람객이 철쭉꽃처럼 많고도 많을 수 밖에 없다고 이해는 하면서도.

 

아스팔트 길 옆 대형 천막속에는 남원 특산물 동동주를 비롯하여 우리가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들이먹음직스럽게 진열되어 있었다.특히나 쑥을 모양좋게 튀겨 쌓아 놓은 모습이 퍽이나 인상적였고.그 와중에도 길거리 좌판을 펴 놓고 나물 종류를 파시는 '꼬부랑 할머니'모습에는 눈길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풍물시장에는 어디에도 빠지지않는 피에로출신(?) 엿장수의 흥겨운 엿가락 장단까지.
인심 좋은 산악회회장님 덕분에 땅콩이 듬뿍 얹은 호박엿을 얻어 먹을 수 있는 기회가 덤으로 생겨 산행이 더욱더 즐거울 수 밖에.

 

둥그스름한 바윗돌에 깊숙이 새겨져 있던 '지리산 운봉 바래봉 철쭉'이란 입 간판 옆에는 포트 존까지 만들어

 


철쭉꽃을 촘촘히 수 놓은 하트 모양의 모형 전시물까지 있었다.
화려하게 피어 있는 철쭉꽃이 아름다워 나도 모르게 살며시 만져 보았다.
보드랍게 숨쉬는 생명감이 손가락에 전해지지 않던 꽃잎을.

 

누구를 위한 임도일까?

바윗돌이 촘촘히 박힌 오르막 임도를 따라 가면서 산자락에 펼쳐져 있는 꽃분홍 철쭉꽃밭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임도를 꽉 채운 탐방객 덕분에 꽃 구경인지 사람 구경인지 구분조차 애매모호하다.

혹시라도 산우님들을 잊어버리면 어떡 하나 하는 불안감은 한시도 산우님들 곁을 떨어질 수 가 없었다.
숲 속을 가로질러 만들어 놓았던 임도는...산행의 즐기움을 반감시키는데 지대한 공헌을 한다.

 


물론 임도가 있어 그 많은 탐방객들을 수용 할 수는 있다하더라도 산행의 오묘한 맛을 즐길 수 없는데야.

 

꽃분홍 철쭉꽃들이 드 넓게 수 놓았던 산자락에 마음을 담으며 철쭉꽃들이 꽃담장을 이룬 임도를 따라

산행을 계속되었다.
꽃 산행 답게 임도 양 옆 꽃분홍담장에 피어있는 철쭉꽃과 눈맞춤은 이어졌지만,

화사하게 예쁜 철쭉꽃들이 그다지 많지 않고 꽃잎 또한 건강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

축축쳐저버린 꽃잎을 볼때마다 안타까운 시선을 지울 수가 없었다.

 

끔은 제비꽃도 노오란 민들레도 풀 속에서 화사하게 미소를 머금고 있다.
올 해 처음 보는 그들이 너무도 반갑다."제비꽃이 있네...아 노오란 민들레는 어쩜 저렇게 화사하지..."나도 모르게 그들에게 속삭인다.산행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그들은 내게 하고 있었다.

 

수 많은 탐방객들과 임도를 따라 올라가는 산행에서는 괜시리 임도를 원망하게도 된다.
"임도는 왜 만들었을까요?"이상하다는 듯 생각이 깊으신 이글고문님께 기어이 물어보고야 말었다.
"임도가 있어야 이 많은 사람들이 올라 갈 수 있잖아요"당연하다는 듯 고문님께서 말씀하신다.
'아무리 그래도...'하는 생각이 번개처럼 스쳤지만 '아 ...그렇구나 어쩌면 나는 나만을 생각한건 아닐까'
하는 깨달음이 내 가슴을 점령했다.임도가 좋지는 않았지만 있어야하는 이유는 충분하기에 용서(?)해주면서 산우님들을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조바심을 쳤다.언뜻언뜻 나타나는 운봉읍 들녁도 바라보면서.

 

바래봉 산 정상으로 올라 갈수록 철쪽꽃봉오리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예년에 비해 날씨가 추워 5월 말에나 개화 될 예정이라는 소식도 들었지만
끈적끈적한 진이 꽃봉오리에 가득 묻어 있어 과연 꽃을 필 수 있을지 심히 의심이 되었다.솔직히.
혹시나 롤러코스터를 탔던 날씨 덕분에 '바래봉 철축꽃' 수난시대가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마음은 지울수가 없었다.

 

품격 높은 지리산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던 바래봉

산 등성이를 오르는 산행꾼들이 형형색색의 나무처럼 보이는 바래봉(1165m)

나무들은 간곳이 없고 무성한 잡초가 정상을 차지하고 있어 황량하기가 그지 없다.

천 미터 고지지만 운봉읍 용산리 주차장이 고지에 자리잡고 있어 1시간 30분이면

충분히 바래봉 정상까지 올라 올수 있다고 한다.친절하게 정비가 잘 되어 있는 임도를 따라.

 

바래봉에 오르면 볼 수 있는 단 한가지 특전이 있다.지리산을 한 눈에 볼수 있다.
반야봉,토끼봉,연하천 대피소, 형제봉, 벽소령대피소, 장터목대피소, 제석봉, 천황봉, 중봉까지.

물론 '바리때를 엎어 놓은 것같아 바래봉'이라고 하였다하지만 왠지 품격 높은 지리산을 속속들이

바라볼 수 있어 '바래봉'이라고 했다면 순전히 나만의 생각일까?
구비구비 지리산 줄기가 안개에 휩싸인 채 신비스럽게 다가 온다.

 

그렇구나...바래봉은 지리산 자락에 있는 산였구나하는 생각이 이 순간 왜 들었을까^^

2013.5.11

NaMu

에필로그:서울 귀경 시간을 맞출 수가 없어 철쭉꽃 군락지였던 팔랑치는 갈 수 가없었다.

하지만 2006년 5월 14일 산행때 철쭉꽃들이 펼쳐 보였던 화려함의 극치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것을 보면

지리산 팔랑치의 철쭉꽃 군락지만큼은 나라안에서 손 꼽힐만한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