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망의 집 목욕봉사활동
범생이가 벙어리 냉가슴 앓은 이유
4등분으로 자른 자그마한 색종이를 대각선따라 반듯하게 접고 있는 범생이정아 곁에 앉으니
한 손으로 심사숙고하며 종이접기를 하던 정아가 자신이 접어 놓은 색색이 색종이를
자랑스럽게 펼쳐보인다.
"우~와 정아야 너무 잘 하는거 아니냐" 웃으면서 농담을 하자 정아도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좋아라 한다.
손재주가 메주인 나도 노오란 색종이 집어 들고 종이접기 봉사활동 친구가 가르쳐주는데로
색종이를 삼각형으로 접고 또 다시 대각선으로 양 쪽을 접어 올리는 것 까지는 되었지만
한 쪽 방향으로 모양나게 가지런히 넙어 넣는 것은 도저히 따라 할 수가 없었다.
몇 번이고 다시 해 보았지만 모양이 엉키는 것은 매 한가지라...
손재주 없는 사람의 한계라는 것을 잘 알기에 포기하고 삼각형 세 번 접으면 만들어지는
이름하여 '눈 깜짝할새 비행기'를 만들었다.
자신이 접어 놓았던 색색이 대각선 색종이를 하나 씩 풀고 있는 정아에게 비행기를 날려 보냈다.
"정아야 비행기!"
신바람나게 비행기를 날려 보았지만 범생이정아는 힐끗 쳐다보더니 마음은 온통 방금 전
내가 만들려고 애쓰다 포기했던 '나팔꽃'에 있는 듯 고개를 푹 숙이고 색종이를 접고 있다.
범생이도 이웃을 잘 만나야 공부를 할 수 있는데 나 같은 불량이웃을 만난 정아는 '나팔꽃'
결국 포기하고 상 아래 소복하게 쌓여있는 4등분짜리 자그마한 색종이 한 장을 집어 들더니
한 숨을 푹푹쉬면서 또 다시 종이접기를 하고 있다.
이 세상에서 여자들이 가장 행복한 순간을 찾았다.
꽃샘추위가 여전하여 봄은 신고식조차 치르지 못하고 저 만치에서 아직도 '눈치작전'을 펴고
있다 하더라도 새학년 새학기가 시작되는 3월 첫 째 주말 신소망의 집에서 장애인 친구들의
목욕 봉사활동이 있었다.
태릉입구역에서 봉사활동 친구들을 만나 봉사활동 친구의 승용차를 타고 편안하게 남양주시
별내면 불암산 자락에 있는 신소망의 집으로 갔다.
시간 맞춰 행동 했어도 발 빠른 봉사할동 친구들은 벌써와서 장애인 친구들 목욕 시키느라
분주하기만하다.
미안한 마음에 재빨리 반바지 갈아입고 목욕하고 나오는 장애인 친구들 옷 입는 일을 도와주었다.
베이비로숀으로 장애인 친구 얼굴을 정성껏 맛사지 해 주니 여자들은 어쩔 수가 없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가 얼굴 가득하다.
양쪽다리와 한쪽팔이 마비되어 움직 있는 건 오로지 한쪽팔뿐이지만 정아는 범생이 답게
봉사활동 친구들이 자신의 옷을 입힐때 수훨하게 하려고 온 몸을 딩굴딩굴 잘도 굴린다.
정아의 예쁜짓은 봉사활동 친구들에게 언제고 인기 만점이다.
저번 달 내 짝꿍친구였던 깍뚝머리 장애인 친구는 몸이 아퍼 목욕조차 할 수가 없었다.
방석을 품에 안고 있는 깍뚝머리 장애인 친구는 쌍꺼풀이 깊게 드리워진 예쁘장한 얼굴에
몸집이 유난히 작아 아무리보아도 아직은 세상물정 모르는 소녀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손을 꼬~옥 잡아주며 반가운 마음을 전하자 손이 바르르 떨린다.눈에도 이미 눈물이 글썽글썽거린다.
친구의 시름 깊은 외로움에 가슴이 무너져내린다.
목욕을 끝낸 장애인 친구들은 봉사활동 친구가 해 주는 발 맛사지를 받기위해 발톱도 깍고 손톱도 깍으면서 옹기종기 모여 웃음꽃을 피운다.
봉사활동 친구가 해 주던 발 맛사지를 끝낸 장애우 친구들이 거실로 나와 종이접기 이벤트에 하나 둘씩 참석하기 시작했다.
색종이가 색색이 펼쳐지고 나팔꽃을 선두주자로 튜울립,백합 등을 만들어 '새봄의 화원'을 꾸미고
있는 중이다.
손재주가 없어 종이접기를 전혀 못한다 하더라도 장애우 친구들과 같이 즐기면 되겠지하는 심정에 신바람났다.솔직히.
범생이 정아가 손재주 없는 불량이웃을 만나 나팔꽃 접기를 배우지 못하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맞은 편에 잊아 있는 봉사활동 친구가 휴지로 백장미를 만들어 장애인 친구들에게 장미팔지를 채우주고 있다.
물론 정아 팔에도 손백의 장미 팔지가 채워졌다.
종이배에 실어보낸 사연
종이접기는 포기하고 '눈 깜작할새 비행기'를 장애인 친구들과 봉사활동 친구들에게 날리며 장난질을 하다
문득 방안에 있는 내 짝궁 깍뚝머리 장애인 친구가 생각났다.
'눈 깜짝할새 비행기' 두어 대 만들어 안에서 여전히 방석을 껴안고 있는 내 짝꿍 깍뚝머리 장애인 친구 손에 쥐어주며 작별인사를 하고 거실에 나왔더니 4등분한 색종이로 정아는 자그마한 종이배 한 척을 만들어 놓았다.
'아 ...정아야 너의 성취욕은 아무도 못 말리는 구나'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정아야 미안해 다음에 올 때는 색종이 많이 사다 줄께"
손재주 없는 내가 범생이 정아에게 할 수 있는 말이라는 것은...
정아가 만든 자그마한 종이배에 새봄의 희망을 실어 떠나보낸다.
새봄에 희망 사항은 무엇일까?
2013.3.2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