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장미정원
6월의 장미정원
어디로 갈까?
일주일 만에 얻는 천금같은 나를 위한 시간.
오라는 데는 없어도 갈 길이 바쁜 구름나그네처럼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울렁거리는 마음은 진정이 되지 않는다.
어디로 갈까....?
답이 없는 질문을 한 번 더 던져보며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들었다.
담쟁이덩쿨이 유럽의 어느 유서 깊은 중세 성전처럼 교회 건물벽을
초록빛 나뭇잎으로 차곡차곡 쌓아 올린 교회 앞마당을 지나며
오뉴월 땡볕에 더욱더 푸르름을 뽐내는 그들에게 새삼스레 눈인사를 잊지 않는다.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는 5월이 되면 피기 시작하는 장미는
꽃도 꽃이지만 향기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매혹적인지라
천연향수의 재료로 인기만점이라고 한다.
우리 동네 시립도서관 앞에는 자그마한 장미정원이 있다.
몇 년 전 장미정원을 만들 때만 해도 다양한 종류의 장미들이
자신만의 색깔로 아름다움을 자랑하며 지나가는 길손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새하얀 백장미는 물론이거니와 누구보다도 향이 진하던 '히오기' 흑장미
색감이 봄날 어미닭을 따라다니는 노오란 병아리처럼 어여쁜 '슈터스 골드'
성년식을 갓 치른 처녀처럼 수줍음이 가득하던 연분홍 '참 오브 파리'와 '퀸 엘리자베스'
덩쿨장미는 장미정원 한 가운데 있는 아치형문을 빨갛게 장미꽃으로 수 놓으며
장미정원을 찾아 온 방문객들을 맞이하곤 했었다.
하지만,꽃들도 가꾸어야 제대로 아름다움이 빛을 발하는 지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장미정원은 해가 바뀌면서 차츰 그 화려함이 퇴색되어 가고 있다.
겨울에는 쓰레기하치장처럼 방치되어 있다가
장미꽃이 피는 계절이 오면 명색이 장미정원인 만큼
장미꽃들이 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손바닥만한 장미정원 하나 제데로 관리하지 못하는
우리네 행정기관의 무심함에 분노하며 올해도 어김없이 장미정원에 들렀다.
'화무십일홍'을 거역하지 못하는 장미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누우런짚수세미처럼 변해버린 백장미, '슈터스 골드'
빗물에 희석되어 버린 듯 연분홍빛 흔적도 없이 사라진 '참 오브 파리'와 '퀸 엘리자베스'
그 중에서도 처참하게 변한건 흑장미 '히오기'다.
검붉은 꽃송이가 포격이라도 맞은 듯 뭉떵 내려앉은 모습이라니.
언제부터인가 장미꽃보다 더 진한 향을 뿜어 내며
장미정원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찔레꽃도 이미 하얀꽃잎 모두 털어내고
사방팔방으로 거침없이 뻗은 꽃가지가 찔레꽃이라고 한다.
무심히 지나치던 길손조차도 발걸음을 멈추고 탄성을 자아내게 하던
지난날에 명성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 된 장미정원에서 새롭게 피어나는
흑장미 '하오기' 한 송이를 가만히 만져본다.
마치 이루어지지 않지만 포기 할 수 없는 내 꿈처럼^^
2011.6.19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