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Essay

나무들의 가을잔치

NaMuRang 2012. 11. 28. 11:59

 

바람이 몹시 찹니다.
몸도 마음도 찬바람에 강한 거부반응을 일으키네요.

 

가느다란 나뭇가지 끝에 마지막 남아 있던 나뭇잎 찬바람에 바르르 떨며

아침햇살 가슴 가득 품어 안고 고운 자태 드러냈어요.

가을과 겨울사이.

대형 할인매장 선전물에는 김장 배추 사진이 첫 머리를 장식하는 것을 보면
겨울이 오긴 오고 있나봐요.
뒷 걸음 치며 떠나는 가을이 아쉬워 내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카메라가
그들을 따라 나서더군요.

 

아파트 뜰안에도

 거리에도 온통 낙엽으로 뒤덥혀

가을에 진한 발자취를 남기고 있어요.

 

형형색색 나뭇잎이 소복히 쌓여있는 나무의자에 차마 앉지도 못하고


긴 그림자 드리우며 서성였답니다.

 

빠알간 단풍잎과 노오란 은행잎이 다정하게 얼굴을 맞대고 소곤소곤
아직도 못 다한 가을 이야기에 발길이 순간 멈칫했어요.

그냥... 보내기에는 너무도 예쁘고 사랑스럽죠.

 

은행잎들은 도로변에 차곡차곡 쌓여 노오란 은행잎 밭을 만들었더군요.

-노오란 은행잎 밭에서 가을을 연주하다- 

현의 팽팽한 줄을 당겨 가을을 연주하노라.

가늘고 애처롭게 노오란 은행잎 위로 흐르는 선율은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들었던 풀벌레들의 울음인듯 싶구나.

 
늦은 밤

내 창가를 찾아와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던 풀벌레들도

뒷 걸음치고 있는 가을과 함께

이미 내 곁을 떠나고 없나니...

 

안양천변 뚝길에는 벚꽃나무길이 있답니다.

올봄 벚꽃이 만발하여 연분홍 꽃구름속을 꾸며 놓았던 벚꽃나무들도

울긋불긋 가을빛에 젖어 숨이 막히도록 화려하네요.

이토록 곱게 차려입고 도대체 그들은 누구를 유혹하려는 것일까요?

.

.

.

유혹하기도 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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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풍낙엽'이 될 그들의 운명이 눈물겨워요. 솔직히!

여름내 안양천변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개망초도
벌써부터 하얀눈송이 소담하게 피어나 겨울을 준비하고 있어요.

 

겨울....참아내야 하는 계절이 드디어 오고 있지만
마음은...벌써 새봄으로 향하고 있답니다^^

2012.11.18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