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물머리
드디어.자욱하던 안개가 걷히자 황포 돗단배 한 척이 서서히 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매몰차게 불어대던 꽃샘바람의 시샘이 잦아드는 날에는 강도 봄 맞이를 서두르나보다.
점점 투명해지고 맑아지는 강 물에 황포돗대가 제 그림자를 세우며
서서히 다가온다. 손만 뻗히면 잡힐 듯.....
남한강과 북한강의 만남을 상징하듯 여전히 서 있는 고목이 속삭이듯 들려주는
두물머리 이야기에 가만가만 귀 기울였다.
'땔감과 야채, 채소,곡물 등을 실은 황포 돗배가 한양 입성에 앞서
뱃사람들이 쉬어가기도 하고 하루 묵어가는 주막이 있던 두물머리"에는
400년 묵은 느티나무가 옛 사연을 하나하나 엮어 두물머리를 찾아 온 방랑자에게
사람 사는 모습은 어디 나 비슷하다고 너그럽게 쓸어 안는다.
사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난생 처음 출사(出寫)에 따라 나섰다.
아직은 DSLR사진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만 봐도 모두가 사진작가라고 여겨진다.
여러 장 찍었지만 단 한 장도 맘에 드는게 없는 형편없는 실력에 절망했고
또 사진을 올려 글을 쓰려하니 챙피하기도 했지만 난생처럼 출사 솜씨답게 뭐든 서투르지만 꾸준히
Photo Essay는 하고 싶다.기왕 카메라도 장만했으니까^^
1973년 팔당댐이 건설과 함께 두물머리는 나루터로써 기능을 상실하여
희미한 옛 영광의 자취는 그 어디에도 찾을 길이없었지만 길 섶에 가지런히 엎어져 있는
커다란 장독들이 주막의 흥망성쇠를 읊조리고있다.
강 바람은 봄을 슬며시 묻어 겨우네 추위로 지쳐있는 강 가에 나무들을 수시로 위로하고 있어
내 마음도 얹어본다.
알 수없는 설레임으로 움추렸던 마음이 화들짝 놀라 나도 모르게 기와지붕 담장길로
재빨리 올라섰다.
기와지붕의 담장 건너편 남한강에는 청둥오리 두 마리가 사이좋게 수영도하고
물 속을 자맥질하며 먹이를 찾기도하고 날개를 퍼득이며 물장구치기도하고 물 놀이에 한창이다.
갈대 사이로 카메라 렌즈에 초첨을 맞춰보며 '아~ 쟤네들은 사는 것 같이 사는 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들의 무한한 자유를 위하여
비닐화원 석창원가는 길에는 연꽃밭이 있다.
검게 죽어버린 연꽃줄기가 진흙밭속에 뽀족뽀족 튀어나와 진흙탕물을 거울삼아
사랑에 하트모양을 만들면 연꽃밭에 파수꾼 하얀 나룻배가 퍼 나르고 있다.
죽어서도 사랑을 펼칠 줄 아는 신비스런 매력의 연꽃을 떠 올려본다.
아직은 진흙탕의 물속에서....
비닐화원 석창원에 들어서자마자 자그마한 수로를 따라 석창포가 가득한게 한 눈에 들어온다.
노오란 수선화가 만개했고 화병속에 있는 분재 매화는 이미 꽃잎을 떨구었으며
동백도 빨알간 꽃송이 뚝뚝 떨어뜨리며 봄이 무르익어 가고 있었다.
사륜정 정자를 타고 겸재 정선의 금강산에 올라 풍류를 읊는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겠지만
카메라 밧데리부족으로 단 한컷의 사진으로 만족 할 수 밖에 없었다.
시행착오로 얼룩진 난생 처음 출사 언젠가는 옛말이 하는 날도 오리라고 믿고싶다.
2013.3.18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