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영아 일시 보호소를 다녀와서
동장군의 강력한 무기 찬바람은 이제 막 겨울의 시작임에도 불구하고 존재가치를
확실히 하겠다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있다.
막간을 이용하듯 찬바람이 잦아 들은 날에는 몸도 마음도 새털처럼 가볍다.
비구름이 낮게 드리운 하늘은 금방이라도 일을 저지를듯 심각하지만 충분히 용서해주며
11월 넷째 주일날 서울영아 일시 보호소로 봉사활동을 갔다.
역삼역에서 봉사활동 친구들을 만나 지하철 출구를 나서자
그 사이 비가 왔는지 도로변이 촉촉하게 젖어있다.
'아직도 있을까....'
나도 모르게 마음이 급해진다.
'아니야...그래도 좋은 가정으로 갔으면....'
격해지는 마음을 다스려는 봐도 발걸음이 빨라지는 건 어쩔수가 없었다.
1층 경비실 옆 가운실에서 가운을 갈아입고 재빨리 3층으로 올라갔다.
'있었구나...'반가움이 먼저였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여전히 자신의 침대안에서 침대 난간을 붙자고 서성이는 승헌이.
아이와 눈인사를 했지만 덥석 아이를 안을 수는 없었다.
우유병에 우유가 그대로 있는 하윤이 침대에 가서 우유병을 들고 한 손으로
아이 손을 꼬옥 쥐어주며 우유를 먹여 보려고 했지만 마치 사약이라도 받은 양
온 몸을 뒤틀며 싫다고 한다.
아기를 안고 놀이기구가 있는 곳에 와서 우유를 먹이려고 하는데
마침 청소기를 들고 방 청소를 하러 온 봉사활동 친구가 청소기를 돌리자 아이는
이게 웬 소린가 싶어 고개를 외로 꼬고 보고싶어 안달이 났다.
하긴 간난쟁이도 아니고 이제는 7~8개월 된 아기들이 얼마나 호기심이 왕성 할때인가
청소도 끝나고 조용해지자 이제는 아이에게 다시 우유병 젖꼭지를 물려 봤지만
우유를 먹어 본적도 없는 것처럼 우유병 젖꼭지를 빨지 않는다.
막무가내인 아이를 품에 꼬옥 품어 안고 등을 토닥토닥거리면서 재우기로했다.
그동안 경험(?)으로 아이들이 자면서 먹는게 습관이 들어 있어 하윤이도 혹시나 싶어 재우면서
우유를 먹이는 작전을 펴기로했다.
이상도 하게 아기들은 품안에 안고 등을 토닥토닥거리면 모두가 잠을 잔다.
잠이 오는지 스르르 눈을 감는다 선잠들었을 때는 우유병 젖꼭지를 빨지 않을거란 것을 뻔히
알면서도 성질 급한건 아무도 못 말려 우유병 젖꼭지를 입에 넣자마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본다.
'아~ 아니구나....다시 재도전'
근데 아기 몸이 이상하게 뜨거운것 같아 혹시나 열이 있는게 아닌가 의심를 해보며
보모선생에게 아이가 열이 있는 것 같다고 하자 체온계를 아이 귀에 들이민다.
미열이 있긴한데 너무 안아 주어서 그렇다고 하는 보모선생의 진단결과에 얼마나 미안하던지
반팔에 반바지로 갈아 입는 하윤이를 보면서 우유를 먹어야겠다는 일념으로 아기를 품어 안고
재우려고 했다는게 결국 일만 저지르고 말었다.
겨울이라서 그런지 열 감기에 걸린 아기들이 많아 반팔에 반바지차림의 아기들이 제법 눈에 띈다.
3월29일생 지수는 다람쥐방에 우량아다.
11kg이 넘는 지수는 가슴에서 조금만 떨어져도 안아달라고 보채면서 울어댄다.
아이를 안고 서성이자 내 목에 걸려있는 목걸이를 만지작거린다.
