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산행기

아침기리골에서 계곡트레킹하다.

NaMuRang 2012. 8. 8. 10:09

물론 '삼복더위'야 예전부터 알아모셨지만 올해만큼 연일 섭씨 35도를 넘나들며
기록갱신에 나선 더위가 전혀 반갑지 않다는 것을 더위는 모르겠지.설마하니.
반갑지 않은 손님과 연일 시름하면서 '피서'를 가끔씩 떠 올리지만

이것저것 벌려놓은 일이 나만 바라보고 있어 홀가분하게 뚝! 떨고 일어서지도 못한다.

 

하다못해 계곡에서 물장난이라도 치면서 잠시 '여름 휴가'를 즐길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생겼다면 그 마음이 어떻겠는가^^

주관해 주신 님께 온통 감사의 마음을 가지면서도 두려움 반 셀리임 반였던 것은

순전히 누구도 감당하지 못하는 더위 때문였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8월 첫째주 일요일날 아침가리골로 계곡 트레킹을 가는 날이다.

열대야 현상 때문에 새벽이라도 대낮처럼 덥다.
최대한 가볍게 배낭을 준비하여 등에 걸치고 긴바지도 척척 걷어 반바지 만들어입으며
재빨리 아침가리골 계곡 트레킹 버스가 있는 사당동으로 갔다.

 

한 달만에 만나는 산우님들과 반갑게 인사를 주고 받으며 자리에 앉자 마자
임무에 충실한 멀미약 덕분에 잠속으로 빠져들어 한 여름 들녁 풍경을 제데로 눈 여겨
볼 사이도 없이 버스는 이미 강원도 인제에 와 있었다.
잠이 원수라는 생각이 스친다. 멀미는 인생에 도움이 안되는 존재다.
마치 먹고 싶은 달콤한 사탕을 놓쳐버린 아이처럼 허전한 마음 달려며
유난히 옥수수 밭이 많은 것을 보면서 강원도에 온 것을 실감했다.

 

버스에서 내리자 기다렸다는 듯 이글거리는 태양빛이 달려든다.

산우님들 모두가 놀라 스트레칭도 생략한 채 나무그늘을 찾아 발걸음을 재촉 할 수 밖에 없었다.
나무그늘에 산우님들과 옹기종기 모여 후미팀 오기를 기다려본다.

 

폭염주의보까지 내려져 있는 날 시멘트로 포장 되어 있는 산길을 올라간다는 것은
어쩌면...시멘트 포장 사막길을 걷는 느낌인지라 모자에다 터번식으로 수건을 하나 덧 입혔다.

그러지 않고서는 강한 햇볕때문에 얼굴이 따가워서 갈 수가 없었다.

 

숨이 턱턱 막히는 시멘트 포장 사막 갓길에는 그래도 야생화들이 피어있다.
하얀 개망초, 강한 햇살에 색이 퇴색해 버린  주홍빛 동자꽃,포도송이처럼 잔꽃잎이 풍성한 보라빛 노루오줌,
수염이 보송보송 올라온 강아지풀들이 예쁜짓을 하느라 여념이 없지만 더위가 앞을 가려 눈여겨 볼수는 없었다.

 

이 더위에도 어느새 잠자리는 저공비행을 하면서 가을 향기 솔솔 뿌리기도 하고

이따금씩 꽃잎위에 살포시 내려 앉는다.
닉네임이 꽃사슴처럼 예쁜 언니가 말잠자리를 잡아주신다.
"어머나..."
"이 더위에 가을을 선물 받다니...'

