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산행기

추월산행

NaMuRang 2011. 11. 16. 10:40

 

금빛으로 곱게 물이든 은행나무잎이 샛빨간 동백꽃인양 뚝뚝 떨어진다.
충분히 예뻐 해줄 사이도 없이 속전속결로 치닫는 그들이 마냥 애달퍼서
내년을 슬며시 떠 올려본다.
'그래...내년에 또 볼수 있으니....' '내년'이라는 희망을 건저 올리며 적잖게 위안을한다.
불과 사나흘만에 가로수 은행나무는 벌거숭이가 되고 말었다.
 

물론 입동도 지나고 분명 겨울이 코 앞에 와 있다하여도, 형형색색 가을옷 갈아입은 나무들이
자신만의 색깔로 아름다움을 뽐내는 만추에 미련을 가져보며 추월산행을 기다렸다.
이름 그대로 가을에 뜨는 달의 산 '추월산(秋月山)'아닌가 말이다.

 

한 밤처럼 깜깜한 새벽 6시 집을 나서면서 담쟁이 덩쿨집 교회에서 흘러나오는 형광등 불빛이

내 가슴에 스며들어 한결 가벼운 발걸음으로 추월산행 버스가 있는 사당동으로 갔다.

 

가을걷이를 끝내 텅 비어버린 들녁이 차 창문너머로 가까이 다가왔다 사라지곤하지만,
안개에 촉촉히 젖어있는 아침나절 농가의 풍경은 아득히 먼 옛날 어린시절 고향마을을 보는 것같아
언제보아도 정겹다.

아무리 눈을 뜨고 차 창문너머 풍경에 젖어보고 싶어도
멀미약과 일주일 동안의 피곤이 수면제를 먹은 것같다.

잠시 눈을 붙였다 싶었는데 벌써 추월산행버스는 전라남도 단양의 월계리 주차장에 와 있었다.

 

주차장에 서 있는 수십대의 차량을 보면서 우리나라 산행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를 실감하곤 한다.

 

스틱을 꺼내 차근차근 길이를 맞추면서 안전산행을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죽제품이 자랑인 동네답게 많지는 않지만 산에도 어른 허리정도 오는 대나무숲을 지나가자

대나무잎이 써걱써걱거린다.

날이 선 대나무잎에 마음도 몸도 상처를 입지않게 조심조심 지나친다.

 

낙엽이 두툼하게 카페트를 깔아놓은 가파른 산길을 쉬엄쉬엄 오른다.

 

나뭇잎 하나 매달리지 않은 나목들이 숲속을 지키고있다.
들녁만 텅비어 있는게 아니고 숲속도 텅비어 있었다.

문득 생각해 본다.

'나목의 숲속에는 어떤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깍아지른듯 비탈진 산길에 수북수북 쌓여있는 낙엽을 밟으며 구슬땀을 흘리기도하고,
때론 층층이 나무계단에 쌓여있는 낙엽을 보면서 늦가을에 정취를 땅 위에서 흠뻑 젖어본다.

 

거무스름한 잔가지들이 나뭇잎 하나 매달지않고 도도하게 숲속을 지키는 나목의 숲속에는
냉철한 이성과 훈훈한 감성을 골고루 경험할 수가 있어 할때마다 힘든게 산행이지만


산행의 유혹을 뿌리치기란 속수무책이라는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슬며시 미소가 머금어진다.

 

추월산 정상 400m 나무팻말이 반갑다.
땀은 많이 쏟았지만 힘들어 하지않고  정상이 코 앞에 있다는게 마치 행운의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쁨이 넘쳐흘렀다.

 

전라남도 담양군 용면과 전라북도 순창군 복흥면에 걸쳐있는 추월산(731m)은 약초가 많이 나는걸로 보아 분명 명산인것 만은 확실한데

특히 임진왜란과 동학농민운동에서 동학군이 마지막까지 항거한 금성산성이 가까이에 있어 유명

다고 한다.

크고 작은 바위들이 오밀조밀 모여있는 추월산 정상에 발 도장을 꼭! 찍어 본다.

 

갈대가 하얀 수술 나풀거리며 가을이라고 속삭인다.

개인적으로 올해 처음 갈대를 만났다.

얼마나 숨가쁘게 살고 있는지....

가만히 갈대 앞에서서 가을을 음미해본다.

메마른 고독이 잔잔하게 내 가슴에 파도를 치고있다.

가을앓이를 할 여유도 없이 무사히 가을을 보낼수 있어 감사를 한다.

 

산중턱 벼랑에 있는 작은 암자 보리암에도 잠시 들렀다.

빛바랜 대나무 울타리에 기대어서서

산과 산사이로 파아란 물이 휘감아 돌아가는 담양호를 건너다보다.

 

드 넓은 평야를 책임지겠다며 무언의 몸짓으로 유유히 흘러가는
담양호수의 파아란 물줄기에서 믿음과 신뢰를 건져올렸다.

 

바스락 ...

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에 이따금씩 귀기울이며

나목의 숲 추월산을 내려 온다.

 

 

낙엽만으로도 충분히 만추를 즐길 수 있었으니

이제는 미련없이 가을을 보내주여야겠다.

그리고...다가오는 겨울도 두려움없이 담담하게 맞이해야지^^

2011.11.13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