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Rang 봉사활동

서울영아 일시 보호소를 다녀와서

NaMuRang 2012. 2. 28. 10:50

다람쥐방에 잔치가 벌어졌다.
열 명이 넘는 봉사자 친구들이 서 너평도 안되는 방에 북적북적하니
이 또한 사랑잔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여전히 춥다.
며칠동안 훈풍이 불어 '이대로 봄이 오는가'보다 하고
설레임으로 온통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또 다시 동장군의 거센 질투에 동승하여 매몰차게 찬바람이 불어대는
2월 4째주일날 역삼역에서 봉사활동 친구들을 만났다.
역삼역 출구를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달려드는 찬바람이 짜증이 나도록 싫었지만
애써 외면하고 종종 걸음질치며 서울영아 일시 보호소로 갔다.

 

가운을 갈아 입고 3층 다람쥐방 문을 열고 들어서니 첫 침대에 누워있는 아기의
우유병에 우유가 그대로 있는 게 눈에 들어온다.
우유를 잘 먹지 않는 아기라는 걸 눈치채고 얼른 오른손으로 우유병을 들고 왼손으로는
아기 목뒤를 받쳐 우유를 먹이려고 했지만 역시나 우유를 먹지도 않을 뿐더러
젖꼭지에서 흘러나오는 우유로 아기 입 주위만 흥건하게 적시고 말었다.
일회용 물수건으로 아기 입 주위를 닦아주며 또 다시 재 도전.
여전히 먹기를 거부하는 아기.
이 쯤되면 마음이 초초해지기 시작한다.
아기를 안고 트림을 시켜본다.
속이 안 좋은지 트림은 연신 하는 데 왜 우유는 먹지 않는 것일까?
아기를 안고 앉아서 다시 우유 먹이기 재 도전 역시 우유를 먹지 않으려고
용을 쓰느라 얼굴이 뻘겋게 상기되어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같다.
'아!....이건 아니구나'
재빨리 아기를 안고 서성이면서 물이 흘러내리는 가습기도 보여주고 아기에게 말도 해보지만,
생각은 온통 어떤 방법으로 아기에게 우유를 먹일 수 있을까에 빠져있었다.
잠을 자면서 우유를 먹는 습관에 길들어진 아기라 하더라도 이렇게 봉사활동 친구들과

아기들이 노느라고 잔치마당처럼 흥겨운데 어떻게 잠이 오겠는가 말이다.
천성적으로 선하고 착하게 생긴 보모선생이 우유병 젖꼭지를 다른 걸로 갈아주면서 

먹여보라고 권한다.
마치 만병 통치약이라도 얻은양 의기양양하여 이번에는 꼭 먹일 수 있으리라 자신하면서
아기 손을 꼬옥 잡고 우유병 젖꼭지를 아기 입에다 넣어 주었지만 여전히 속수무책이라.
갑자기 무력감에 빠져 이러고도 애를 키운 엄마라고 할 수 있는 가 싶었다.

 

보모선생이 오더니 아기를 그네에 태워 재우고 나서 우유를 먹이자고한다.
아기는 평소에 습관처럼 그네에 누워 그네를 탄다.
동그란 눈이 샛별처럼 빛나는 지혁이는(2011년9월28일생)그네에 누워 그네가 움직이는데로
왔다 갔다 하면서 연신 싱글벙글이다.
평소에는 그네를 타면서 잠을 잔다 하더라도 특별 이벤트가 있는 날도 분명있다.
오늘같이 다람쥐방에서 사랑의 잔치를 벌인 날에는....

 

지혁이를 그네에서 꺼내 품어 안고 자그마한 이불까지 등에 덮어 토닥토닥 잠을 재워본다.
잠하고는 상관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아기를 바라보며 잠시 잠깐 눈이라도 붙여
우유만 먹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해본다.
결국 잠을 재우지도 우유를 먹이지도 못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며 사람좋은 보모선생은 자신이
저녁 먹고 와서 우유를 먹이겠다고 한다.
보모선생이 저녁 먹고 올 때까지 아기와 놀아 주면서도 우유를 먹이고 싶어 갖은 짓을 다 해 봤지만
허사로 끝내 마음이 영 불편했다.

 

큰 수건과 자그마한 이불을 차곡차곡 개어 베개처럼 둥그렇게 말아 아기 머리 양 옆으로 벽을 만들고
조그마한 이불로 아기를 꽁꽁 감싸 꼼짝 못하게 하고는 보모선생은 우유를 먹인다.
처음에야 먹기 싫어 얼굴이 벌개지도록 발버둥을 쳤지만 제 딴에도 안 되겠다 싶었는지

마음 잡고 먹기시작한다.
아주 천천히....

아...먹긴 먹는구나...반갑고 신기하기만하다
허리를 반으로 접고 우유를 먹이는 보모선생이 안쓰럽다.

임무 교대를 하고 싶어 아기 침대 곁을 떠나지 않고 있으니 먹여보라고한다.

 

아기가 우유를 먹고 있다고 우유병속의 우유가 뽀글뽀글 거품을 일으키며 신호를 보내고 있다.

진득하게 기다린다.
물론 먹기 싫어 가끔은 머리를 뒤로 재치기도하고 좌 우로 흔들면서 금방 울음 보를 터트리려고 하여

아슬아슬 불안하게도 했지만 천만다행 먹긴 먹었다.
다 먹이고는 싶었지만 아까 참에 아기를 볼때 아기가 연신 트림을 해 혹시나 속이 안 좋은건

아닌가 싶어 조금 남겼다.

 

이제 먹는 거에서 해방.
자유는 역시 좋은 것이다.

 

봉사활동 친구들이 샘터의 아낙네들처럼 아기를 안고 바닥에 앉아 아기들과 놀면서 웃음꽃이 만발한
스폰치 매트에 지혁을 안고 드디어 갈 수가 있었다.
눈이 동그랗게 예쁜 지혁이를 엄마라도 된양 봉사활동 친구들에게 자랑하면서 엎어지기

연습을 시켰다.
처음에는 힘들어하더니 엎어져서 고개를 빳빳이들고 발 길질도 하면서 엎어지기

연습에 열중였던 지혁이.
하는 짓이 하도 기특하여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아기와 얼굴을 맞대어본다.

 

아기의 순결한 영혼이 눈물겹다.
2012.2.26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