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여행기

해미읍성에 가다

NaMuRang 2012. 5. 2. 10:11

 

연두빛 어린 나뭇잎으로 곱게 단장한 거리의 나무들을 출퇴근길 바라볼 때마다
마음은 수 없이 흔들린다.
연초록빛 수체화 물감으로 물이든 숲속에는 지금쯤 어떤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마치 숨겨놓은 연인의 안부를 묻 듯 마음은 온통 숲속에 가 있었다.

 

4월 마지막 주일날 가야산행으로 흔들리는 마음을 다 잡아 봤지만
저녁모임이 있어 가야산 입구까지만 산우님들과 동행하는 가야산 구경만했다.

가야산행버스가 충남 예산군 덕산면 상기리주차장에 도착하여 산우님들과 함께
산행 하는 것처럼 스트레칭도 하고 단체사진도 찍었지만 산우님들은 산행을 하기 위해 떠나시고
홀로 남아 있을 때 외지에서 혼자라는 두려움 때문에 부랴부랴 카메라를 꺼내 들었지만

산우님들의 뒷 모습을 담기에는너무도 멀다.

앞으로 달려 가지만 점점 더 멀어지는 간격을 아쉬움으로 메울수 밖에 없었다.
같이 있을때는 그 소중함을 모른다.

 

'서울 5시 도착'이라는 각본 아래 예산군에서 가까운 해미읍성을 가기로했다.

 

상기리주차장앞 버스정류장(특별하게 버스정류장이란 표시조차 없지만)에서

덕산장을 가시는 할머니를 만났다.
충의사에 가면 오늘 사람 엄청나게 많이 온다고 하시면서 윤봉길 의사 이야기를 하신다.

"이름을 내기 위해 얼마나 힘들게 죽었어...뱅기타고 대통령도 오실거여"
아...그건 아닌데
"할머니 이름이 나는건 중요하지 않아요.
윤봉길 의사가 나라를 위해 죽었기때문에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이 말을 하면서 갑자기 왜 울먹였는지 모른다.

 

덕산장에 뭐하러 가실거냐고 물어봤더니 맛있는거 사 먹으러 가신다고한다.
자녀들 키우시면서 보리하고 보리감자만 먹이셨다고 마치 마음에 드는 친구라도 만난 양

묻지 않아도 할머니 인생사를 숨김없이 털어 놓으시며  해 맑게 웃으신다.
맛있는거 많이 드시고 오래사세요 할머니...
검게 그을린 손에 들린 동전 세 잎이 눈물겹다.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할머니께서 살짝 귀띔 해준대로

덕산장도 구경해야겠다고 마음도 한껏 부풀어 올라 덕산에서 내렸다.

 

풍성하게 차려진 잔치상처럼 이제 막 개장을 한 덕산장은 나중에 보기로하고
우선 순위로 정한 해미읍성가는 차를 알아보기 위해 두리번두리번 거리다가 안되겠다 싶어
호떡을 굽기위해 판을 벌이고 계신 아주머니께 해미읍성 가려면 어떻게 하냐고 물어봤더니
저기로 쭉가서 저기로 돌아가면 된다고 손으로 가르쳐주신다.
'아...저기로 쭉가서 저기로 돌아....'
호떡 아줌마의 손 방향따라 가다 윤봉길 의사 문화축제 포스터를 봤다
제 아무리 급해도 우선 카메라를 꺼 낼 수 밖에 없다.

'장사익과 함께하는 윤봉길 평화  Festival'이 가장 눈에 들어온다.

찔레꽃 향기 물씬 풍길 것 같은 장사익씨답게 사람노릇 제데로 하고 계시구나 하는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다.

 

저기로 돌아 갔던 슈퍼 유리창에는 해미읍성가는 버스시간표가 붙어있었다.
10시5분 다음차는 1시30분
재빨리 핸드폰을 봤다.10시30분이다.
1시30분에 해미읍성.1시30분 늦어도 너무 늦다.
(인터넷에서 검색 할때는 상기리주차장에서 출발하여 덕산에서 환승하면 되는 것 까지는

맞긴했지만 덕산에서 해미읍성까지 가는 차가 '가뭄에 콩나듯'한다는 글을 없었다.)

'서울 5시 도착'이 각본대로 움직여지지 않아 아무리 뚫어져라 쳐다봐도 해미읍성가는

방법에는 해답이 없다.
택시라도 타고 가야지 하면서도 혹시나 싶어 정경복장을 한 젊은이한테 해미읍성가는

방법을 물어봤더니 길 건너 만리장성 중국집 앞이 버스정류장인데 거기 한번 가보라고 한다.

