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u 산행기

관악산행

NaMuRang 2011. 2. 8. 12:26

눈이 올듯말듯 비가 올듯말듯 금방이라도 사고를 칠것같은 하늘을
창문 너머로 바라보며 배낭속에 우산을 챙겨 넣으면서도
오랫만에 추위에서 풀려난 몸과마음은 생동감이 넘쳐난다.

 

개인적으로 집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산이지만
바위가 많아 쉽사리 정을 붙지 못했다.
자주 보면 정이 든다고 했던가 어렵게 정이 들어가는 관악산.

 

입춘에 화답이라도 하듯 제법 따뜻한 날씨에
혹시나 봄이 오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예사롭지 않는 기대를 하며 숲길로 들어선다.

 

올 겨울이 얼마나 추웠는지를 몸소 보여주는 숲길은
아직도 땅끝에 얼음이 박혀있어 아이젠은 필수품이다.

마치 추위를 이기는 전사의 칼끝처럼 날카로운 아이젠 발자욱을
산등성이에 남기며 재빠르게 국기봉에 올랐다.

지구촌을 향해 무한히 뻗어가는 우리네 국력을 자랑하듯 태극기가 힘차게 펄럭인다.
먼길에 계신 그 님의 가슴에도 태극기는 언제나 존재하겠지.

 

악산답게 바위는 능선 어디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다.


가벼운 릿지산행 정도야 충분히 즐길줄도 알지만
눈까지 드문드문 묻어있는 바위들을 타는 일은 극히 조심할 수 밖에 없었다.

 

휴일날 서울 근교산행은 출근길 러시아워와 흡사한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조금씩 양보하는 미덕만이 사고를 미연에 방지 할 수 있다는 인식을 산을 오르는 산행꾼들
누구나가 하고 있기에 원만한 흐름속에 마당바위까지 가볍게 오를 수 있었다.

 

산 중턱에 마당처럼 넓고 편편한 바위들이 있어 마당바위라고 부르는 '마당바위'
커다란 바위들이 아래를 받치고 그 위에 인절미를 넓직넓직하게 떼어 놓은 것같은 바위들이 얹어져있다.

 

저멀리 파이프능선에는 잔설이 바위에 이끼처럼 새하얗게 끼어
춘설인양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마당바위에 앉아서도 마당바위 아래에서도 그들의 아름다움에 취하여
사진을  찍는 호기를 부려본다.
또 다시 내게는 오지 않는 이 순간을 위하여....

 

마당바위까지만 산행에 점을 찍고
마치 봄에 화전 놀이 하듯 천지약수터에서 칼국수 파티가 있었다.

 

하산길 계곡은 아직도 꽁꽁 얼어붙은 계곡물이 허옇게 속살을 드려내며 겨울이라고 고집을 피우지만
머지않아 그들도 고집조차 피을수 없을거란 회심에 미소를 지으며

추위와의 지루한 공방전에 승리한 전사처럼 발걸음도 당당하게 천지약수터로 내려갔다.

 

미리 준비했던 팥과칼국수로 팥칼국수를 끓였다.
엊그제께 설날도 지났으니 신묘년 새해가 마침내 우리곁에 왔다.
붉은 팥이 악귀를 쫓아낸다고 한다.

팥칼국수로 액땜을 했으니 올 한해에는 액운이 침범하지 않으리라 확신을 가져보며
행복의 꽃망울을 터트렸다.

눈도 비도 오지않아 번잡스런 산행을  피할수 있었던 그 행운처럼!
2011.2.6
NaMu