불과 생후 8개월 아기도 여자는 어쩔수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씨익 미소가 머금어진다.
우리가 가기도 전에 미리 와서 봉사활동 하던 친구가 아기들이 놀수 있도록 폭신한 스펀지
블럭카페트를 방 바닥에 깔아 놓았다.
보모선생이 저녁을 먹고 올거라는 이야기에 "다녀오세요"하고 큰소리로 인사했다.
사실은...보모선생이 자리를 비운 막간을 이용하여
아기들을 침대에서 꺼내 폭신한 스펀지 블럭 카페트에서 놀게하고 싶은 깜짝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기 때문였다.
미소가 너무도 예뻐 함박꽃같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하던
강현이도 누름이도 유천이도 하윤이도 침대에서 안아 올려 블럭카페트에 내려 놓았다.
엉덩이를 위로 들고 두손과 두발에 힘을 주며 일어시기에 열중인 하윤이를 보며
지수야 너도 저렇게 움직여야 살이 빠지지하고 아기를 내려 놓으며 기는 연습이라도 시킬려고 하자
아기는 품에서 떨어지는게 영 싫은지 징징거리며 울기부터 한다.
울면 모든게 해결되는걸로 아는 아기들.
천진난만한 그들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방 청소를 갓 끝내고 들어오는 봉사활동 친구에게 지수를 얼른 맡기고 드디어 승헌이를 안았다.
침대 한 바뀌를 돌며 걸음마 연습을 시켜본다.
지난달보다 전혀 늘지 않았다는게 마음에 걸려 다시 한바퀴 더 돌자 산만쟁이 승헌이는
금방 실증을 내며 주저 앉아 버린다.
예전에 민정이가 아기체육관 장남감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에 맞쳐 아기체육관을 붙잡고
춤을 추던 기억이 떠올라 승헌이에게도 시도해 보았지만 산만쟁이답게
처음에는 호기심을 보이는척 하더니 금방 실증내고 엉금엉금 기어다닌다.
멋 모르고 아무거나 입에 집어 넣고 돌아다니는 돌쟁이들은 자칫 잘못하면 사고로 이어지기때문에
승헌이를 침대에서 꺼내 놓지 못하는건 아닐런지.
어서 빨리 사랑이 충만한 집으로 입양되기를 소망하며 승헌이를 다시 안고 일어섰다.
저녁을 먹고 온 보모선생이 아기들 목욕을 시킬려고 준비를한다.
두어달 같은 방에서 봉사활동을 하니 낯이 익었는지 아기들 옷 입히는 것 해 보셨죠 하고 물어본다.
눈이 유난히 예쁘고 똘망똘망한 하윤이 우유를 못 먹인게 마음에 걸려
하윤이 목욕을 시키는 보모선생에게 물어봤다.
"하윤이는 잘 안 먹어요?"
그렇지 않다고 한다.
"하긴 이렇게 컷는데 안 먹으면 어떻게 크겠어요"
목욕 시키는 보모선생과 농담 아닌 농담을 주고 받으며 하윤이 옷을 입히며 생각해본다.
'그럼 아까는 아퍼서 우유를 먹지 않았을까.....그래도 잘 놀았으니 천만다행이야'
멋쟁이 모델아가씨들과 봉사활동 임무 교대를 할 시간이다.
다음에 봉사활동 왔을때 너의 빈자리가 허전해 보일지라도 그때는 볼수 없었음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승헌이한테 인사를 했다.
"승헌아....!"
에필로그:
입양갔다 돌아오는 아기들도 있다고한다.
입양 갔다 다시 온 아기가 멍하니 놀지도 않더라는 봉사활동 친구이야기를 듣고
아.... 이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얼마나 많이 들던지.
어쩌면 인륜지대사라고 하는 결혼만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일도 입양이다.
이유야 어떻든지간에 아기에게 두번의 상처는 절대로 입혀서는 안되기때문이다.
2011.11.27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