죽은 듯 가만히 있는 잠자리를 손등에 놓으면서 '가을 선물' 기념촬영을 하고 싶어
사진기를 가지고 계신 산우님들 부르면서도 'F값은 얼마로 해야하나? 셧터속도는?'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있는 잠자리 날개를 보면서 그 순간 그 생각을 왜 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내 목소리에 제 정신이 들었는지 잠자리는 어느새 훌쩍 날아 가 버렸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사진기 가진 산우님을 바라만 봤다.버스 지나간 다음에 손들고 쫓아간들 무엇하리^^

 

산행 하기 전부터 '산불초소' 고개마루 올라 갈때 까지는 더울거라고 단단히 각오는 했지만
땀이 비오듯 쏟아져 땀으로 사우나를 하면서 시멘트 포장 산길을 올라간다는 것은
극기훈련이나 다름없다.
극기훈련은 군소리없이 빨리 끝내는게 상책이라고 더위로 지쳐가는 발걸음을 달래본다.

오아시스같은 나무그늘이 나타나면 잠시 잠시 쉬기도하면서....

 

천만다행 가파르지 않은 고개길이라 하여도 언제나 처럼 있는 힘을 다 써서 머리에 쥐가 날때 쯤 되면 목표지점이 보이게 되어있다.

훌쩍하게 커다란 나무들 사이로 고개마루가 보인다.

 

임자없는 집처럼 문이 활짝 열려있는 '산불초소'에 도착하자 선선하게 부는 바람이
더위사냥으로 지친 우리를 맞이한다.
두 서너대의 승용차와 미니버스가 손바닥만한 마당에 주차되어 있는게 눈에 띈다.
차가 올라 올수 있도록 시멘트 차도가 친절하게 깔려 있었는데 걸어 올라왔으니 과연 잘한 짓일까.
사서 고생은 돈 주고도 못 산다는 말이 왜 이순간 생각 났을까^^

 

흙과 크고 작은 돌멩이가 적당하게 버무려진 길을 따라 내려가는 '임도'에서는
여름날의 소리꾼 매미조차 더위를 먹었는지 적막 강산이다.

조용하기만 하던 숲속에서 드디어 계곡 물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조경동 다리 근처에 왔다는 신호탄을 시원하게 울려주는 계곡 물소리가 반가워

날아 갈듯 조경동 다리 앞으로 내려갔다.

 

밝고 투명한 계곡물속으로 등산화를 신은 채 첨벙첨벙 들어가자
물고기들이 재앙이라도 만난듯 우왕좌왕 어쩔줄을 몰라하더니
산우님들 모두가 등산화를 신은 채 첨벙첨벙거리며 웃음꽃을 활짝 피우자
그들도 이제는 눈치라도 챘는지 꼬리를 흔들며 우유히 지나간다.
혹시나...재네들도 휴가를 즐기는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어
나도 모르게 싱긋 미소가 머금어진다.

 

물속에 푹 들어가 더위를 식히기도하고 장난꾸러기 산우님의 물세례를 받기도하면서


불볕더위를 한 순간에 날려버릴수 있었던 계곡 트레킹.

 

1급수 계곡물이라서 계곡 트레킹의 대명사쯤으로 불리는 '아침가리골'
오지 마을이라는 별명의 조경동답게 해가 빨리 지니 해가 뜰때 일찍 일어나 밭갈이를 하자고 해서

'아침가리골'이라 했다고 하는데 물속 바위에 이끼가 유난히 많아 미끄러지기가 쉽상인지라 스틱은 필수품이다.

 

약 8km의 계곡물속을 트레킹하면서 물 깊은 곳을 만나면 높은 바위에 올라
자신이 마치 지금 한창 진행중인 런던올림픽 다이빙선수인양 산우님들께 소개를 부탁하시면서
첨부덩 물속을 뛰어 내리셨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내 눈에 보기에는
어린시절 빤스만 입고 개울가에서 놀던 철부지 아이로만 보이던걸 뭘^^
갑자기 "나는 놈 위에 뭘 좀 아는 놈"이란 '싸이'의 '강남 스타일' 가사가 이 순간 왜 생각 났을까!

 

에메랄드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초록빛 계곡물속에 식을줄 모르는 폭염을 흔들어 식히며

잔물결의 속살까지 투명하게 엿볼수 있었던 아침가리골 트레킹
물고기들이 유연한 꼬리로 군무를 추며 내년을 기약하고 있다.
2012.8.5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