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산행기

함백산행

NaMuRang 2011. 8. 17. 10:28

 

한 달 넘게 하루가 멀다하고 비가 온다.
이쯤에서는 익숙해 질때도 되었지만 여전히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건 아닐까하고
애꿎은 비난의 화살이 하늘을 향해 날아간다.
찜통더위속에 주말에도 예외없이 비가 오락가락했다.
한 달만에 '일상탈출' 눈치조차 채지 못하는 철부지 그들을 쉽게 용서하지는 못했다.
솔직히....

 

우중산행이 아니라는 공지사항을 철석같이 믿고 우산조차 준비할 겨를 도없이
새벽녁 함백산행 버스가 기다리는 사당동으로 갔다.
아이스커피 한 잔 손에 들고 함백산행 버스를 탈 때까지는 비가 오지 않았다.
아니 비가 오리라고 인식조차 하지 못했다.
산우님을 기다리는 동안 비가 온다.
그것도 올여름 주특기로 신개발했던 물폭탄 투하다.
'비가....오다니'그 흔한 우산조차 안 가져왔다는 생각이 스치자
갑자기 머리속이 복잡해 지려고한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 속을 뚫고 함백산행버스는 강원도로 쏟살같이 달려간다.

 

산이 많은 동네답게 초록빛나뭇잎으로 싱그럽게 물이든 산들이 굽이굽이 이어져있다.
산 허리를 뻥 뚫은 터널속을 들락날락하며
어쩌다 만나게되는 산촌마을의 정겨움에 마음 한자락을 걸쳐본다.

 

산행버스가 해발1,330m를 달려가자 멀미를 하기 시작한다.
'가슴이 답답한 것 같기도하고 머리가 아픈것 같기도하고 속이 미식미식거리기도하고'
어서 빨리 버스에서 내리고 싶다는 생각 외에는^^

 

만항재 주차장에 산행버스가 도착하자 재빨리 내려섰다.

상큼하게 부는 바람이 반갑다고 달려든다.

얼마나 멀미에 시달렸는 지 비가 뚝 그친것도 몰랐다.

 

'산상의 환원'이라는 환상적인 표현에 어울리는 정선군 고한읍에 있는 만항재.
며칠전 끝난 '야생화의 축제'(2011.7.29~8.6) 자취는 산길 어디에도 남아 있다.

노오랑나비와 파아랑나비가 나래 활짝 펼치고 '하늘숲 정원'을 찾아 온


야생화 탐방객들에게 포토존을 마련해준다.

 

초록빛 잎사귀 위에 살포시 연보라빛 꽃잎 펼쳐 놓은 둥근이질풀꽃과
탁발 다녀오실 노스님을 기다리다 얼어죽은 동자의 전설이 아련한 주홍빛 동자꽃이

함백산 숲속을잔잔하게 수 놓았다.
통나무계단을 오르다보면 연분홍빛 노루오줌을 만나기도하고
수줍은듯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있던 연보라빛 모싯대와
까만점이 죽은깨같이 선명하게 찍혀있는 주홍빛 말나리도 보게된다.
다람쥐 꼬리처럼 풍성한 꼬리 휘익 늘어뜨리고 새하얀 꽃잎 촘촘히 피어있던 큰까치수염과
상아빛의 키다리 아가씨 구릿대와 노오란 마타리 그리고 보라빛 긴산꼬리풀은

 
태양을 향해 화려한 미소를 날리고 있었다.

 

하얀나비도 노오란나비도 훨훨 날이 들어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한껏 부치긴다.
가을 어느날 피는 꽃이라는 편견을 확실하게 불식시켜주었던 야생화.
한낮의 불볕더위를 고운 빛으로 승화하여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그들은
함백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산길을 야생화 꽃밭으로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그들의 화려한 듯 단아한 멋에 빠져 있다보니 어느사이

저만치 암석위에는 '첨성대'같은 돌탑도 보이고

그 앞에는 '함백산'(1572.3m)이란 비석이 선명하게 보인다.

 

일출과 야생화가 명물인 함백산에는 백두대간길 운대봉와 두문동재가 이어져있다.

 

남한에서는 6번째로 높은 산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1300m 만항재까지는 버스를 타고 올라 왔으니
산행은 272m에 불과 하다는 걸 미리 알었기에 마치 1300m를 선물이라도 받은 것처럼
나도 모르게 흐믓한 미소가 저절로 나오는 걸  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초보 산행꾼 딱지는 떼지 못할 것같다.

 

언제나처럼 풍성하게 간식이며 음식을 가져오시는 산우님께서는 그동안 아프셨다고한다.
아프지않고 평생을 살 수는 없다 하더라도 이제는 건강에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할 나이이고 보면
'아프셨다'는 말이 남의 말 같지가 않다.
'죽는날까지 건강하게' 차츰 살아 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어지는 우리에게 가장 피부로 다가오는 말은 아닐런지.
건강을 위하여 가벼운 산행 그것은 우리 초보산행꾼들의 지상 목표이기도하고.

 

인간이 천년까지야 건강하게 살겠는가 마는 살아 천년 죽어 천년 주목은 묵묵하게

함백산을 지키고있다.
사방으로 뻗어있는 나뭇가지에 초록빛나뭇잎 무수히 매달고 위풍당당하던 옛모습은

사라진지 천년이 지났어도 아직도 살아서 함백산을 지키는 존재만으로도 충분히 존경을 받는 주목.


쓰러져가는 주목를 묵직한 쇠 받침대가 받치고 있어 주목를 사랑하는

인간들의 뜨거운 마음도 볼 수가 있었다.

 

해발 1500m 고지대에 부는 바람은 한여름에도 선선하여 무더위와 전쟁같은 고역을 치르지않아

여름산행으로는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었다.

시원하게 불어대는 바람은 마치 다정한 친구처럼 산행하는 내내 동행을 하더라.

 

한 달이 넘도록 하루가 멀다하고 비가 많이 와서 그럴까?
맷돼지들이 함백산속을 초토화 시킬것처럼 파헤쳐 놓아 산행꾼 마음을 아프게했다.
이제는 맷돼지들의 먹이가 충분하게 비도 그쳤으면 좋으련만!
2011.8.7
NaMu

에필로그:

개인적으로 강원도 태백에서 요양원을 하시는 꾸움님 요양원개원식에 갔다가
같이 갔던 언니들과 함께 2006년8월30일날 함백산에 간적이 있다.
산꼭대기까지 차 길이 있는 함백산.
그때는 첨성대 돌탑은 없었다.

 

함백산 안내 비석 또한 없었다.

'야생화 축제'로 다시금 지역발전에 도움이 되는 함백산.
대 자연의 훼손을 막으면서 새롭게 태어난 함백산.
레저문화의 새로운 모델이 아닌가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