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산행기

비슬산행

NaMuRang 2011. 5. 11. 11:38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햇살에 헹구어내듯 풀어헤친 나무들의 연두빛 어린잎이 마냥 싱그럽다.
출근길 그들과 마주치면 청춘예찬이 문득 떠 오른다.
계절도 속전속결주의에 익숙해져 가는지
봄꽃들이 팝콘 터지듯 후다닥 피는가 싶더니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연두빛 어린 나뭇잎이 그들의 자리매김에 나섰다.
바쁜 일상에 묻혀있다보니 계절보다도 익숙해지지 않는 속전속결주의에 당황 할때가

어디 한 두번 이겠는가!

 

바쁜 일상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황금같은 휴일날
한달에 한번 있는 정기산행으로 대구광역시 달성군에 있는 비슬산행이 있었다.

이른아침 뿌연 안개속에서도 햇님은 잘 다녀오라고 화사하게 미소를 짓는다.
덜렁거리는 성격 그대로 산행 할때마다 잘 넘어지고 다치기가 다반사인 내 모습을
들켜버린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싱긋 미소가 머금어진다.

 

비슬산행 버스 차창 너머로 두부판처럼 네모 반듯하게 잘 다듬어진 들녁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한해를 꼼꼼히 준비하는 농심을 보는 듯싶다.
날씨가 그리고 정부 정책들이 농부들의 땀방울에 배신때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물가에 아이를 내 놓은 것 처럼 시종일관 모내기를 앞 둔 들녁에 눈길이 떨어지지가 않는다.

산을 관통하는 터널이 유난히도 많은 걸 보면
산부자동네 강원도 못지않다는 생각이 슬며드는 경상도.

 

레저문화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산행답게 축제라도 있게되면 주차장 뿐만아니라
진입로까지 나라안에서 몰려드는 산행버스와 승용차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어

주차장까지 걸어가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하지만 '비슬산 참꽃축제'가 끝나

유일사 매표소주차장까지 걸어가는 수고는 덜 수가 있었다.
아스팔트 지열이 한여름을 방불캐 하여 천만다행이다 싶다.

 

신라때 창건했다는 유가사 산길에는 돌탑들이 마치 죽순처럼 우후죽순 우뚝 서있다.
돌탑 위에도 사이에도 길손들의 소망을 담은 돌멩이들이 위태롭게 놓여 스치는 바람에도

무너질듯 싶지만  모진 비바람 태풍에도 견뎌내는 걸 보면 시련이 강인한 정신력을 길러내듯
시련이 고풍스런 예술품을 창조하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겨우네 강추위를 몰고다니며 끔찍히도 괴롭히던 칼바람도
계절의 여왕 5월 앞에서는 훈풍으로 변신하여 소나무 숲속을 어루만진다.

소나무 숲속을 지날때면 언제고 떠 오르는 사람이 있다.
특히나 이렇게 훈풍이 설레임을 싣고 오는 날에는...
'존 바에즈(Joan Baez)'그리고'River in The Pines'
소나무향같은 존 바에즈의 청아한 목소리가 내 귓가에 스며들어

제법 가파른 산길조차 가쁜하게 오를 수가 있었다.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쏟아져들어온다.
어린 나뭇잎이 연두빛 꽃처럼 피어난다.
특별하게 꽃이 피지 않아도 나뭇잎이 꽃처럼 어여쁜 숲속.
일년 중 나뭇잎이 가장 아름답다는 사실을 새삼새삼 깨달으며
이제는... 산행 힘들어서 망설여지는 마음이 저만치 달아나고 말었다.

 

햇살이 환하게 드는 산길에는 양지꽃들이 무리지어 비슬산을 찾아 온 산행꾼을 반긴다.
앙징맞게 자그마한 자태가 마냥 귀여워 내 고물 디지탈카메라를 가져오지 못 한걸

못 내 아쉬워했다.
차마 놓치고 싶지 않은 그들에게서 비껴가는 인연에 통증을 느낀다.

비슬산 숲속 양지꽃

양지바른 숲속에 살며시 고개 내밀은 양지꽃.

눈여겨 보지 않는다면 존재 자체 희미한 그대여.

그대의 순결한 미소가 내 영혼을 적시는구나

 

비슬산 정상이 가까워지자 산등성이를 빨갛게 수놓은 참꽃(진달래)들을 만날 수 있었다.
참꽃...경상도에서는 진달래를 참꽃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참꽃...정감이 가긴하지만 가슴에 와 닿지는 않는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긴 세월 풍화작용으로 멋스럼에 극치를 보이는 바위들이 비슬산 정상을 지키는 대견봉(1083.6M).

누우런 억새풀이 가을인양 가득하다.


초록의 싱그러움은 사그라들고 빈껍질처럼 누우렇게 변한 억새풀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조차 무색하게 하는 억새들의 마른 몸짓에서
군중 속의 고독을 보고야 말었다.

이제는...그리고 비슬산 정상 억새밭에서

이제는 겨울잠에서 깨어나 초록의 싱그러움을 자랑하기로해요.
이제는 그대의 마른 몸짓에 고독을 끝내기로해요.
이제는 계절의 여왕 5월이니까요.

 

깍아지른 바위들의 절벽사이로 분홍빛 진달래가 고개를 내밀고 있다.
순간 포착력이 뛰어난 회장님께서 "암석 정원"이라고 감탄하시며 지나가신다.

 

하산길 마령재를 지나 대견사지로 가는 길목에 피어난 참꽃.
산 등줄기를 온통 참꽃밭으로 꾸며놓았다.

비록 참꽃 축제가 끝나 곱던 모습이 퇴색되었다하더라도
그들은 여전히 참꽃임에는 틀림없기에 가냘픈 꽃잎 나풀거리며
'김소월'님의 '진달래'를 부르고 있다.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크고 작은 바위들을 꽂아 놓은 것 같은 산중턱 벼랑에 있는 삼층석탑.
임진왜란때 사찰은 소실되었지만,이곳은 분명 사찰였다고 꼭 집어 정답을 가르쳐주는 대견사지터.


바위에 새겨진 마애블이 또한 우리네 선조들의 위대한 예술성을 보는 것같아

오랜 풍화작용에도 더이상 손실이 없기를 막연히 기대한다.

 

'암석정원' 비슬산에는 크고 작은 바위들이 산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려 산등성이를

온통 뽀족한 바위들로 바위밭처럼 보이는 곳도 있었다.

 

고운빛의 진달래와 빈껍질뿐인 누우런 억새풀, 암석의 정원과 인적을 거부하는 바위밭,

어찌보면 극과극이다.
극과극을 품어 안고 다양한 모습을 펼쳐보이며 아름다움을 자랑하던  5월의 비슬산(悲瑟山).

과연 신선이 비파와거문고를 탈만하다^^

2011.5.8

NaM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