버스정류장 표시조차 없는 버스정류장이 막연하여 만리장성 음식점에서 나오는 아저씨에게

해미읍성 가는 차를  어디에서 타면 빨리 갈 수 있냐고 물어보자 홍성에 가면 해미가는

차가 많다고 가르쳐주신다.
'아 ...홍성이라니...홍성까지 가야한단 말인가...'
홍성까지 얼마나 걸리냐고 물어봤더니 30분이라고 하신다.
"홍성이 홍성이 그렇게 가까워요..."또 한번 놀라면서 나도 모르게 그 말을 두어번 한 것 같다.
마침 버스가 들어오는데 저 차가 홍성가는 차라고 친절하게 가르쳐주신다.
홍성까지 갈 것인가 말것인가를 순간 망설였지만 30분이라는데 뭘 하면서
걸음아 나 살려라하고 버스가 떠날까봐 뛰어갔다.

 

버스가 사람을 마냥 기다리는 차를 탔다.
헐레벌떡 뛰지 않아도 당연히 탈 수있는 차라는 것도 알었다.
과연 30분안에 홍성에 갈 수있을지 심히 의심하면서 산이 허물어지고 모내기를 해야 할 들녁이
형체도 없이 흙으로 뒤덮혀 마치 70년도 서울의 변두리 풍경을 보는 듯 싶다.

내포 신도시라나 뭐래나^^
암튼...길거리 바위에 용봉산이라는 표시 팻말이 있는 걸로 보아 홍성에 오긴 온 모양이다.
홍성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서산의 해미읍성 갈 길이 멀긴하지만 천만다행 해미읍성가는 차를 20분 기다리고 탈 수가 있어 무사히 해미읍성에 도착했을때는 12시40분.
차부마트에서 남부터미널 2시43분 차표를 끊고 두어시간 해미읍성을 구경했다.

 

왜구을 막기 위해 평지에 축성한 평산성인 해미읍성은 충청남도 서산시 해미면 읍내리에 있다.
한들한들거리는 봄바람을 타고 성밖으로 나온 가오리연들의 행진에 눈인사를 건네며

 

해미읍성의 성문중 가장 큰 문인 진남문안으로 들어갔다.

 

진남문 누각에서 뛰놀던 아기들과 눈이 마주쳤다.


쌍둥이이구나 누가 형아야하고 물어보자
손가락으로 자신의 코를 꼭 직으며 자랑스럽게 형아라고 한다.

 

꽃분홍 철쭉꽃밭 너머로 ㄱ자형 초가집(농가)과 일자형 초가집(상인집)이

 돌 담을 사이에 두고 사이좋게 이웃하고 있다.


인심좋게 활짝 열려 있는 싸립문 안으로 들어서자 할머니 세 분이 길쌈을 하고 계신다.
새하얀 무명 옷자락에서 세상 때 묻지 않은 할머니들의 순수한 맘을 보는 것같다.


 노오란 유채꽃의 달콤한 유혹에 못 이겨  꿀벌이 유채꽃잎 수술에 위태롭게 다리를 걸치고

꿀 탐색전을 벌이는  

유채꽃밭 옆에는 동헌이 있다.


호서좌영(澔西左營)현판 문 안을 기웃하며 동헌에서 회의중인 관원들을 먼 발치에서 바라다본다.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을 실천하며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을 길려낸 곳인가 하면

한 세기동안 1000명이 넘는 천주교 신자들을 국사범으로 몰아 처형한 관원도 있으니

옥사앞에 있는 300년 호야나무(회화나무)는 아직도 천주교 신자들의 한이 서려있는지
잎사귀조차 매달지 못하고 있는걸 우물가에서 애처롭게 바라만 볼 수 밖에

노란저고리에 꽃분홍치마를 입은 여인네가 창호지문에 기대어 먼 곳을 응시한다.
마치 김홍도의 풍속화에서나 봄직한 풍경을 그려내는 객사가 이제는 복식체험장으로

변신을 거듭하여 해미읍성으로 나들이 나온 나들이객들에게 무료로 복식 체험의 기회를 준다.
왕비도 되고...장군도 되고....왕도 되어보는 기회를...

 

주막집에 찻집까지 있는 난전에서는 어린 아이를 둔 가족들이 연놀이가 한창이다.


어린 아이가 아니라도 좋고 정월 대보름이 아니더라도 좋다.소원 하나쯤 얹어

창공에 띄워보는 멋 또한^^

 

해미읍성을 나오면서 뒤 돌아보는 순간 마주쳤다.


동헌 앞에 있는 400년 수령의 느티나무.
수려한 맵시로 동헌을 온통 덮었다.
희노애락의 동헌 역사를 모두 품어 안듯이....

2011.4.29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