괘방산
물이 무서워서 끝내는 수영도 못 배웠다하여도
때론 바다를 보고 싶은건 숨겨지지가 않는다.
겨울바다...
겨울바다는...어떤 모습일까?
밀려왔다 밀려가는 하얀파도에 채워지지않아 허덕이는
내 열정을 충분히 용해시킬 수 있을거란 막연한 희망은
일주일 내내 기다림으로 조바심을 쳤다.
봄인척하는 날씨도 한 몫하겠다고 끊임없이 내 가슴을 설레임으로 부채질하더라.
강원도 강릉 강동면에 있는 괘방산은 동해바다를 곁에 두고
산행을 할 수 있기에 산해진미를 골고루 맛 보는 것 처럼
1석2조에 환상적 콤비를 이룬 산이라해도 과언은 아니리라.
다급하게 울리는 자명종소리에 재빨리 일어나 창문부터 열어봤다.
일기예보에 충실하게 오고 있는 비가 전혀 반갑지는 않지만 특별히 용서해주며
우산을 챙겨들고 괘방산행버스가 기다리는 군자동으로 갔다.
비가 촉촉하게 내리는 들녁을 차 창문 너머로 바라보며
봄이 오긴 오고 있는가보다 하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간다.
눈이 많은 동네 평창였나보다.
눈꽃이 피어 산이 온통 새하얗다.
한 사나흘만 있으면 경칩이니 봄은 분명 우리곁에 다가오고 있다고 하건만
철모르고 피어난 눈꽃.
시류에 편승해 계절파괴를 시도한 눈꽃이지만 곱고 화사한 모습은 여전하여
그들에게서 눈길이 거두어지지가 않는다.
새하얀 눈꽃의 행렬은 강원도 강릉 괘방산까지 이어졌다.
괘방산행버스가 안인삼거리 주차장에 도착하여 버스에서 내리자 눈발이 휘날린다.
'우중산행보다야 훨씬 수훨하지 않겠냐'고 슬며시 위안을 하면서
눈이 수북하게 쌓여있는 나무계단 앞에서 부지런히 아이젠을 찼다.
철석거리는 파도소리가 나무계단 위까지 들려온다.
새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밀려오는 파도에 잠시 마음을 얹어본다.
겨울바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도 많아서 벙어리 냉가슴 앓듯
소나무들이 하얀눈속에 파묻혀있는 소나무 숲속으로 올라갔다.
눈덮힌 소나무 숲속 건너편으로 안인진포구가 희미하게 모습을 보인다.
선명하게 제 모습을 볼 수 있었다면 금상첨화였겠지만,
이렇게 생각나면 한번씩 눈발이 휘날리는 날에는 그져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하기에
오랫동안 눈여겨보았다.
키가 커다란 소나무 숲속을 지나서 키작은 소나무들이 눈속에 파묻혀있는 숲속으로 들어선다.
이따금씩 허리도 반으로 접으며 눈 동굴속을 탐험하듯 신비로움에 휩싸인채
괘방산에서 조망이 가장 좋다고 하는 전망대를 향해 올라선다.
안개도 아닌것이 뿌엿게 시야를 가려 산 아래 풍경 어느것 하나 볼 수가 없다.
물 맑고 깊기로 유명한 동해바다와 정동진 그리고 백두대간조차도...
아쉬움 마음을 접으며 철탑이 서 있는 정상을 향해 발길을 돌린다.
무겁게 눈이 쌓인 소나무 가지에도 가느다란 나뭇가지 위에도 하얗게 상고대가 피었다.
도톰한 얼음 칼날처럼 끝이 날카로운 상고대가 겨울산을 지키는 파수꾼이라고 한다.
얼음공주처럼 차겁지만 아름답고 정교한 상고대는 괘방산 정상 부근을 온통 차지하고 있다.
괘방산 상고대.
가느다란 나뭇가지에도 눈꽃인양 도톰하게 얼음꽃을 피운 그대여.
정교하게 빛나는 날카로운 칼날이 내 뜨거운 심장에 꽂히나니.
차겁게 되 돌아보는 내 이성이여.
과거가 있던 시절 과거에 급제하면 급제자 이름을 두리마리에다 써서
이 산에 방을 붙여 고을 사람들에게 알렸다고하여 산에 이름이 유래한 掛膀山(339M).
정상은 민간인이 출입 할 수없다.
1996년 9월18일에는 북한 무장공비들이 잠수함으로 침투한 곳이라고도 한다.
'언제쯤이면 우리는 산정상에서 아름다움으로 빛나는 동해바다를 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생각이 설핏 스치며 착잡한 시선을 숨길수가 없었다.
2011.3.1
NaMu
에필로그:
맛기행처럼 잠시 들러서 대게와 복어회 복지리를 먹었던 묵호항에서
나는 기어이 잔잔하게 잔물결을 일이키는 동해바다를 보고야 말었다.
바다위를 둥둥 떠다니던 바다갈매기는 이따금씩 자맥질을 한다.
마치 젊은날에 에드몽 당테스같은 착각에 빠져
어선들이 묶여 있는 배 위를 훌쩍 뛰어 올라가
마음은...문득 수평선 너머로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